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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Mar 12. 2018

장수왕과 김정은

이번 남북, 북미 대화는 상당히 흥미롭다. 물론 성공적인 회담이었으면 좋겠지만, 성패 여부를 떠나 여러 관전 포인트가 있을듯 싶다. 크게는 세계적 국제관계과 동북아 정제, 작게는 각 국가의 입장과 리더들의 정치적 성과다. 더 작게는 이를 관전하는 국제관계전문가들의 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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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경우 <역사는 디자인된다>에서 제시한 역사연표를 근거로 현재 북한의 행보에 크게 관심을 두고 있다. 나는 역사의 패턴상 우리 시대와 가장 닮은 시대로 418년을 제안했다. 당시 한반도는 고구려와 백제, 신라, 가야로 분리된 상황으로 위쪽은 고구려가 남쪽은 다양한 지역 세력이 다투는 형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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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현재의 한반도 상황과 비슷하다. 북한은 이씨왕조를 이은 김씨 왕조이고, 남쪽은 민주주의라 하지만 지역을 중심으로 정당이 구성되어 있다. 물로 그 구도가 잘못되어 있다는 인식이 많지만, 현실은 쉽게 바뀔듯 싶지 않다. 한반도의 분단은 흔치 않았다. 418년 이후 200여년이 지나 신라가 통일, 잠시 발해로 분리되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통일신라였다. 한반도는 통일신라, 고려와 조선까지 약 1300년 세월동안 한민족이었다. 해방 후 다시 분단된지 약 70년이다. 지난 1500년동안 한반도는 두번 분단되었는데, 그 두시기인 418년과 2018년의 한반도는 닮은 상황이란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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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8년 고구려의 왕은 장수왕이었다. 당시 그는 재위 6년차였다. 98세 491년까지 약 78년을 집권했다. 그 누구도 깨기 힘든 기록이다. 영국 최장수 재위 여왕이자 올해 92세인 엘리자베스 2세도 고작 66년정도이니. 그래서 '장수'왕이다. 나는 이 기록을 혹시 김정은이 깰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27살에 집권했으니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요즘은 100세 시대라 하니 혹시 모른다. 장수왕의 기록을 깰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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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내 눈에 장수왕과 김정은이 겹쳐 보이는 건 당연하다. 장수왕은 후대 역사에서 국가의 내실을 다지고 외교력이 가장 뛰어났던 왕으로 평가받는다. 나는 김정은도 그렇지 않을까 상상한다. 그는 독특한 중립국 스위스에서 공부했다. 또한 그는 외교에 있어 여러가지 유리한 점을 갖추고 있다. 3대 세습이라는 점(왕조에서 보통 3대에 이르면 뛰어난 지도력을 발휘한다), 젊고 패기가 있다는 점, 핵이라는 수단을 손에 쥐고 있다는 점, 계속 집권할수 있다는 점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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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북한은 지리적으로 환상적인 위치에 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완충지대에 있기에 모두에게 필요한 전략적 요충지다. 패권 전쟁을 원하지 않으면 누구도 그 위치가 요동치길 원하지 않는다. 이 점을 김정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며, 이를 수단으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게다가 러시아는 가스 파이프, 중국은 고속철도 레일을 깔지 못해서 안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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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애써 김정은 부정한다. 하지만 난 김정은만 주목한다. 모두 이 외교전의 주인공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꼽지만 난 단연코 김정은이란 생각이다. 그는 평창 이후 모든 리더와 외교관들의 뒤통수를 치고 있으며, 그의 전략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생각이다. 생존을 목적에 둔 김정은의 머리속에는 문재인과 트럼프, 시진핑과 푸틴, 아베가 모두 들어 있을 것이고, 이 고리들은 어떻게 풀어야 할지 오랜 고민을 해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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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김정은의 외교는 좀 모험적이란 생각이다. 이번 외교에는 본인들 의도와 별도로 주인공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주인공이 되지 않으면 빈정상할 것이고, 후일 화근이 된다. 그렇기에 이런 급진전은 늘 위험하다. 그러나 이런 전략을 구사한 그가 20년 후에는 어떻게 될까? 상상하기도 어렵다. 엄청난 경험을 쌓은 지도자가 되어 있지 않을까. 게다가 그때 김정은의 나이는 노련한 50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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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노벨평화상 후보로 문재인 대통령을 꼽지만, 난 트럼프와 김정은도 내심 기대하고 있을거란 생각이다. 어이없게도 작년에 오바마가 그 상을 받았다. 연속으로 미국의 트럼프에게 상을 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만약 김정은이 비핵화를 선언하고 개방을 시작하는 순간 그가 그 상을 못받을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사실 안줘도 이상하다. 흥행을 위해서도 그렇고. 상상만해도 참 웃기다... 노벨평화상을 목에 걸고 있는 김정은이라니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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