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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재 판사는 생뚱맞게도 대학 후배다. 아니 내가 편입할때 1학년이었기에 같이 학교를 다녔으니 동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그녀는 디자이너의 길이 아닌 판사의 길을 갔다. 나는 디자이너의 길을 갔지만 점점 샛길로 빠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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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장 핫이슈는 북미정상회담이지만, 진짜 이슈는 사법부 파동이다. 더 놀라운 것은 사법부 파동의 중심에 사법부가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자신의 치부를 드러냈다. 나는 이 놀라운 사건에 경악하기 보다는 감격하고 있다. 이건 정말 헌정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요, 앞으로 과연 이런 일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이런 점에서 김명수 대법관이야말로 대한민국이 가진 최고의 인재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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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는 일개 기관이 아니다. 삼권분립의 국가에서 사법부는 독립된 국가기관으로 국가 그 자체다. 판사들도 그렇다. 물론 그 조직 안에 위계질서가 있지만 본질적으로 김명수 대법관과 류영재 판사는 동등하다. 판사들은 각 개인이 국가 그 자체이며 재판에 임할때 스스로가 국가 그 자체임을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사법부의 독립을 주장하고, 판사의 판단을 존중한다. 그것이 옳고 그르던 판사의 판단은 국가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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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에서 류영재 판사는 개인적으로 후배이지만 이런 주장과 인터뷰를 할때는 개인이 아닌 국가의 주장으로 읽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사람들도 한 판사의 주장이 아니라 국가의 한 측면으로 읽어야 한다. 이건 정말 놀라운 사건이며, 놀라운 주장이다. 어쩌면 스스로 자정하는 것이 당연할 수 있는 것이겠지만, 국가가 이런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점에서 예외적 사태라 봐야 할 것이다. 국가가 스스로 반성하과 성찰을 하다니... 전쟁이 아닌 평화에서 국가가 이런 적이 근대 역사에 있었나... 독일?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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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국가는 강제력을 독점한다. 쉽게말해 유일하게 폭력을 휘두룰 수 있는 존재다. 국가는 무형의 존재지만 유형의 행위자는 분명이 존재한다. 그것이 경찰이고 검찰이고 군대다. 사법부는 이들을 초월해 폭력을 판단하고 통제하는 기구다. 그래서 국민이 선출한 국회와 대통령도 사법부의 판단에 고개를 숙여야 한다. 작년 헌법재판소는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감히 파면했다. 대부분의 국민이 박수를 쳤지만, 일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아직까지도. 그러나 그들이 사법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 판단 과정에 오해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즉 사법부를 여전히 존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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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자기 부정을 하기 어렵다. 법에 있어 사법부는 국가의 최고 기관이다. 어쩌면 국가는 혹은 사법부는 자기 부정을 해서는 안된다. 사법부가 자기 부정을 하는 순간 국가에 종속된 모든 존재들이 혼란에 빠진다. 그래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국가 헌법에 기반된 사법부가 스스로 헌법을 어겼을때는? 그 행위를 한 행위자가 분명하게 드러났을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국가는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할수 있을까? 사법부는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까? 결국 국가에 상응하는 국가, 사법에 상응하는 사법부가 나서야 한다. 그래서 사법부의 문제는 사법부 스스로, 판사의 문제는 다른 판사가 이의제기를 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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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운행을 할때 본 궤도에 들어가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조종사는 늘 궤도에 진입하려고 최선을 다한다. 비행기 운행 전체 과정에서 비행기는 늘 궤도 근처에 있다. 그래야 약속한 제 시간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능력 밖의 문제가 생기면 조종사는 승객에게 방송한다. "이러저러한 문제가 있어서 30분 늦었습니다"라고. 이 문제도 그렇다. 현재 사법부의 자기 부정은 궤도를 바로 잡는 과정이다. 이 상황을 궤도에서 이탈된 것이 아니라 이탈된 궤도를 바로 잡는 과정으로 봐야한다. 이것은 처벌과는 별개로 그 자체로 중요하다. 내가 나의 잘못을 인식해서 스스로 손이나 발을 자르는 것보다 철저한 자기반성이 중요한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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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일하는 사람, 본인이 속한 조직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 너무나 힘들 일이다. 국민의 존중을 받고, 옆에서 일하는 사람의 옆구리에 칼을 드리댄다는 것은 정말이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건 개인의 감정이다. 국가는 개인이 아니다. 국가가 헌법을 어겼다면 반드시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 그것이 국가가 해야할 일이기 때문이다. 류영재 판사는 그것을 잘 알고 있으며 담담히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나는 과거가 아닌 미래, 친분이 아닌 국민으로서 류판사를 응원한다. 류판사의 용기가 아닌 국가의 용기가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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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춘천법원은 사법부의 성지가 될듯한 느낌이다. 김명수 대법관과 류영재 판사가 모두 그곳 출신이다. 나도 약간 어긋났지만 강원도 원주 출신인데... 소외되었던 아니 존재 자체가 없었던 강원도의 힘이 대한민국을 바꾸고 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