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5
<총론에는 찬성이지만 각론에는 반대 : 말로만 찬성하는 사람들>
1.
“한 번씩 회식을 해야 단합도 잘된다고 생각합니다.”
팀장님 회식제안에 다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발을 빼고 있는데 김대리가 찬물을 끼얹는다. 이런 배신자 같으니라고.
“어, 삼겹살 집이네요? 저는 돼지고기 알레르기가 있어서 오늘은 좀.”
심지어 회식 당일 뒤통수까지 친다.
2.
‘총론에는 찬성한다.’는 말을 들으면 조심하자. ‘는’이라는 조사가 의심스럽다. 보통 그다음에 따라 나올 ‘반대’를 위해 선수를 치는 장치일 때가 많다.
아니나 다를까 구체적인 각론 중 하나를 문제 삼기 시작한다. 마음은 굴뚝같지만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유유히 사라진다.
생색만 내려는 사람들이 이렇게 행동한다. 대놓고 싫다고 하면 너무 고지식하고 비협조적으로 비칠까 봐 나름의 꼼수를 쓰는 중이다. 겉으로는 팀워크, 친목, 업무력 같은 뜬구름 잡는 추상적인 단어를 꺼내며 대의명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대전제에 확실히 동의하는 모습을 보이며 비난받지 않도록 교묘하게 숨는다.
3.
그러다 실제 행동단계로 들어가면 태도를 바꾼다. 갑자기 디테일한 부분에서 걸림돌 하나를 찾아낸다.
그날은 제사가 있다, 다음날 중요한 미팅이 있다, 한약 쓰는 중이라 술 마시면 안 된다 등등 각양각색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한약 쓰는 중이라도 기본 술자리 정도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비난을 피하려고 이런 태도를 취하겠지만 실체가 드러나면 상대는 훨씬 실망한다. 처음부터 회식자리 거부한 이대리한테는 기대가 없었으니 실망도 적다.
잔뜩 희망을 품게 만들었다가 예상치 못한 행동으로 실망을 안기면 더 얄밉다. 이런 행동은 완곡한 거부도 상대를 위한 배려도 아니다. 자기 이미지만 챙기는 이기적인 행동에 불과하다.
4.
이런 행동은 책임회피에서 나온다. 총론에 찬성한다면 그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각론이 아무리 특이해봐야 그 총론의 범위 내에서 나온 구체적인 내용이다.
조금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면 소통으로 합의하고 절충하면 된다. 티가 있다고 옥을 통째로 거부한다면 처음부터 그 옥에 마음이 없었다는 증거다.
큰 의사결정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M&A를 할지 말지 대표끼리 합의를 보고 나면 중요한 일은 거의 다 끝났다. 실무진 검토 중 엄청난 반전이 드러나지 않는 이상 판이 엎어질 확률은 적다.
만일 상대가 작은 이슈를 크게 확대하기 시작한다면 거부를 위한 명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정말 그 부분이 불만인가 싶어서 머리 싸매고 고민해 봐야 소용없다.
5.
“신입사원 교육에 집중하자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다만 기존 방식은 효과가 낮으니 일대일 멘토링 시스템을 써보면 어떨까요?”
비겁한 변명을 늘어놓는 사람과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은 그다음 멘트에서 차이가 난다. 진정으로 총론에 동의한다면 문제 있는 각론에 대한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정성을 보인다.
말로만 동의하고 행동하지 않는 사람의 말은 신뢰하기 어렵다.
*3줄 요약
◯총론에 찬성하고 각론에 반대하는 행동은 교묘하게 거절하는 방식이다.
◯이런 태도는 자신의 평판만 지키려는 이기적인 행동으로 더 큰 실망을 준다.
◯진정 동의한다면 각론에 문제가 있더라도 대안을 제시하며 행동으로 책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