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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 소풍 이정희 Jun 29. 2024

여름 10, 러시아 2- 바이칼 호수(이르쿠츠크)

바이칼 호수에 소원을 빌다

 

이르쿠츠크에서 바이칼 호수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터미널까지 걷기로 했다.


 8월의 이르쿠츠크 시가지 비포장 도로를 질주하는 버스를 한참 서서 보았다.

 한국의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에서 사용하던 낡은 버스가 창문을 연 채 운행되고 있었다. 

 

 길 한가운데를 지나는 움푹 파인 전차길에 무단횡단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을 향해 경고하는 자동차들의 경적과 큰 목소리로 조용한 도시는 혼란스러웠다.

 버스터미널에는 대형버스가 아닌 먼지로 뒤덮인 승합차들이 행선지를 외치며 승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이칼호수 선착장으로 가는 작고 낡은 봉고 승합차를 탔다. 시간이 되어도 출발하지 않았다. 정원을 채우기를 기다리다 출발하는 것 같았다.


 승차권을 산 사람들이 모두 의자를 채우자 러시아 현지인들이 현금으로 흥정하더니 통로에 간이의자를 놓고 쭈그리고 앉았다.


 짐이 많은 사람과 임산부, 어린아이, 노인들의 불편한 모습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어린아이에게 자리를 바꾸어줄까 물었더니 괜찮다고 웃는다.


 바이칼 호수가 세계적인 관광지인데 이렇게 엉성하게 관리되는 것이 안타까웠다. 새삼 우리나라의 편리한 대중교통시스템과 청결한 시설, 이용 요금이 대단하게 생각되었다.

체로스키 전망대
바이칼호수

 선착장에 내려 호수가 가장 잘 보이는 체로 스키 전망대에 리프트를 타고 올라갔다. 이곳도 운영시간이 정확하지 않았다. 정상에서 내려 산길을 조금 걸어내려갔다. 산등성이 절벽 아래로 시퍼런 호수와 구름이 끝없이 펼쳐 있었다.


 지구상에는 많은 호수가 있지만 시베리아의 오지에 숨어 있는 바이칼(Baikal)호만큼 관심을 끄는 호수는 드물다.


 이 호수는 이름도 많아서 ‘성스러운 바다’,  ‘시베리아의 푸른 눈’, ‘시베리아의 진주’ 등으로 불린다.


 특히 지구상에서 가장 깊은 오지에 묻혀 있고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아서인지 지구상에서 가장 깨끗한 물로 남아 있다.

바이칼호수의 상징인 물개 기념컵

 남북으로 길게 뻗은 바이칼 호수의 넓이는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넓다. 호수의 최대 깊이는 1,621m로 세계에서 가장 깊으며,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호수에는 전 세계 민물의 1/5이 담겨 있다고 한다. 바이칼 호의 표면적은 북아메리카 5 대호의 13%밖에 안 되지만 물의 양은 5 대호를 합친 것보다 3배나 더 많기 때문에 ‘세계의 민물 창고’라고 불린다.

  

 산책로 군데군데 우리나라의 솟대처럼 생긴 조형물들과 타다 남은 양초들, 정성껏 쌓은 크고 작은 돌탑들이 많이 보였다. 한눈에 이곳이 기도를 올리는 영험한 곳임을 알 수 있었다.  


 호수가 잘 보이는 곳의 나무들마다 여러 가지 색깔의 천조각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거친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길고 짧은 헝겊에는 많은 사람들의 이름과 소원이 러시아어와 영어, 내가 알지 못하는 문자로 제멋대로 쓰여있다. 드넓은 호수 쪽으로 간절하게 펄럭이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서있었다. 거친 바람에 부적 같은 헝겊들이 부딪치며 내는 묘한 소리를 들었다. 

 날아갈 듯 거친 바람이 이런 나의 이야기들을 저 바이칼 호수에 전해줄 거라고 믿어졌다.

 바이칼 호수 가운데 샤머니즘의 시초라는 알은 섬에 가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샤먼 바위에게  남은 소원을 간절하게 빌고 싶었다. 


