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1
<우리는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 나만의 속도를 찾는 과정>
1.
“에잇, 이 곡은 너무 어려워요. 그냥 포기할래요.”
악보를 보니 속사포 같은 연주로 유명한 클래식곡 ‘왕벌의 비행’이다. 피아노 배운 지 3개월 만에 이 곡을 제대로 연주하려고 덤볐다가 두 손 들어버렸다.
과연 포기만이 답일까.
2.
“우리는 모두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천 개의 파랑> 책에 나오는 문장이다.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천천히’와 ‘연습’이다. 빨리 달리지 않아도 괜찮으니 느긋하게 하라며 위로만 건네는 문장이 아니다. 빨라지지 않도록 천천히 속도를 지키며 훈련하라는 의미다.
빠른 속도와 성장만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요즘, 현실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페이스를 찾으면 좋을지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왕벌의 비행’은 초당 열다섯 음표 이상을 연주해야 하는 엄청난 템포의 곡이다. 전문가도 어려워하는 이 곡의 속도를 아마추어가 따라잡으려고 덤비면 사고만 난다. 소설 속 경주마 ‘투데이’처럼.
3.
‘투데이’는 경마장 경주마다. 베팅하는 사람들의 욕심에 따라 내일이 없이 오늘만 생각하며 더 빨리 달리도록 강요받는다.
결국 연골이 닳아 더 이상 달릴 수 없게 된다. 안락사할 위험에 처한다. 로봇 기수 콜리도 투데이에서 떨어져 하반신이 부서지고 만다.
현대인의 무한속도 경쟁과 닮았다. 성공을 위해 조급하게 안달복달하는 사람이나 더 좋은 실적을 위해 팀원들을 다그치는 조직의 모습처럼 보인다.
결국 재활을 거친 투데이와 수리를 마친 콜리는 마지막 레이스에 참가할 기회를 얻는다. 극적인 역전우승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천천히 달리며 나름의 속도에 맞춘다.
4.
“템포를 일정하게 지키라니까.”
피아노든 기타든 악기를 배울 때 자주 듣는 말이다.
점점 느려지는 사람은 별로 없다. 대부분 조금씩 빨라진다. 나 혼자 연주를 해도 그러하니 옆에 다른 경쟁자가 보이면 두말할 필요도 없다.
천천히 달리는 연습이 게으름이나 멈춤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원래 템포보다 느리게 연주하며 기본기를 다진 후 자신의 실력에 맞게 알맞은 속도로 점점 높여 가라는 취지다.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제자리에 가만히 서있어도 괜찮다는 말은 아니다. 지금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속도를 찾아 무리하지 말라는 뜻이다.
5.
“악보를 외우고 자꾸 연습하다 보니 이렇게나 빨라졌네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한 결과 꽤 그럴듯한 ‘왕벌의 비행’이 탄생했다. 욕심내어 무리하다 섣불리 포기하지 않고, 게으르지 않게 착실히 노력한 결과다.
결국 우리가 찾아야 할 길은 지속가능한 성장이다.
*3줄 요약
◯무리한 속도로 지치기보다 자신에게 맞는 속도를 찾아라.
◯천천히 달리는 연습은 게으름이나 포기가 아닌 단계적 성장을 위한 지혜다.
◯진정한 성취는 감당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발전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