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전국의 마라맛 육아 동지 여러분께 고합니다.

by 최강정

정말 이럴 줄 몰랐어요. 이 정도일지 몰랐어요. 그동안 사춘기가 왔다고 생각했지 본격 마라맛 중2병이 시작되자 그동안의 반항은 진라면 순한 맛 예고편에 불과했구나 싶습니다.

'사춘기가 온 건가? 안온 건가? 싶은 것은 안 온 것이구나.'를 뼛속까지 느끼고 있어요.


'이 지랄 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조승리)'님의 책을 보는데도 '축제'말고 '지랄 맞음'만 확대돼서 보이더군요. 내 상황이 리얼 지랄 맞는구나. 싶어서 실소가 나와요.

실실 웃어가며 살고 있어요. 나사 풀린 것처럼 말이죠.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거죠.


손바닥 만한 한우. 그것도 무항생제로 좋은 등급의 안심을 구해서 찌고 다져서 아기 목에 걸릴세라 그걸 또 갈아서 정성껏 이유식 만들어서 먹여가며 키웠어요. 책 보며 단계별로 감자, 호박, 당근, 시금치 시기별로 골고루 먹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 아이 최고만 먹이려고 정성을 다했죠. 식재료도 모두 유기농매장에서 아이 먹을 것은 좋은 것으로요. 그럼 뭐해요.

매일 라면 먹고 중국에서 언제 만들었는지 모를 중국간식 마라맛 팽이버섯 이런 거 까먹고 있고 속이 터집니다.

막말과 고성과 등짝 스매싱이 오갔지만 몰래 먹는 거 못 말려요.

이제 그럴 시기도 지났고요.


속에서 천불이 계속 나서 시커멓게 타고 구멍이 났어요. 나는 속상해 죽겠는데 유튜브 보며 실실 웃어젖히는 걸 보니 또 웃겨요. '넌 참 웃음이 나오냐? 행복해서 좋겠다.' 싶고요.

마주치면 으르렁 거리고 싸우고 어차피 말도 안 듣고

이제 그냥 스스로에게 맡기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 모릅니다. 애지중지한 만큼 나의 방식을 놓기가 쉽지가 않더라고요.


법륜스님 강연 듣고 목사님 강연 듣고 사춘기 관련 책, 마음수련, 비폭력대화 수련과정, 가족상담사 1급 자격증까지 정말 많이 노력해 보고 얻은 것이 있어요.


아이를 병들게 하지 말자.

나를 병들게 하지 말자.


나의 고민이 나만의 고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와 같은 중증 사춘기의 긴 터널을 지나고 계시는 모든 부모님들과 사춘기아이들과 만나며 교육하고 계시는 분들께 이 글을 바칩니다.

마치 내가 금쪽같은 내 새끼 보며 '와... 제 진짜 심하다. 우리 집은 저 정도는 아닌데...'이러며 타인의 불행을 구경했던 과거의 나를 호되게 혼내고 있어요.


저는 믿습니다. 모든 사춘기 부모들에게 던지는 희망의 메시지요.

바로 '지랄총량의 법칙' 을요.


언젠가 겪을 이 지독한 시기를 그래도 부모 그늘 밑에서 겪어서 다행이라고.


치열하고 낯부끄럽고 치졸하고 치사한(쓰다 보니 왜 이렇게 치읓과 관련된 것들이 비장하고 힘들지요?) 마음이 들게 한 사춘기 아이를 통해 성장하는 엄마의 성장기 함께 해주세요. 계속 엄마 공부시키는 (본인은 공부안하면서)소중한 아들덕에 요즘, 매일 도서관으로 출근합니다.




+매주 화요일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