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잡화점 853 <커피중독>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소통잡화점 853

<커피중독>


1.

“김대리, 또 커피 마시네. 오늘 벌써 몇 잔째야?”

/“이제 겨우 3잔인데 뭘 그러세요.”

중독이 맞다. 점심도 먹기 전에 벌써 커피 3잔이면 분명 과하다. 중독된 사람치고 순순히 인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정도의 메타인지가 있었다면 처음부터 이 지경에 이르지도 않았다.


2.

중독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이 별로다. ‘독’이라는 글자가 들어 있다 보니, 임금님이 독살 당하고 스파이가 독침 날리는 장면만 떠올린다. 커피 좀 많이 마신다고 한들, 커피는 그런 독이 아니니까 괜찮다며 스스로를 합리화한다.


그렇게 좋게 좋게 넘어가는 와중에 우리나라 중독인구가 엄청 늘었다. 복지부에서 대표적인 중독 Big 4를 뽑아 특별 관리하기로 했는데, 알코올 도박 마약 인터넷 중독이다. 그 외 자잘한 종목을 제외하고 이 4가지에 중독된 인구만 무려 800만 명으로 추산한다.


3.

놀랍다, 5천만중 800만이 중독자다. 6명중 한명이 중독이니 당신 가족 중 최소 한명, 사무실안에는 최소 여러 명이다. 4대 중독에 카페인 중독정도는 아예 들어가지도 않았다. 카페인 섭취량 기준으로 하루 커피 2~3잔이면 중독가능성이 있다. 5잔 이상 마시는 사람은 커피 없이 12시간만 지나도, 두통 피로에 이유 없는 예민과 짜증까지 금단증상이 시작된다.


커피 못지않게 당신이 피해갈 수 없는 생활형중독이 있으니 바로 쇼핑중독이다. 중독은 크게 어떤 물질을 먹어서 생기는 신체적중독과, 특별한 행동에 의존하는 행위적 중독으로 구분한다. 쇼핑에 빠진 사람은 물건구입 과정에서 위안을 얻을 뿐이니, 사온 옷은 입지도 않고 옷장에 쌓아두기만 한다.


4.

이만하면 웬만한 성인남녀중 중독의 기준에서 벗어나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상업광고가 중독을 조장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황폐해져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중독의 가장 큰 혜택은 위안이다. 어디서도 느끼지 못한 정서적인 위로를 느끼며 편해지므로, 그 자체에 의존하며 깊숙히 빠져든다.

그런 이유로 한번 중독증상이 시작되면 고치기가 무척 어렵다. 전문가 총출동하여 몸과 마음을 진단하고 대책을 내놓아도, 본인이 진심으로 이겨낼 의지가 없으면 백전백패다. 오죽하면 중독은 치료보다 예방과 재발방지 위주로 관리하자고 말한다. 사실상 치료로 이겨내기는 어렵다고 인정한 셈이다.


5.

중독에서 탈출하려면 2가지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첫 번째, 신체적 불편이다. 약물이든 행위든 일단 중단하고 나면, 오랫동안 달콤하게 의존해 온 대상이 사라졌으니 몸 여기저기에서 폭동이 일어난다. 정체도 알기 어려운 희한한 증상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진다. 의료진 도움으로 잘 이겨내야 한다.


두 번째, 정신적 공황상태다. 심리적 의존을 과감히 떨치고 이겨내야 한다. 술 한 잔, 담배 한 대, 커피한잔이 주는 그 짜릿한 평온함과 이별해야 한다. 마음이 헛헛하고 우울하면 애써 부정하며 덮으려 하지 말자. 때로는 좀 슬프고 좀 우울하고 좀 무기력하게 지내도 괜찮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오히려 빨리 지나가고 뒤 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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