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여러 생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여경 Jul 04. 2017

페미니즘과 동양사상

중용, 비판, 윤리

2017년 디자인평론 3호의 주제는 '여성, 디자이너'이다. 이 주제는 작년 8월 디자인평론 1호에 게재되었던 칼럼 '미녀디자이너'에 대한 비판에서 비롯되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 특집으로 꾸렸다. 비판받은 글의 필자는 나다. 그래서 나 또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다른 이들의 비판과 함께 나 또한 내 자신을 혹독하게 비판하는 시간이었다. 덕분에 새롭게 눈을 뜨는 계기가 되었다. 

-

그 후 이상하게도 나는 동양사상에 관심이 생겼다. 본래 관심은 많았지만 왠지 더 끌렸다. 왜일까? 동양사상이 뭔가 여성적 관점을 내포해서인가? 실제로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누가 뭐라든 내가 동양사상과 페미니즘의 친연성을 발견한 것은 확실하다.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

본래 페미니스트는 '여자 같은 남자' 혹은 '남자 같은 여자'를 부르는 말이었다. 이 말은 즉, 중성적인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그렇다면 중성적인 사람의 이념과 관점을 페미니즘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서양의 철학은 중성적이지 않다. 중간을 인정하지 않는 모순율과 배중률이 지배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둘 중 하나를 택하라고 닥달한다. 선택하지 않으면 틀린 것이 된다. 반면 동양사상은 '중용'을 강조한다. 적절한 중간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이걸 남녀의 구조로 놓는다면 중성적인 인간을 중이 여긴단 뜻으로 여길수 있지 않을까. 

-

흔히들 동양사상을 폄하하기 위해, 구습이니 꼰대니하는 표현을 덧댄다. 하지만 구습이면 어떻고 꼰대면 어떤가. 이미 동양사상은 우리 몸에 배어 있는 현실인 것을. 이미 남자와 여자가 나누어 있듯이. 일단 현실 그 자체를 존중하고 직시해야 한다. 동양사상을 폄하하는 태도 자체가 자기를 부정하는 행동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사실을 잘알면서도 끊임없이 자기를 부정한다. 왜 그럴까?

-

동양사상과 역사를 읽다보면 두 개의 키워드가 떠오른다. '비판'과 '도덕(윤리)'다. 동양의 선비들은 끊임없이 비판한다. 왕을 비판하고, 백성을 가르치고, 자신의 공부를 독려한다. 잠시도 가만 있지 않고 계속 떠든다. 현재 문제가 많다고. 그런데 이상하게 그 근거를 과거에서 찾는다. 과거를 통해 현실을 바꾸고 미래를 지향하는 전형적 역사적 태도를 견지한다. 구습이든 꼰대든 개의치 않고. 

-

그 근거는 공감이다. 감정 밑바닥에서 끓어오르는 어떤 잘못된 느낌을 그대로 공감한다. 여기에서 모종의 책임감을 느낀다. 이를 개인적 윤리와 집단적 도덕으로 승화시킨다. 이를 근거로 사회적-암묵적 규범을 만든다. 이 규범은 종종 상황에 따라 바뀐다. 규범 자체가 합리적 이성보다는 경험적 판단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경험이 바뀌면 자연스럽게 규범도 바뀌는 것은 천리라고 생각한다. 무척 유연한 사고다.

-

나는 페미니즘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비판'과 '윤리' 말이다. 1세대니 2세대니 하는 페미니즘의 변화는 이런 비판적 관점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또 그 근거는 현실의 '측은지심=공감'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이런 점에서 '페미니즘=메타비판+공감윤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

중용, 비판과 윤리는 동양사상을 압축하는 키워드란 생각이다. 이 말은 곧 페미니즘에 적용가능하단 생각이다. 어쩌면 현대 페미니즘은 지난 2000년의 서양문화 대한 반발로 등장했다. 비슷한 시기 동양사상도 비슷한 위치에서 함께 있다. 물론 둘은 아직 서먹하지만 서로간의 친연성이 있기에 비슷한 시공간을 점하는 것이리라.

-

페미니즘은 여성의 관점이 아니다. 일단은 위치상 그렇게 보이지만 언제든 역전이 가능하다. 중용적 입장은 양쪽 모두를 비판할수 있기 때문이다. 또 양쪽 모두를 공감할 수도 있다. 양날의 칼이 된 요즘에서 칼자루를 쥐는 태도가 바로 페미니즘이다. 여차하면 이 칼로 자신을 찌를수도 있다. 그것이 바로 페미니즘이다. 또 그것이 바로 동양사상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라캉의 거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