  바위 앞에 서서 저절로 눈을 감았다. 갑자기 실 같은 비가 바람에 흩날렸다. 검은 구름과 회색 안개가 숨바꼭질하는 것 같았다. 변덕스럽고 묘한 날씨는 바이칼 호수의 시작과 끝이 어디인지 더 알 수 없게 했다.     

     

 어릴 적 러시아를 처음 알고 난 후 지나온 아주 오랜 시간들이 휙휙 떠올랐다.


 '우리 민족이 바이칼 유역에서 발원해서 지금의 한반도로 남하한 이야기. 바이칼 호변에 살고 있는 우리와 똑같이 생긴 부리야트인들의 삶을 통해 우리 몸속에 내재된 북방민족으로서의 유전인자 이야기 등등'

 

 유람선을 타고 바이칼 호수와 알혼 섬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8월 한 여름 날씨에도 바이칼 호수의 바람은 고민을 날려버릴 듯 거칠어 온몸을 떨어야 했다. 

 

'러시아의 한겨울은 어떤 모습일까?'


'바이칼 호수는 나의 소원을 말하면 다 들어줄 것 같은 신비한 곳이었다!'

 


카잔성당

 이르쿠츠크 시내에 내려 전차를 타고 카잔성당을 보기 위해 한참을 걸었다.


 멀리서 보아도 알록달록 예뼈서 동화책의 한 장면 같았다.

 한여름 크리스마스가 생각나는 붉은 벽돌에 파란 지붕의 예쁘고 화려한 색채의 성당은 처음이다.


 러시아 국민의 70% 이상이 러시아 정교를 믿으며 수세기 동안 러시아의 수호자로 국민들의 공경을 받고 있다고 한다.


 1936년 스탈린에 의해 철거되었다가 1993년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는데 소련의 붕괴 이후 복원된 최초의 성당이라고 한다.


 성당 내부도 화려한데 다른 나라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러시아 정교회 성당은 여느 성당과 다른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째, 예배 보는 의자가 없다고 한다. 성당은 자기 죄의 용서를 구하는 곳이므로 서서 예배를 드리는 것을 헌신으로 여긴다고 한다. 하나님을 만나는데 앉아 있을 수 없다는 말에 경건함이 생겼다.


 둘째, 성당에 악기가 없고 사람들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화음을 이루는 천상의 소리로 성당을 경이롭게 한다고 한다. 음악은 말씀에, 멜로디는 복음에 속한다고 한다.


 섯째, 성당 앞면에 조각상이 없고 성화벽(이콘)이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신자들은 신성한 이콘이 하늘과 연결되는 창문이라 믿으며 간절한 마음을 담아 입을 맞추고 기도를 한다고 한다.

 그래서 국민들의 다수가 집안의 붉은 구석에 이콘을 모셔둘 만큼 경건하고 거북한 신앙심을 갖고 산다고 한다.

고려식당 한글 메뉴

 이르쿠츠크에서 2박을 하며 작은 시가지를 내내 걸어 다녔다. 한식이 먹고 싶어 고려식당도 갔다. 이도저도 아닌 맛이다. 소박한 쇼핑센터와 카페도 즐겼다.

 러시아도 우리나라나 사람들과 사는 모습은 모두 비슷하다. 모두들 카페와 식당에서 술을 즐겨마셨다.


 이르쿠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국내선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 안의 사람들은 수도 모스크바에 좋은 일로 가는지 한껏 차려입고는 즐거워하고 있었다.


 딸은 지루한 기차대신 더 빠르고 저렴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드디어 모스크바를 간다고 좋아했다.

 딸은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 나는 상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미술관을 마주할 생각을 하며 설레었다.


  다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유럽 저끝 이탈리아 로마나 포르투갈 리스본, 독일 베를린까지 달리고 싶다. 유럽의 작은 도시들과 사람들을 살피며 즐기고 싶다.      


'언제 유럽 횡단 열차를 탈 수 있을까?'

       

* 러시아는 2018년 7월 25일부터 8월 10일까지 16박 17일 동안 여행하였습니다.

바이칼호수에서 산 기념컵들


<매주 주말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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