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길20, 호주

멜버른 2 - 동심

by 지구 소풍 이정희

호주 현지 한국인 여행사인 탱스투어에서 오늘의 투어를 시작한다. 아직 짙은 새벽 호텔을 나서서 전차도 드물어 시내를 걸었다. 멜버른 시내가 작아 손바닥같이 작지만 아기자기하다.

남반구 호주는 추운 겨울을 피해 이곳의 여름을 즐기려는 북반구의 유럽, 미국, 아시아 사람들의 여름 관광 성수기인 데다 호주의 제일 자부심인 국제 테니스 대회가 열리는 중이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멜버른에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붐비고 있어 뭐든 만석이라고 한다.

멜버른 근처의 관광지는 사람들로 넘실대어 이미 11월 말에 예약이 마감되었다며 선택이 빨랐던 우리는 행운이라고 한다. 한국인 투어 회사가 여럿 있는데 인기가 있는 곳은 가격도 20만 원이 넘고 정말 예약하기 힘들다. 그런데 어찌하나 영어도 안되고 혼자 자동차를 빌릴 수도 없으니 이렇게 6개월 전에 평좋은 한국인 투어라도 예약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수밖에---

호주에 이민 온 지 15년이 되었다는 가이드는 새벽에 시작한 일정이 밤 11시 넘어야 멜버른 시내에 올 수 있다며 다른 관광팀보다 더 서둘러 움직여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며 오늘 우리의 임무는 집중과 신속이라고 강조한다.


오늘의 바쁜 일정은 '마루 코알라 애니멀 파크 -> 그란츠 리저브 -> 샤샤마을(점심식사) -> 퍼핑 기차투어 -> 노비스센터 -> 필립아일랜드 펭궨쿠어 -> 멜버른 '이다.


운전을 하며 끊임없이 호주 이야기를 하는 미남 가이드가 처음으로 내려 준 곳은 마루 코알라 동물원이다.

말이 동물원이지 휴게소처첨 생긴 농장인데 입장료가 30달러이다.

호주에서만 볼 수 있는 코알라, 캥거루와 함께 먹이를 주고 사진도 마음껏 찍을 수 있다니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다.


에뮤, 딩고, 특이한 알비노 캥거루가 있어 입장료가 아깝지 않았다. 입장할 때 주는 말린 사료를 캥거루에게 먹이로 주려면 폴짝폴짝 뛰며 다가서며 순한 모습이 되는 것이 그저 신기했다.

평생 동영상으로만 보아 온 캥거루가 내 앞에서 나와 눈을 맞추는 체험은 호주에서만 가능한 것 아닐까?

그란츠 리저브

두번째로 들른곳은 그란츠 리저브이다. 이곳은 중생대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숲이다. 자동차는 에어컨이 잘 되어도 덥더니 산책로는 수풀이 우거진 곳이라 공기가 맑고 습하지 않아 시원하다.

무엇보다 서두른 덕에 솦에는 우리 일행뿐이어서 여유로운 산책을 즐길 수 있었다.


제일 먼저 엄청 큰 나무 밑에서 가이드가 하라는 대로 사진을 찍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공룡들이 살고 있을것 같이 엄청 죽죽 뻗은 야생 고사리와 연두색 이끼들의 면적이 장난이 아니다.

제주 곶자왈은 연한 아기들이라 생각할 정도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많이 본 유클립투스 나무숲 사이를 잠깐 산책했다. 이곳은 똑같은 나무가 없을 정도로 생명이 다양하다.


'아, 가이드 말처럼 자동차를 타려고 주차장에 돌아오니 한국인 단체들이 물밀듯 밀려온다. 부지런한 새가 먹을 것이 많다!'


11시 샤샤 마을 둘러보기부터 시작했다. 멜버른 유일의 산 단데농 지역에 있는 작고 예쁜 마을 샤샤프러스는 퍼핑 투어를 가기 위해 들리는 곳이다.

아기자기한 모습이 동화 속에 등장하는 작은마을 같았다.


100m 정도의 작은 도로 양쪽으로 맛집과 소품, 선물 가게들이 개성 있게 줄지어있다. 관광객들이 내리자마자 달려가는 곳 모두 맛집이라 대기줄이 아주 길다.

점심도 먹고 좋아하는 컵도 사려는 계획은 어렵게 되었다.

화덕구이 피자집이 맛집이라 대기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어찌나 맛있는지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손으로 빚은 삐뚤삐뚤한 반죽에 얇고 바삭하고 졸낏한것이 먹는 내내 정말 즐거윘다.

'개인적으로 여기서 조금 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면~~~~'

퍼핑 마을의 2시 15분 예약한 기차를 타기 위해 서둘러 갔다. 100년이 넘은 증기기차 탈 생각에 벌써 신났다. 이곳 직원들은 나이가 드신 분들이 많은데 모두 자원봉사자분들이시라고 한다.

