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된 정부상징에 대하여

by 윤여경

대구시 로고 사태를 보면서 생각난 건데, 디자인 비평 수업에서 한 학생이 질문을 했다. "지난 정부에서 바꾼 태극 로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아... 꽤나 난감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임기응변의 달인 윤응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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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메신져와 메세지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싫다고 그가 한 모든 것을 부정하면 안되듯, 최순실-박근혜 정권이 싫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한 모든 것이 잘못된 것으로 여겨선 안됩니다. 정부의 로고가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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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무엇입니까. 국가는 정부도 국회도 법원도 아닙니다. 바로 세금입니다. 국민이 낸 세금이 바로 국가입니다. 세금으로 정부도 만들고, 국회와 법원도 만들어 국민의 편의를 돕고, 범죄를 막는 것입니다. 즉 국가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는 '우리가 낸 세금이 어떻게 쓰이냐'라고 생각하면 무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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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금으로 집행되는 것과 대기업이 투자하는 것은 무엇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기업이야 사적인 단체라 돈을 어떻게 쓰던 상관없지만, 정부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적인 단체이기에 감시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세금이 쓰이는 사업은 그것을 표시하는 상징물이 있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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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과거 지방자치제를 해야한다는 구호로 지방 자치 단체와 기관마다 자신들의 로고와 캐릭터 등 상징물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습니다. 어떤 지자체는 상징물이 서너개 있을 정도로 난리도 아니었죠. 국기기관과 공기업, 준공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보니 세금으로 운영되는 지자체와 정부부처, 기관들이 기업과 헷갈리는 상황이 되어 버렸죠. 그래서 감시도 소흘하게 되고 세금도 방만하게 운영되었습니다. 엉만진창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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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박근혜 아니 최순실이 그걸 통합시켜버린 거예요! 로고의 조형성이나 의미는 둘째치고 일단 통합하고 통일했다는게 중요해요! 그렇게 통일해 놓으니 가시적으로 세금이 쓰이는 사업이 눈에 딱 보이는거예요! "아 이건 국가기관이구만! 어디 제대로 하나 보자!" 이런 태도가 생겼죠. 마찬가지로 통일된 로고를 쓰다보니 기관들도 중앙정부나 국민들의 눈치를 더 보게 되었고요. 이런 측면에서 최순실이 이건 하나 잘 했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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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조형성 문제는 따로 논의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저는 실기 선생님이 아니고 디자인도 너무 못해서... 제 판단은 신뢰할 것이 못됩니다. 게다가 지금은 비평시간이기에 조형성은 논외로 하겠습니다. 이것보다 제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점은 따로 있습니다. 가장 먼저 국민이 뽑지 않은 득보잡이 이 프로젝트를 주도했다는 점은 기가찹니다. 둘째 그 과정과 절차가 불투명했다는 점입니다. 제작과 선정 과정이 예측가능하지 않고, 공정하지 못했으니까요. 이 사업 또한 세금이 쓰인 것인데, 이건 정말 잘못된 것이죠. 물론 조형성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디자이너이기에 앞서 국민이자 시민입니다. 먼저 이런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답이 되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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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대답하고 멋지게 돌아서 수업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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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기사는 내용보다는 그냥 이미지를 참고하시라고 첨부)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257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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