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방공호

by 티보치나


김윤아, 권나무, 9와 숫자들, Mot, 백아

무언가 통달한 듯 철학적이고

시적인 가사가 인상적인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들.

말랑하지 않으면서 부드러운 목소리,

하지만 강한 에너지를 내뿜는 목소리.

따뜻하면서도 흐트러짐 없는 기운의 목소리와

흐느껴 울게 해서 위로받게 해주는 그들

아련하면서도 나지막이 부른다

조용한 울부짖음이라 해야 되나,

절제된 간절함이라 해야 할까.

닮고 싶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들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산속 아주 깊은 곳에

쉽게 찾을 수 없는 안전한 곳에..

낙엽 한가운데 덮여있어서 뚜껑 위에

폭신폭신한 낙엽층이 있는,

그런 곳이 상상된다.

나는 그 안에 조용히 숨어있는 사람이 된다.

아무도 찾지 않은 곳에서,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로.

그곳에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되고

무너지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굳이 만들지 않아도 된다.

그저 숨만 쉬고 있어도

괜찮은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잠깐씩 그곳으로 내려간다.

현실에서는 한 번도 가져보지 못했던

안전한 감각을

그 소리 안에서만

조금씩 빌려 쓰듯이.



9와 숫자들 - 방공호


나의 방공호는 어디일까

그곳을, 영원히 내 방공호 속 세계를 지키고 싶다. 나는 끝까지 나의 방공호를 지킬 수 있을까?

그것을 타인에게 보여준다는 것은

엄청난 일인데,

혹시 이 공간이 누추하게 느껴지진 않을까,

얼마나 많은 정리가 필요한데

그 사람에게 나의 방공호에

들어오지 않겠냐고

말하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하면

울컥하게 된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마음 가장 깊은 곳,

심연을 나누는 일이다.

그것은 기적이다.

그래서 더 두렵다.

그 심연을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는 것은.

언젠가 그 사람이 그곳을 떠날 수도 있다는

가능성까지 함께 내어주는 일이니까.

나는 여전히 내 방공호를

끝까지 지킬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한다.

누군가를 들이는 순간,

그곳은 더 이상 나만의 공간이 아니게 되니까.

그래서 사랑은 안전해지는 일이 아니라

무너질 가능성을 끌어안는 일에 가깝다.

'내가 아껴둔 공간이지만에게만 보여줄 거야.

네가 내 안을 탐험하다가 찾기 전에 먼저 보여주고, 인정받고 싶어 들키기 전에.

들키기보다 먼저 보여주고 인정받고 싶어

내가 이렇게 누추하긴 하지만 너에게 내 모든 걸 보여줄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 번쯤은 그 문은 열어보고 싶다.

사랑은 결국,

끝까지 숨겨왔던 나의 가장 깊은 곳을 내어주고도

무너지지 않기를 선택하는 일이다.


모진하루에, 다 지쳐버린 부서진 너를 네가 안아줄게 반드시 나 너를 안아줄게
끝없이 긴 외로움, 그 마음 알아
꼭 삼켜야 했던 기도까지.
차가운 바람이 그친후엔 아름답게 남을 거야. 기억도, 아픔도 모두 빛날 거야.

김윤아 - 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