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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Jul 30. 2017

페미니즘 이념의 기원

견유학파와 페미니즘

어떤 단어의 개념을 찾으려면 어원을 뒤적이듯이, 어떤 이념의 근본을 찾으려면 학파를 뒤적인다. 그렇다면 '페미니즘' 이념의 근본 학파는 무엇일까? 그것은 항상 나에게 하나의 괄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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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늘 문득 떠올랐다. 플라톤과 대립하고, 알렉산더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개 같은 학자, 미친 소크라테스, 시니컬의 대명사, 그 위대한 디오게네스에 관련된 문장을 읽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모든 합리에 대한 공격, 불합리에 대한 합리를 추구한 진리의 개들, '키니코스=견유학파'야 말로 진정 페미니즘의 본체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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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 속의 디오게네스'라는 말이 암시하듯, 이 학파를 알고, 읽어본다면 페미니즘이 삶의 이상향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다수의 힘으로 응집하려던 시도와 실패, 허망한 꿈도 버릴 수 있다. 그렇지만 그 관점을 간단하게 볼 수 없을 뿐더라, 그 가치를 폄하할수도 없다. 동시에 페미니즘은 우리 모두가 반드시 지켜가야할 태도임을,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져야할 관점임을 알게 될 것이다. 디오게네스가 개와 인간을 평등하게 보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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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태도-관점은 바로 혁명으로 이어진다. 페미니즘은 혁명의 근거이자 때론 혁명 그 자체다. 하지만 혁명의 성공이 승리라고 착각해선 안된다. 혁명은 그 자체로 완성이 아니다. 혁명은 반드시 전쟁을 동반하며 전쟁이 끝나야 혁명도 완성된다. 폴라니는 19세기를 '100년의 평화'라 말했지만 그건 유럽에서만 맞다. 전쟁은 이미 외부화된 상황이었다. 유럽 외의 문명은 모두 전쟁 그 자체였다. 그리고 20세기의 전면전, 총력전, 세계대전이 끝나고 나서야... 망연자실한 그 상태에서 비로서 혁명이 완성된다. 아 맞다. 견유학파도 알렉산더의 정복과 맞물린다. 아 또 있다. 종교개혁도 30년 종교전쟁을 동반했지. 이런 흐름을 어떻게 피할쏘냐. 인류문명의 역사가 늘 혁명과 전쟁의 반복이었는데. 어쩌면... 어쩌면... 페미니즘이 논란이 되는 지금, 어쩌면 우리는 전쟁을 준비하는 상황인지도 모른다. 그렇다. 혁명은 전쟁의 전주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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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페미니즘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절차탁마! 반드시 갈고 닦아야 한다. 강박증을 치료하듯이 계속 말하고, 노출하고, 곁에두며 익숙해져야 한다. 이를 통해 자신을 재발견하고 세상을 읽고 고쳐쓰려는 노력을 견지해야 한다. 그렇게 앞으로 닥칠 전쟁, 그 참혹한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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