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nks to 주기적 의료사태
20대 때 쓴 글을 다시 읽으며 한층 더 나 자신에 더 잘 알게 될 수 있었다. 그 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좀 더 사회에 물들게 되었다는 것 정도. 어렸을 때에도 나는 속물이었다.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이유도 성적이 잘 나왔던 것도 있었지만 어느정도 미래에 대한 안정적인 길이 정해졌기 때문이었다. 막연하게 다른 길을 선택했을 경우 내 자신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그 길이 내 적성에 맞고 온전히 나 자신을 던져 넣을 수 있을지, 그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고 그 결과를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을 지 모든게 자신이 없었다. 미칠듯이 끌리거나 좋아하는 일도 없었고 그저 남들 다하는 것처럼 공부 열심히 하며 평범하게, 그러나 평범한 가운데서는 최고의 길을 선택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운 좋게 성적도 잘 나왔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삶을 피하고 싶어 했던 게으른 무의식이 더해져 나는 의대에 진학하게 된다.
의대에 진학한 후 인생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피하면서도 평범함 속에서 최고의 길을 가고 싶었던 내 인생 계획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지는 것 처럼 보였다. 물론 의대에서 나를 초라하게 만드는 수많은 수재들을 보며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유급만 당하지 않는 선에서 남들 다하는 만큼의 공부만 하면 앞으로 어떤 길을 가야할 지 큰 틀에서 모두 정해져 있었다. 게임으로 치면 자유도는 떨어지지만 오버 밸런스라 절대 다수의 유저들이 선택하는 직업군을 선택한 느낌? 추후 의사면허를 따고 인턴을 어느 병원으로 가고 무슨 과를 전공할 지에 대한 큰 선택이 남아 있었지만 이 또한 남들 다 하는 과정이며 어느 정도 정해진 길이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별다른 내 미래에 대한 고민 없이 남들 하는 것만 하자는 마인드로 20대 초반을 살아갔다.
그러다 2020 의료파업 사태를 겪으며 미래에 대한 첫 고민을 하게 되었다. 파업 관련해서는 굳이 자세히 얘기하진 않겠다. (이 당시에는 4년 뒤에 훨씬 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상황이 올지는 꿈에도 몰랐겠지) 그 당시 본과 4학년이었던 나는 투쟁의 일환으로 국시거부를 하며 정해진 길에서 잠시 벗어나 그 동안 달려온 나의 길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나름 노가다부터 방문 설문조사, 농구대회 진행 알바 등 다양한 알바를 하며 의대생활 외의 경험도 많이 쌓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의대루트의 길에서 잠시 벗어나게 되니 나 자신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다. 더구나 그 당시에는 면허도 없었기에 나의 정체성 및 경쟁력에 대해 굉장히 큰 좌절감을 느꼈다. 결국 그 동안 매몰된 내 시간과 비용을 챙기며 사회 구성원으로서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면허를 따고 전문의가 되어야 겠다고 결심했다. 다시 한 번 정해진 길로 다시 돌아가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그렇게 인턴을 수료하고 내가 원하던 정형외과 수련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 4년의 과정 중 가장 힘든 2년을 버티고 2년만 더 보내면 전문의가 될 수 있었던 상황에서 다시 한번 현 의료농단 사태가 터지게 되었다. 2020년도와 다른 점은 자칭 의료개혁을 밀어부치는 주체가 상식이 통하지 않는 다른 점과 그에 혀를 내두르고 전공의들은 자발적으로 다 뛰쳐나왔다는 것
덕분에 다시 한번 정해진 길에서 한발 짝 벗어나 자아성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다행히 이번에 나에게는 의사면허는 있었기에 (물론 이 면허 또한 6개월간 묶여 있어서 쿠팡 부터 엑스트라 알바, 당근 알바를 전전하며 귀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비교적 좌절감이 덜한 상태로 자아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나이가 어느정도 차고 어느 덧 결혼도 해야하는 등 사회의 주요한 경제활동 세대가 된 상태에서 이러한 시간을 갖게 되다 보니 자연스레 성공한 내 인생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평소엔 일하느라 바빠 엄두도 못냈던 여러 책들을 읽으면서 느끼게 된 것은 (현 사태와 더불어) 이제는 의사 일만으로는 내가 원하는 성공을 못이룬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특히 평생 직접 노동을 해야 소득이 발생하는 의사의 삶은 내가 상상했던 경제적 자유와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기요사키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를 읽고 그 생각이 공고해졌다. 문제는 그래서 의사 말고 뭘 한건데? 였다. 의사면허 없이 나는 현재 사회적으로 전혀 생산적이지 않은 잉여자원일 뿐 이었다. 물론 그게 나쁜 건 아니지만..
그 후 원씽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나만의 한가지를 찾으라는 얘기를 하고 있었다. 다른 모든 일들을 이루어지게 할 수 있는 단 한가지 원씽. 정말 쉬워보이지만 어려운 얘기였다. 좀 더 근본적인 자아성찰이 필요했다. 어려서부터 난 뭘 좋아했을까? 우연히 방 안에서 모아두었던 어릴 때 썼던 소설책?을 보았다. 초딩 때 전쟁 만화를 좋아해서 맨날 a4 이면지에 졸라맨으로 전쟁 하는 장면 낙서를 하고 당시 좋아했던 메이플스토리와 그랜드체이스를 접목시켜 쓴 소설이었다. 나름 반 친구들 중에 계속 찾아서 읽어주었던 좋은 추억이었다.
또한 내가 공부를 열심히 했던 근본적 이유에 대해 계속 생각해보았다. 결론은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 받기를 생각 이상으로 좋아하고 즐겼던 것 같다. 또한 의대를 목표로 했던 큰 이유 중 하나가 좀 찌질하고 부끄럽지만 중딩 때 차인 전여친 및 나를 무시했던 여사친들에게 나 성공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친척모임에서 자랑스러운 아들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덤이다.
운동도 좋아했는데 살아오면서 가장 큰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때를 돌이켜 보면 농구대회에서 멋진 활약을 하고 동기, 선배, 후배들의 환호를 듣는 것이었다. 경기에 들어가면 나도 몰랐던 내 안의 흥분한 모습이 마구 표출되기도 하였다.
이렇게 돌이켜 보니 관심을 못받을 까봐 두려워 소심하고 조용한 척하지만 누구보다 관심받기를 좋아하는 관종이었던 것 같다. 요즘 자기PR의 시대라고 하지 않는가. 나는 SNS를 전혀 하지 않는다. 남들은 전혀 그렇게 보지 않지만 스스로 관종기가 다분하다는 것을 알기에 SNS를 시작하면 겉잡을 수 없게 되어버릴 것이라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알아서 일절 하지 않은 것도 있다. 그러나 현재 정해진 길에서 벗어나 내가 원하는 성공한 삶을 위해서는 나 자신을 세상에 들어낼 필요도 있어보인다.
일단 나의 원씽으로서 똥글을 쓰며 원씽이 진짜 무엇인지 어떻게 성공으로 날 이끌어 질 수 있을 지 끊임없이 고찰하며 그 과정을 여러분과 공유해보도록 하겠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