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으로 도망친 엄마

고맙다 자아실현 1등 공신

by 최강정

'낄낄낄낄.' '흐억 흐흐흐 ' 중간중간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쉴 새 없이 웃어젖힌다. 마치 숨 쉴 시간도 아깝다는 듯이 화면속 유투버의 드립 멘트 하나하나에 열광적으로 호응해 댄다. 콘텐츠의 내용들은 대게 30대는 족히 넘어 보이는 남자 둘이 자취방에서 서로를 골탕먹이며 상황극을 벌이는 것이다. 슬쩍 옆에서 보니 한 명을 화장실에 가두고 거기에서 숙식을 하게 하며 장난스럽게 촬영하며 화장실 숙식라이프를 송출을 한다. 더럽게 화장실 안에서 부르스타 켜고 라면 끓여 먹고 이불 깔고 잠까지 자게 하며 유난 떨며 드립치고 장난해 대는데 눈살이 찌푸려졌다.

"야 재네 엄마들도 저런 거 아니?"

"엄마, 구독자가 몇 명인지 알아? 100만 명 넘어."

난 분명 '누구네집 아들이길래 저러고 사니? 엄마가 이런 거 아시면 속상하겠다.'라는 의미로 말한 건데 이분은 또 행간을 정확히 읽고 '구독자 100만 명이면 이미 효도 중이지.'라고 받아친 거다.

구독자수에 머쓱해졌지만 여기서 밀리면 안 된다.


"너도 그럼 저런 화장실 냄새나는 거 보고 있지 말고 너도 찍어봐."

"엄마, 시끄러워. 나 소리 안 들려."

그래 목소리 음소거 해주마. 요 근래 내 미간 근육이 더 올라왔다. 시시각각 인상을 써대서 그런가 이마 새로 주름이 깊게 패였다. 이럴 거면 보톡스를 놔주던가.


아침에 눈을 뜨면 저분은 이불속에서 휴대폰에 눈을 딱 붙인 채로 안 나온다.

오늘의 휴대폰 제한시간을 전부 다 쓰면 그제야 이불밖에서 나와서 화장실로 향한다. 일어나면 자동으로 소변부터 보고 싶지 않나? 선택적으로 몸을 통제하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아마도 소변조절기능이 고성능으로 탑재된 게 분명하다.

밤새 잡새들과 놀다 왔는지 머리에는 새둥지가 질펀하게 앉아있다. 이제는 씻으라는 말도 안 한다.

"아침. 아니다 점심 먹어야지."

"배 안 고파."

다시 자기 방 이불속으로 돌아간다. 고향 찾아 돌아가는 연어처럼 회귀본능이 있어 보인다. 고성능 소변기능과 연어집 옵션기능이라.. 연구대상이다.


여러 기능들이 탑재된 아들의 음식 취향은 확고하다.

김치찌개를 돼지고기 넣고 두부 넣고 바글바글 끓여놓으면 라면 먹고 싶다고 한다. 된장찌개를 끓여놓으면 김치찌개가 먹고 싶다고 찡그리며 라면 먹는단다. 한식 극혐 주의자인가? 이럴 거면 나한테서 말고 외국에서 태어나지 왜 여러 사람 고생시키나 싶어 심술이 난다. 하지만 항상 계란말이는 예외옵션이다.

"계란말이 있어."

"....... 어, 먹을게."


거대한 덩치인데 하루 이틀을 굶어도 몸에 있는 지방 태우며 살아도 안 죽을 건데. 정작 한 끼라도 건너뛰면 내 목에 뭐가 턱 걸린 거처럼 불편하다.

"계란말이 먹고 배고프면 만둣국도 있으니까 떠서 먹어 아직 따뜻해."

"네, 엄마 나 핸드폰 좀 풀어주세요." 하며 웃는다.

슬쩍 미쳤나? 이 상황이 재밌니 넌?

그가 존댓말을 할 때는 딱 두 가지 상황일 때.

돈 필요할 때와 핸드폰 제한시간 요청할 때이다. 기가 막혀서 나도 실웃음이 나온다. 기가 막히면 죽을 수도 있으니까 내 몸이 자체로 기를 뚫고 나오나 보다. 실소로.


현관문을 안쪽에서 또다시 "낄낄낄 흐억 하하."소리가 새어 나온다.

미간 근육이 더 솟구치기 전에 도서관으로 출발한다.

내가 너 덕분에 이 나이에 매일 도서관으로 출근한다.

고맙다. 진짜로. 학창 시절 때보다 도서관 더 많이 가게 해줘서.

어금니 꽉 깨물면서 하도 많이 말을 해대서 이제 복화술까지 능해졌다.


고성능(소변 참기 기술 + 연어집 기술) 보유자 아들과 함께 살다 보니 복화술도 생기고 도서관도 자주 가고 최고다 정말. 답답한 마음에 AI로 사주 봤더니 자식이 서른 넘어 효도한다고 효자랬는데. 이런 식의 효도를 말하는 건가?

이런 거라면 나를 농락한 기계까지 원망스럽다.

너를 통해서 나를 업그레이드하게 하다니.

진심 머리에 있는 새둥지 날려버리고 싶지만 머리통 맞고 아프면 병원 데려가야 하고

엄마 때문에 머리 다쳤다는 둥

지능이 떨어진 건 엄마 탓이라는 둥

둥둥둥 말이 길어진다. 그러니 머리 새둥지는 흐린 눈으로 자체 블러처리해야 후한이 안 생긴다.

머릿속으로 엎어뜨리고 매치고 백만번은 했지만 나의 본능을 교양으로 누르기 위해 도서관으로 도망쳐왔다.


그래 난 지식인이야. 공직에서 20년 넘게 일했고. 나 대학원도 나왔잖아. 폭력은 나쁜 거야.

되네이고 다독이고 수련해야지.


나는 너를 견디고 정작 네가 나를 키우는 기분이다.

겁나게 고~~~ 맙다. 내가 꼭 훌륭하게 커줄게.


텀블러에 물대신 소주 담아서 오고 싶은걸 교양으로 꾹 눌러본다. 이글이글

내 부모도 아닌데 나를 끊임없이 공부시키는 너의 정체를 과연 책에서 찾을 수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