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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스런 후후작가 Jul 23. 2024

MZ세대 촌캉스처럼 즐기기

내 친구 마이클잭슨빽

  남편과 아들이 여행 간 동안 친정에 내려왔다. 친정 올 때 대부분 아이와 동행해서 왔던 터라 오롯이 나 혼자 엄마밥을 먹으며 쉬니 이곳이 천국 같다. 둘만 여행 간다고 삐졌던 과거의 나야 정신 차리렴. 다음부터는 남편이 아이 데리고 나간다면 무조건이다!


부모님도 뵙고 친구들하고도 놀고 싶다. 어쩌지? 그래! 결심했어. 부모님 댁으로 친구를 부르는 거야. 친정 전원주택은 2층 구조라서 1,2층이 분리되어 부모님 집이지만 펜션처럼 자유롭게 보낼 수 있다. 나와 유구한 역사를 함께한 친구 빽이 아들 둘을 남편께 토스하고 당진으로 오기로 했다. 천안에서 당진까지 1시간여 걸려 도착했다. 여고동창인 우리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 남편들까지 다 알던 사이라 아주 오랜만에 만나도 길게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서로의 모든 역사를 알고 있어서 편안하다.


내가 아는 빽은 173의 모델 같은 신장에 이목구비가 뚜렷해서 대학시절 한창 꽃 피울 시절에 전지현과 닮았다고 하면 술을 사곤 했던 쾌녀였다. 난 아홉수를 피해 28에 결혼을 하고 빽은 다음 해인 아홉수에 결혼했다. 아홉수에 결혼한 빽은 인생파트너인 남편을 만나서 부모님으로부터 못 받은 사랑을 듬뿍 받고 잘 살고 있다. 아홉수 미신은 다 뻥인듯하다. 빽과 나의 추억은 상당해서 선별해서 말하는 것조차 고민된다.


예쁜 이목구비에 비해 구릿빛 피부를 타고난 그녀는 화장을 시작한 대학시절부터 인기가 수직상승했다. 유일한 단점인 까만 피부를 하얀 파우더팩트를 연신 처발라 얼굴이 마이클잭슨같이 하얗게 화장 아니 변장을 하니 까만 피부에 감춰줬던 뚜렷한 이목구비가 마이클빽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제발 목까지 어떻게 해보라고 목은 까만데 얼굴만 하얗게 동동 떠다니는 대학시절이었지만 목까지 화장품 바르면 재정 파산이라며 얼굴만 커버하고 다녔다. 어디서든 눈에 띄는 외모덕에 헌팅도 많이 받았었고 합석제의도 많이 들어왔다.


하루는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집이 있던 그녀가 하얀 백바지를 입고 귀가하는데 멀리서 남자가 다가오더니 정말 세게 엉덩이를 손으로 팍 치고 도망을 가더란다. 황당하기도 하고 열이 받아서 전속력으로 이 새끼 거기 서라고 달렸지만 워낙 저질 체력인 그녀는 1분도 못 뛰고 놓쳤다고 했다. 빡치는 백바지 사건 이후로 집에 갈 때 누가 엉덩이 칠세라 주변을 살피며 간다고 했다.


과거 어느 동네에서나 볼 수 있었던 동네바보형들도 미인은 알아봤다. 우리 동네 바보형 애칭은 '띠'였다. 테크노댄스 선두주자 가수인 이정현의 '와'노래를 모두 '띠~~ 이'로 처리해서 동네 사거리에서 하루 종일 춤을 추는 형이었다. 그는 검지손가락을 입에 물었다가 뺐다 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기괴한 버릇을 갖고 있었다. 사거리를 지나칠 일이 있을 때 마치 주유소 앞의 그 인형처럼 항상 그 자리에 띠형이 있었다. 그 '띠'형이 우리 넷 중에 빽의 어깨를 침묻은 검지손가락으로 쿡 누르며 '띠~~ 이' 하고 웃었다. 그 후에도 친구들이 우르르 지나가도 꼭 빽만 픽 당했었다. 넌 띠한테도 먹히는 얼굴이라며 아직까지 놀림감이다.


미군부대 주변에 사는 우리는 만나면 항상 버거킹에서 햄버거를 먹었다. 그날도 버거킹에서 치킨버거를 먹고 있는데 주한미군이 다가와서 뷰티풀 거리며 말을 걸었다. 영어 울렁증인 그녀는 벙어리인척 하며 외국인을 보내버렸다. 영어만 잘했어도 지금 미국 가서 살고 있을지도 모를 빽이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면 편의점으로 꽃배달이 오는 우리 친구들 사이에서는 연예인 같은 그녀는 결국 영혼의 단짝을 만나기 위해 그 수많은 남자들을 뿌리치고 지금의 남편과 잘 살고 있다.


