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유학파와 페미니즘
어떤 단어의 개념을 찾으려면 어원을 뒤적이듯이, 어떤 이념의 근본을 찾으려면 학파를 뒤적인다. 그렇다면 '페미니즘' 이념의 근본 학파는 무엇일까? 그것은 항상 나에게 하나의 괄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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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늘 문득 떠올랐다. 플라톤과 대립하고, 알렉산더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개 같은 학자, 미친 소크라테스, 시니컬의 대명사, 그 위대한 디오게네스에 관련된 문장을 읽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모든 합리에 대한 공격, 불합리에 대한 합리를 추구한 진리의 개들, '키니코스=견유학파'야 말로 진정 페미니즘의 본체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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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 속의 디오게네스'라는 말이 암시하듯, 이 학파를 알고, 읽어본다면 페미니즘이 삶의 이상향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다수의 힘으로 응집하려던 시도와 실패, 허망한 꿈도 버릴 수 있다. 그렇지만 그 관점을 간단하게 볼 수 없을 뿐더라, 그 가치를 폄하할수도 없다. 동시에 페미니즘은 우리 모두가 반드시 지켜가야할 태도임을,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져야할 관점임을 알게 될 것이다. 디오게네스가 개와 인간을 평등하게 보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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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태도-관점은 바로 혁명으로 이어진다. 페미니즘은 혁명의 근거이자 때론 혁명 그 자체다. 하지만 혁명의 성공이 승리라고 착각해선 안된다. 혁명은 그 자체로 완성이 아니다. 혁명은 반드시 전쟁을 동반하며 전쟁이 끝나야 혁명도 완성된다. 폴라니는 19세기를 '100년의 평화'라 말했지만 그건 유럽에서만 맞다. 전쟁은 이미 외부화된 상황이었다. 유럽 외의 문명은 모두 전쟁 그 자체였다. 그리고 20세기의 전면전, 총력전, 세계대전이 끝나고 나서야... 망연자실한 그 상태에서 비로서 혁명이 완성된다. 아 맞다. 견유학파도 알렉산더의 정복과 맞물린다. 아 또 있다. 종교개혁도 30년 종교전쟁을 동반했지. 이런 흐름을 어떻게 피할쏘냐. 인류문명의 역사가 늘 혁명과 전쟁의 반복이었는데. 어쩌면... 어쩌면... 페미니즘이 논란이 되는 지금, 어쩌면 우리는 전쟁을 준비하는 상황인지도 모른다. 그렇다. 혁명은 전쟁의 전주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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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페미니즘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절차탁마! 반드시 갈고 닦아야 한다. 강박증을 치료하듯이 계속 말하고, 노출하고, 곁에두며 익숙해져야 한다. 이를 통해 자신을 재발견하고 세상을 읽고 고쳐쓰려는 노력을 견지해야 한다. 그렇게 앞으로 닥칠 전쟁, 그 참혹한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