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3
<같은 일의 반복보다 불규칙성이 더 효율적이다>
1.
“이 산은 계단이 너무 많아서 힘들어요.”
요즘 웬만한 산은 등산로와 트래킹길 정비를 아주 잘해놓았다. 다만 경사가 급해 계단시설을 길게 설치한 구간은 일명 ‘죽음의 계단’으로 불린다.
어차피 올라가는 높이는 똑같은데 왜 계단으로 올라가면 다리가 더 아플까.
2.
비탈진 산길과 인공적인 데크시설로 만들어진 계단의 피로도는 확실히 다르다.
산길 그대로의 경사로는 지형이 불규칙하다. 바위가 나오기도 하고 이리 갔다 저리 갔다 길도 오락가락이다. 자연스럽게 보폭이나 걸음걸이가 계속 달라진다. 다리의 여러 근육이 번갈아가며 일하게 된다.
반면 인공 계단은 아무 변화도 없다. 똑같은 걸음걸이를 무한반복하며 한 계단 한 계단 끝까지 올라간다. 동작이 같으니 사용하는 근육도 일정하다.
주로 다리 정면에서 무릎까지 이어지는 대퇴사두근만 쓰게 되고 나머지 근육들은 놀고 있다. 쉬었다 올라가도 대퇴사두근 상태는 점점 안 좋아진다. 며칠 동안 다리와 무릎이 아파서 절뚝거린다.
3.
머리의 뇌도 근육과 비슷하게 작동하는 특성이 있다. 아무리 자신 있고 좋아하는 분야라도 똑같은 일만 계속 반복하면 금방 지친다.
뇌과학 연구결과에 의하면 반복 자극에 계속 반응한 영역은 과부하가 걸리면서 금방 피로가 쌓인다. 반복의 정도가 심하면 손상 가능성까지 염려해야 할 정도다.
공부 잘하는 학생은 수학 한 과목 붙들고 12시간 매달리지 않는다. 1시간은 수학, 30분은 영어 단어, 45분은 국어 독해로 골고루 돌린다.
이 과목 저 과목 점프하면서 뇌의 여러 영역을 돌려쓰니 무리가 되지 않는다. 수학적 사고를 담당하는 뇌 영역이 지칠 때쯤 언어 영역으로 넘어가는 식이다.
4.
불규칙성이 효율을 높인다. 한 가지 일을 끝까지 쥐고 있으면 더 몰입할 수 있을 듯하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난다.
여행지에서 처음 가는 길을 걸으면 계속 주위를 돌아보며 집중한다. 길거리 작은 표지판도 눈에 잘 들어온다. 같은 길을 10일째 걸으면 보도블록 색깔이 바뀌어도 잘 모른다.
꼬불꼬불 산속 오솔길을 걷듯 하루 일과 속에 다양한 요소를 불규칙하게 배치해 보자. 익숙함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흥미롭고 알차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물론 개인차가 있기 마련이다. 주위가 산만하여 예열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람은 변화 주기도 여유 있게 하면 좋다. 집중하기도 전에 이리저리 점프하려고 들다가 아무 일도 못할 위험이 있다.
5.
의도적으로 불규칙을 만들어 따라보면 더 좋다.
초등학교 수업시간표처럼 30분, 1시간 단위로 끊어 강제로 콘텐츠를 바꾼다. 익숙해지면 정해진 시간 동안 빠르게 몰입하는 능력도 좋아진다.
2시간 집중한 뒤 잠시 핸드폰 봐야지 했다가 어느새 3시간 훌쩍 흘려보내고 있다면 이런 방식을 고려해 볼만하다.
*3줄 요약
◯똑같은 계단만 반복해서 오르면 특정 근육만 혹사되어 금방 피곤해진다.
◯뇌도 같은 영역만 계속 사용하면 과부하가 걸려 쉽게 지친다.
◯의도적으로 불규칙한 스케줄을 만들어 다양한 뇌 영역을 사용하면 효율이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