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Sep 23. 2024

@1186 <나는 합리적이고 너는 고집쟁이? : ~

@1186

<나는 합리적이고 너는 고집쟁이? : 합리적인 고집주의자>      


1.

A “척 보니 1번 방법이 맞는데 왜 제 말을 안 듣는 거죠?”

B “무슨 말씀을. 왜 1번이 안되고 2번이어야 하는지 조목조목 증명해 드리죠.”

서로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다. 옆에서 지켜보던 C가 한숨을 쉰다. “어휴, 둘 다 엄청난 고집쟁이 들이네요.”

     

2.

“저는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중인데 왜 제게도 고집부린다고 하는 겁니까?”

B가 보기에는 A야말로 밑도 끝도 없이 자신의 감만 믿고 고집을 부리고 있다. 그에 비해 자신은 정말 이성적이다. 이치에 맞게 자세히 설명하면 얼른 받아들이고 끝내야 한다. 절대 고집이 아니다.     


A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B 만큼 똑똑하지 못하여 이론적인 근거를 대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오랜 경험에서 나온 직관으로 볼 때 1번이 맞다는 확신이 든다. B는 아직 실전 경험이 부족해서 책 내용만 달달 외워 억지를 부리고 있다. 내 말이 당연히 맞으니 나는 고집불통이 아니다.      


3.

고집은 자신의 의견을 계속 고수하는 태도를 말한다. 어떤 과정을 거쳐서 나온 결론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어떤 이유로든 본인 의견만이 절대 진리라고 주장하면 다 고집이다. 왜 자기 생각을 몰라줄까 답답해하지만 상대편도 똑같이 느끼고 있다.     


A처럼 경험과 직관을 근거로 하든, B처럼 이론적인 내용을 내세우든 어차피 상대방 말을 안 들으면 둘 다 고집이다. 세상 일이 어디 말처럼 쉬운가. 아무리 경험을 많이 쌓은 사람도 실패할 때가 있다. 책 내용대로 정확히 적용시키지만 엉뚱한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둘 다 자신의 판단에 대해 너무 오만하다.     


4.

B처럼 논거를 정확히 대면 ‘합리적’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대신 그 외의 비합리적인 의견에 대해서도 귀를 열고 있어야 한다. 내 주장이 옳아도 여러 사람 이익이 걸리면 힘의 논리가 개입할 수 있다. 논리적으로 옳고 다수가 지지하지만 어쩔 수 없이 타협을 봐야 할 때도 있다. 현실이 그렇다.    


대화와 소통, 합의와 중재는 언제나 필요하다. 사람들 사이에 벌어지는 일 중에 100 대 0으로 판결 나는 일은 거의 없다. 완벽하게 서 있는 차를 들이받지 않는 이상 대부분 쌍방 과실이다. 서로 상대가 억지를 부린다고 하며 자신은 합리적이라 말한다. 양쪽 모두에 대해 ‘합리적인 고집 주의자’라고 부르고 싶다.      


5.

며칠 전 주차장에서 사고가 났다. 가만히 서 있는 데 상대방이 긁고 지나갔다. 상대가 블랙박스를 돌려 보더니 “정차 중이 맞네요. 100% 제 잘못입니다.” 다음날 다시 연락이 온다. “혹시 그쪽 차 영상도 있나요?” 녹화본이 없으면 본인 영상을 지우고 살짝 움직였다며 5 대 5로 우길 기세였다. 논쟁을 피할 방법은 확실한 증거뿐이다.     


*3줄 요약

◯경험이나 이론에 관계없이 자신의 의견만 고수하면 고집이다.

◯진정한 소통은 상대방 의견을 경청하고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합리적인 대화를 위해서는 자신의 판단에 대한 겸손함이 필요하다.




작가의 이전글 @1183 <순간포착 오늘의 행복 : 퍼펙트 데이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