개그코드가 나랑 찰떡인 그녀는 하늘에서 낙엽만 떨어져도 웃겨서 배꼽 잡던 여고 시절에 만났으니 하루하루가 그냥 지나갈 일 없었다. 시끄럽게 배꼽 잡고 떠들어서 얼마나 많이 혼났는지 버스 타고 가다가 너네들 그만 웃으라고 운전기사 아저씨들한테 여러 번 혼난 기억이 난다. 둘 다 남자 친구가 없었던 크리스마스 때 명동에 가자며 무작정 명동에 술집에 들어갔었다. 동네에서 놀면 될텐데 겉멋 들어서 명동까지 무작정 갔다. 역시나 할 일이 없었던 우리는 그 당시 썼던 폴더폰의 버튼을 머리에 문질러 나오는 숫자가 큰 사람이 술을 마시기로 했다. 숫자 100100100이 나오자 빽이 100 나왔다고 해드뱅잉 하며 포복절도하고 웃다가 의자가 옆으로 기울어져 넘어졌던 기억이 난다. 정신을 차려보니 주변에 사람들이 사라진 걸로 봐서 우리가 미쳤나 싶어 피한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은 스마트폰이라 그런 아날로그적 장난을 못 쳐서 정말 아쉽다.


2002 월드컵도 동네에서 보면 되지 또 버스 타고 상경해서 광화문에서 태극기 얼굴에 그리고 응원하러 같이 간 사람도 빽이다. 전 국민이 붉은 악마에 빠져 티쳐츠 수건 할 것 없이 월드컵 베이비라는 말이 나올 그 시기에 대학생이었던 우리는 끓어오르는 젊은 피로 서울에 가서 놀자며 붉은 악마티를 입고 상경했다. 혼자 라면 못할 일을 둘이면 가능했다. 분위기에 도취해 응원하고 막차 타고 내려오며 오늘도 즐거웠다며 돌아가는 길 엉덩이 퍽치기 조심하라는 말도 잊지 않고 헤어졌다.


내 사랑스러운 친구 마이클빽은 얼굴도 이쁘지만 목젖은 더 미인이다. 웃을 때 어찌나 입을 크게 벌리고 웃는지 만나고 나면 선홍색 목젖만 떠오른다. 내가 웃긴 말을 하면 배꼽을 잡고 웃는 그녀는 목젖이 시원하게 보이게 입을 벌리며 머리를 앞뒤로 해드뱅잉 하며 리액션한다. 애가 이렇게 순박하니 어찌 사랑스럽지 않은가? 다행히 좌석이 개별적으로 떨어져 있는 곳이면 상관없는데 등받이가 없거나 얕은 곳은 쥐약이다. 웃다가 앞뒤로 해드뱅잉 하면 생판 모르는 뒷사람과 여러 번 박치기했었다. 언제인가는 너무 심하게 퍽 소리 나게 뒷사람을 박아서 그 자리에서 석고대죄할 뻔한 적도 있다. 이럴 거면 락커를 하지 머리 그만 흔들라고 해도 안 고쳐진다.


에어컨이 없던 여고시절 여름방학 때 학교 보충수업을 듣다 보면 등줄기에 땀이 흘렀다. 교실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애들이 잘 오지 않는 화장실 문을 잠그고 우리끼리 화장실에서 샤워하고 물 뿌려주며 더위를 식혔었다. 공부를 하러 간 건지 물놀이를 하러 간 건지 모르겠지만 우리끼리 여름을 식히는 방식이었다. 그럴 때마다 남다르게 가슴이 발달한 그녀는 항상 큰 가슴이 고민이라며 샤워할 때마다 이야기를 했다. 평소에도 큰 가슴을 숨기려고 큰 키인데도 불구하고 자세가 구부정했고 게다가 무겁다고도 했다. 그럴 때면 나와 내 친구들을 매우 친절하게 팔을 길게 뻗으며 "빽 무거우면 가슴 내 팔에 올려놔. 나밖에 없지?" "빽 어깨 펴고 왼쪽 가슴은 내 팔에 올려." 이런 게슴츠레한 농담을 하며 우리의 여고 시절이 무르익어갔다.


철없이 농담하고 만나면 해드뱅잉이 일상이었던 우리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다시 만났다. 내 눈에는 아직도 그녀는 처음 만났을 때 여고시절 얼굴로 보인다. 우리 부모님께서도 너는 어쩜 그대로냐고 반기셨다. 남편들이 아이를 봐줘서 우리끼리 볼 수 있어 이 시간이 더욱 귀하게 느껴졌다. 엄마가 주신 몸빼 바지를 나눠 입고 텃밭에서 상추를 뜯고 고추를 따서 고기를 구워 밥을 먹었다. 이미 지난 나의 생일이지만 케이크 또 하자며 케이크까지 사 와서 초등학생처럼 친정집에서 파티도 했다. 핸드폰으로 정말 더럽게 안 맞는 점프샷을 찍고 관절 아프다며 낮잠도 퍼져 잤다. 니 방귀가 더 독하다 아니다 네가 더 독하다며 선풍기 앞에서 방귀 뀌지 말라고 투닥 대며 자는 게 아쉬워 밤늦도록 수다 떨다 새벽녘에나 잠이 들었다. 동네 친구가 친정 가서 부럽다며 뭐 하냐고 하길래 친구랑 1박 하며 놀고 있는 사진을 보냈더니 MZ 촌캉스 같다며 너무 부러워했다. 그럼 너도 오라며 언제든 환영한다고 초대했다. 우리 엄마는 이 사실을 모르지만 아마 좋아하실 것이라 믿는다.

각자 열심히 살다가 만나면 다시 여고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마법 같은 사람이 있어서 행복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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