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잡화점 873 <작은 가게 티격태격>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소통잡화점 873

<작은 가게 티격태격>


1.

“우리 가게에서는 손님 응대할 때 인사를 이렇게 합니다.”

/“저는 그 멘트 별로예요. 인사는 그냥 제가 알아서 할게요.”


대기업 전무로 은퇴하고 치킨 집을 오픈한 박사장은 첫날부터 뒷목 잡는다. 알바생 교육하려다 그대로 퇴짜 맞았다. 그전 직장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 벌어지자, 화는 둘째 치고 당장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2.

큰 회사는 전체가 조직적으로 얽혀있다. 김대리가 스스로 결정하며 판단할 영역이 정해져 있고, 일정한 주기로 팀장에게 보고한 뒤 피드백을 받는다. 김대리 생각이 좀 아니다 싶으면 팀장이 개입하여 바로 잡는다. 팀장님 말씀에 수긍하지 못할 때 김대리가 이의제기하며 가벼운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만일 김대리가 끝까지 팀장 피드백을 어기고 자신의 판단대로 행동하면, 더 이상 같은 조직에서 일하기 어렵다. 여러 가지 인사정책을 활용해 교통정리에 들어간다. 조직사회에서 지시에 대한 최종 포지션은 딱 3가지 밖에 없다. 지시를 내리거나 지시에 따르거나, 아니면 나가거나.


3.

“저한테 알아서 해보라고는 하셨지만, 결국 팀장님이 정해놓은 답이 나올 때까지 제 기획은 전부 빠꾸 아닌가요?”

권한을 위임한다는 말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위임하는 쪽이나 위임받는 쪽이나, 서로 오해가 없도록 경계를 확실히 정하고 합의하면 좋다. 정확히 말하자면 일정범위의 제한된 자율이라고 이름붙이면 어떨까 한다.

김대리는 그 선을 넘고 싶은 충동이 일겠지만, 팀장님을 설득하지 못하면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한다. 나중에 팀장으로 승진한 다음을 기약하자. 이런 면에서 조직의 소통은 한계도 분명하다. 결국 상급자의 말을 엎을 수는 없는 시스템이다. 수직의 상하관계를 기본으로 만들어진 구조라서 그렇다.


4.

반면 작은 가게에서는 이 권력관계가 무너진다. 누가 봐도 사장님이나 원장이 갑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근무자들이 무조건 을의 입장은 아니다. 5인 이하 작은 규모 조직에서는, 업무효율성이나 생산성보다 더 중요한 기준이 있다.


바로 근무하는 사람의 연속성이다. 누군가 퇴사한 뒤 새사람을 채용하여 일정수준으로 교육하기가 무척 어렵다. 퇴사자체가 큰 무기로 작용하므로, 팔로워들이 수직적인 힘의 중력을 그다지 부담스러워하지 않는다. 리더나 팔로워나 모두 수평적이고 대등한 관계가 된다. 평등한 입장으로 근무하니 선진적인 근무환경이라고 할 수도 있다. 대신 스스로 알아서 굴러가는 조직의 힘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5.

“가뜩이나 손님도 없는데, 일하는 사람끼리 자꾸 트러블이 생겨서 너무 힘들어요.”

작은가게에는 특별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대규모 큰조직이라면 신경쓸 필요도 없는 일이, 여기저기 수시로 터진다. 큰조직에 익숙한 분이 작은가게를 창업할 때,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다.


의원급 병원도 결국 작은가게다. 나도 리더십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열심히 해보았지만, 시중에 널린 리더십관련 책들은 거의 대조직에 대한 이론들이었다. 만일 본인이 작은가게에 준하는 독립된 구조속에서 근무하고 있다면, 그 안의 리더나 팔로워는 모두 작은조직에 알맞은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그동안 고민한 흔적들을 여기에 하나하나 써나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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