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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Mar 26. 2018

콘텐츠가 먼저다

어제 술자리에서 한 선생님이 상당한 글을 매체에 기고했는데, 원고료를 터무니없이 낮게 받았다는 말씀을 하셨다. 나는 크게 동감하며 강의료를 터무니없이 받았던 이야기를 했다. 그 자리에 계신 다른 분들도 비슷한 사례들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나오지 않은 이야기는 더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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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기 있던 분들이 터무니없이 많은 돈을 원하지도 않는다. 때론 흔쾌히 재능기부를 하며 스스로 그런 자리를 찾아가는 경우도 있다. 아마 그런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상당수의 메이져 매체나 대학, 기업 등이 이런 선한 마음을 이용해 먹는다. 제대로된 보상은 커녕 말도 안되는 금액으로 재능기부를 요구한다. 이럴때 글을 쓰거나 강의를 하는 사람은 존재감의 상실을 느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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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문득 이 시대의 이념과 건축과 매체, 대학 등이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은 모두 구조와 시스템을 만든다. 이념과 건축, 매체의 구조에 들어오면 우리편이고 안들어오면 다른편이다. 누구나 어느 이념이든 건축이든 매체든 들어가야만 생존이 가능하다. 들어가면 성공, 못들어가면 실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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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구조와 시스템이 지난 세기의 작동방식이 아니었나 싶다. 이념은 민족주의나 반공주의이었다. 건축은 취업 혹은 아파트와 고급빌라 같은 주거이다. 매체는 메이져언론이나 출판에 글을 쓰는 것이다. 혹은 대학에서 강의를 한다거나. 이들 중 어느 하나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은 실패자로 간주했다. 또한 이 구조는 사람들에게 희생을 강요했다. 대의를 위한거라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보니 이념과 건축, 매체, 대학 등에서 사람과 콘텐츠를 개돼지 취급하는 지경에 이른 것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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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크게 착각하고 있다. 그런 상황이 얼마나 갈 것 같은가. 이념과 건축, 매체, 기업, 대학 등은 결국 사람과 콘텐츠가 모여서 만들어지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사람과 콘텐츠를 무시하다니!!! 그러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결과는 뻔하다. 사람과 콘텐츠가 떠난다. 그럼 그 이념도, 건축도, 매체도, 대학도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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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는데도 한계가 오지 않을까. 언제까지 이들이 당신들에게 의리를 보여줄것 같은가. 요즘은 각종 이념과 각종 건축, 각종 매체, 각종 교육기관이 넘쳐난다. 벌써 파격적 대우를 해주는 곳도 생기기 시작했다. 즉 이제 사람과 콘텐츠가 우대받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말이다. 물론 그런 말이 나온지는 10년도 넘었지만... 생각을 반전시키지 않으면 실패는 뻔하다. 바보야 문제는 구조가 아니라 콘텐츠야! 헌법 개정안에 명시되었듯 이제 갑은 사람이고 콘텐츠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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