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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Aug 08. 2017

돈의 가치

오늘 후배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너는 30억이 생기면 무엇을 할 것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예금은 말도 안되고 주식과 펀드는 위험하고, 결국 아파트나 땅에 투자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 그러면서 현재 부동산 정책이 가진 그늘, 벤야민 식으로 말하면 '소유관계는 내버려둔 채 명목상' 규제만 강화하는 상황을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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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짜피 부동산 정책은 우리와 먼 이야기다. 30억은 더 멀고 먼 이야기다. 이런 허무한 이야기를 하느니 차라리 30년뒤에 이룰 꿈을 이야기하는 편이 낫다. 그럼에도 내가 굳이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돈을 어떻게 쓸 것이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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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자의 희망과 정책의 아쉬움을 토로한 후, 나는 30억이 있는데 굳이 돈을 더 벌어야겠냐고 질문했다. 후배는 '그러게요...'라고 대답했다. 한달에 1000만원을 쓴다고 하면 일년에 1억2000만원이 든다. 10년이면 12억이다. 30억이 있다면 30년동안 한달에 무려 1000만원을 쓸 수 있다. 이자도 있기 때문이다. 30억을 저금하면 일년에 5000만원 정도의 이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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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30억이 있다. 30억을 투자하면 건물을 하나 사거나, 멋진 차를 30대 살수 있다. 그럼 30억을 금방 쓸 수 있다. 아니 모자랄 것이다. 그러나 건물이나 차 따위에 관심없다면, 그냥 여행다니며, 맛난 것을 먹고자 한다면 훨씬 더 오래 쓸 수 있다. 맨날 맛난 것 먹기도 그렇고 맨날 밖에서 자는 것도 그러니 가끔만 즐기고 평소처럼 산다면... 그러면서 내 생각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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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경우 한달에 후배들에게 죽어라 점심을 사도 카드값 200만원을 넘기지 않는다. 귀찮아서 이조차 잘 못한다. 책은 5만원 정도면 충분하다. 취미도 딱히 없고, 돌아다니는 것도 잘 못한다. 미친듯이 쓴다면 500만원정도는 쓸 수 있을듯 싶다. 30억이 있다면 60년도 쓸 수 있을듯 싶다. 나에게 그정도 돈이 있다면... 별 감흥이 없을듯 싶다. 잘 감추고 있다가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주고, 정말 필요한 곳에 선뜻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뿐. 딱히 더 이상 쓸 곳이 생각나지 않는다"고 말하며, "없어도 되지만... 굳이 있다면 학교나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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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는 동의하면서 생각해보니 자신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행복을 위해 굳이 많은 돈이 필요한 것 같지 않다면서. 그래도 있으면 마음은 편할 것 같다고 덧붙혔다. 물론 나도 그렇다. 앤드류 카네기는 죽어라 써서 3000개도 넘는 도서관을 지었다. 이건희는 그냥 죽지 못해서 살고 있다. 버는 기쁨은 누렸지만, 쓰는 기쁨은 누리지 못한채 누워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죽어라 모아서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채 죽거나 사기당하거나... 그냥 아무것도 아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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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많이 버는 방법은 많이들 얘기한다. 하지만 돈을 잘 쓰는 방법을 얘기하는 이는 참 드물다. 돈을 잘쓰면 정말 가치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고, 무엇보다 소외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돈은 나중에 벌어도 되지만, '지금'이라는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꼭 황금에 투자해야 미래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황금보다 지금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나을 수 있다. 돈을 벌기 보다는 관계를 버는 투자, 이것도 투자라면 투자 아닌가. 어쩌면 우리 사회는 돈을 벌기 보다는 돈을 잘 쓰는 방법이 더 중요한 시절이 아닐까. 돈의 진정한 가치는 버는 것보다 쓰는 것에 있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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