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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Aug 29. 2024

@1169 <모두의 일은 아무의 일도 아니다~

@1169

<모두의 일은 아무의 일도 아니다 : 아파트 단톡방 사건>     


1.

“제가 한 번 맡아 볼게요.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서로 눈치만 보고 머뭇거리던 와중에 302호 아저씨가 용기를 내셨다. 입주자 대표가 큰 직책은 아니지만 담당자가 없으면 당장 아쉬운 일들이 많이 생긴다. 너무 다행이다.     


2.

“대표님, 수고하시는 줄은 알지만 청소업체는 그렇게 선정하시면 곤란하죠.”

새벽부터 단톡방에 불이 났다. 그동안 청소상태가 엉망이라 신임 대표가 큰 맘먹고 업체를 바꾸었다. 주민들이 총출동하여 감 놓아라 배 놓아라 잔소리 폭탄을 퍼붓기 시작한다.     

 

서로 왁자지껄하며 순식간에 톡이 수백 개를 넘어간다. 대표는 너무 짜증스럽다. 돈받는 일도 아니지만 나름 공익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본인 시간과 돈까지 들여가며 힘겹게 미션을 끝냈다. 칭찬은 못해줄망정 이렇게 사람 힘을 빼다니. 에라, 모르겠다. 나도 그만둘란다.     


3.

모두의 일은 아무의 일도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불편하다고 성토하기는 너무 쉽다. 남 말에 맞아맞아 맞장구는 잘 치면서 정작 나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기껏 누군가 총대를 메고 나서도 힘을 실어주기는커녕 너도 나도 자기 할 말만 한다.      


몇 명은 돈 들어가는 일에 민감하다. 각자 알아서 치우고 청소비는 걷지 말자고 한다. 몇 명은 잠귀가 너무 예민하다. 12시 넘어가면 엘리베이터를 아예 세우자고 한다. 한도 끝도 없다.     


4.

참고할 말도 있고 도가 지나친 의견도 있다. 수백수천 세대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건설적인 대안과 비판은 받아들이되 투덜이 몇 명의 짜증은 그러려니 하고 무시하는 편이 낫다. 어차피 그들은 어떤 일에 대해서도 만족할 줄 모른다. 모두의 이익을 위해 결정을 내리는 과정은 이렇게도 험난하다.      


회사나 학교 같은 정규 집단에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는다. 아파트 단지나 상가 상조회, 동창회 같은 조직이 항상 문제다. 신입생 시절 조별 과제 리포트 쓰느라 예비역과 각을 세워 본 사람은 어떤 느낌인지 너무도 잘 안다. 자발적 리더의 선택은 둘중 하나다. 이 한 몸 희생하여 남까지 잘 되게 하거나 뒤돌아 외면하여 다 같이 망하거나.     


5.

“제가 손을 뗄게요. 앞으로 어떻게 돌아가나 두고 보세요.”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나도 삐딱한 사람은 아쉬워하지 않는다. 불평만 늘어놓는 몇 명 때문에 자발적인 리더와 대다수 사람이 대신 피해를 볼 뿐이다. 모두가 힘을 합쳐 걸림돌을 막아내야 용기를 낸 리더가 더 힘을 낸다.

     

*3줄 요약

○조직에서 모두의 일은 아무의 일도 되지 않는다.

○자발적 리더는 비판과 무관심 속에서도 전체를 위해 애쓰는 고마운 존재다.

○스스로 나설 생각이 없으면 적어도 남 하는 일에 걸림돌은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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