어찌나 친절한지 사진을 찍자고 요청하면 함께 사진도 찍어주고 스마일 표정이 멋지다.

'나도 저렇게 봉사하며 살 수 있을까?'


뿌 뿌~~ 열차가 출발!

기차가 출발하는 방향으로 오른쪽에 앉아야 퍼핑빌리 전경을 즐길 수 있다. 생각보다 귀여운 증기기관차이다. 아직도 석탄을 연료로 하여 기관사가 탄 칸 옆은 석탄 가루가 날린다는데 우리는 가운데 칸이라 참 좋았다.


'창밖으로 다리를 쭉-내놓고 타는 그 순간이란!'

작은 열차의 창가에는 사람들이 지네 다리처럼 많이 앉아 있다. 진짜 이곳에서만 가능한 특별한 방식이다.

살랄살랑 숲속에서 부는 바람을 맞으며 고불고불한 기찻길을 달리는데 모든 것을 잊고 다른 세상에서 모험을 즐기고 있다는 착각이 든다. 특히 기차가 커브를 도는 구간에서는 앞쪽과 뒤쪽 칸이 모두 보이면서 뱀 모양처럼 정말 멋지다.


소리를 들어보세요!!

칙칙폭폭~~~~

치치 치 풍붕~~~


사진에서 본 역동적인 포즈를 취해봤다. 어린아이가 된 양 모두 신이 났다!

다리 밑에 지나가시던 분들,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는 사람, 공놀이를 하고 있던 아이들도 우리의 즐거움을 아는 듯 함박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어주셨다


좁은 철로가 하나여서 20km를 1시간 정도 2개정도 정류장을 지나 달리는데 제주도 곶자왈 기차와 비교가 안될 만큼 스피드가 있어 기차 여행을 하는 것 같았다.


노비스센터는 석양이 아름다운 해안 길로 유명한 곳이다. 한 여름이라 기다려도 해가 길어 석양을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야생 왈라비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해안 길이나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 옆에 무리를 지어 움직이고 있었다. 도로 중간에 자동차들이 서 있으면 지나가는 왈라비를 기다려주고 있다고 보면 된다. 옛날에는 물개들이 엄청 많았다고 한다.

필립아일랜드는 멜버른 남동쪽에 있는 돌고래 모양을 한 섬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작은 펭귄인 리틀 펭귄들이 바다에서 들어와 육지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펭귄 퍼레이드)을 옆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

노비스센터에서 해안 둔덕길을 돌면 바로 보이는 곳에 있다. 해안 언덕길에서 저 멀리 벌써 입장하여 야구장 계단에 앉아 있는 것처럼 자리를 잡은 관광객들이 많이 보인다. 입구에 오늘 예상되는 펭귄이 1,586마리 정도라고 게시되어 있었다


펭귄 퍼레이드를 보기 전에 센터 구내식당에서 햄버거를 먹었다. 부부가 호주 여행 한 달을 하신다는 전주에서 오신 분들과 함께했는데 일 년에 한 번씩 외국 자유여행을 다니신다는 말씀에 무척 부러웠다


해가 서서히 바다에 가라앉으며 붉은 노을이 가득하다. 백사장에 모인 사람들은 연신 사진을 찍으며 환호하며 멀리 남극 바다에서 돌아오는 펭귄들을 기다렸다.

투어 시간 때문에 늦게 도착하여 맨 뒤쪽에 앉으니, 노을만 보이고 펭귄이 걸어오는 백사장이 보이지 않아 테크길 끝으로 자리를 옮겼다. 자유여행을 왔다면 비싼 입장료에 부지런히 서둘러 좋은 자리를 앉을 수 있었을 텐데 하며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다. 바다에서 펭귄들이 무리 지어 나왔다가 조금 걷는 듯싶더니 다시 바다로 들어가길 몇 번을 반복하며 시간을 끌었다.


생각보다 퍼레이드 시간이 길었다. 어둠 속에 기우뚱거리며 꽤 긴 모래사장 걷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모른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해안에서 보았던 팔뚝만 한 몸에 배가 불룩하고 뚱뚱했던 펭귄들과 달리 체격이 작고 말라 안쓰러울 정도이다. 사진과 영상 촬영을 되게 엄격하게 통제하는데 그 이유는 플레시 때문에 얼마 남지 않은 펭귄들의 실명 위험 때문이다.


펭귄 퍼레이드가 끝나자, 밤 9시가 훨씬 넘었다. 멜버른까지 서둘러 가야 한다. 가이드가 가로등도 없는 도로를 질주한다. 차 안의 사람들은 피곤한지 모두 자고 있다. 운전석 옆에 앉은 나는 운전을 하는 가이드가 걱정되어 계속 말을 시켰다. 가끔 길가에 로드킬 당한 동물들이 보였다.


멜버른 시내에 도착하니 밤 12시 반이다. 마지막 트램을 타려고 뛰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큰길을 따라 걸었다. 멜버른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곳은 안전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여름길 19, 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