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 나 금방 까먹을 거잖아. 왜 그래 정들게 말이야.
5, 6학년인 고학년 아이들의 영어 교과와 1학년의 아이들의 안전교과를 전담교사로 계약해서 한 달간 아이들과 수업을 해왔다. 드디어 계약했던 한 달이 지나고 아이들과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다. 살면서 수없는 만남과 이별의 반복을 겪어왔지만 왜 항상 이별은 쉽지 않을까? 이별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 깊은 어느 곳이 저릿하게 피가 통하지 않는 느낌이다. 마흔을 훌쩍 넘긴 나도 이런데 어린아이들에게 이별은 익숙하지도 않고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감정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1학년 아이들과 안전교과를 즐겁게 끝내고 나오며 오늘이 마지막 날이었다고 인사를 했다. 마지막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앞자리에서 앉아 항상 발랄하게 방긋방긋 웃으며 수업에 최고로 열심히 참여했던 서연이의 큰 눈이 더 커지며 몹시 놀랐다.
"안전 선생님 떠나세요? 왜요? 아흑 안 돼요." 울먹울먹 거리며 교실 앞으로 뛰어나오더니 나를 덥석 안았다. 아니 더 정확한 표현으로 내 다리에 매달렸다. 나의 키가 170cm이고 제일 앞자리의 서연이의 키는 100cm 남짓이므로 나를 끌어안아도 내 다리밖에 안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것은 댐을 막고 있었던 작은 돌멩이의 효과인가? 나머지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나를 둘러싼 동심원이 점점 더 커졌다. 아이들의 반응에 몹시 당황한 나는 갯벌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다리에 매달려 있는 아이들에게 둘러 쌓여 한동안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쉬는 시간이 되어 들어오신 담임선생님께서도 안타까워하시며 아이들을 나에게 때어(?) 내주셨다.
역시 1학년은 아가들이다. 담임선생님도 아니고 만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끌어안고 안 놔주고 가지 말라 하고 울먹거리고 난리부르스다. '어머 얘들아, 나 이렇게 사랑받아도 되니? 고맙다.' 이런 속마음이지만 질척거리면 안 되는 시간강사샘은 과감하게 작별을 고하고 쿨하게 떠나야 할 자리를 잘 알고 마무리를 했다.
천사들의 합창 히메나 선생님처럼 아이들의 사랑을 촘촘히 받고 나니 왠지 떠나기가 싫어졌다. 고작 한 달 만에 이렇게 사랑을 듬뿍 주는 작은 생명체들의 성장을 더 돕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 순간에는 교직을 떠나고 나니 더 이런 사랑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져 후회까지 밀려왔다.
자식 키울 때는 힘들어서 자식들 예쁜지 모르고 키우다가 생활의 여유가 생기는 노년에 손주를 보며 느껴지는 감정이랄까? 아직 손주 볼 나이는 아니지만 지금 딱 그 느낌으로 수업할 때 아이들이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사실은 잘 알고 있다. 새로운 선생님이 오시면 질펀하게 이별식을 하며 가지 말라 했던 히메나 안전 선생님은 일주일이면 까무룩 까먹는다는 것을. 그러면 어떠한가 내가 기억하면 되지. 시간 강사를 하며 학교를 짧게 여러 학교 학생들을 만나니 사랑만 받고 떠나는 느낌이다. 이런 삶도 나쁘지 않다. 오래 살기를 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