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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Sep 03. 2019

광화문 현판에 대하여

가끔 광화문 앞을 걷다가 문득 광화문을 올려다본다. 두가지가 떠오른다. 첫 번째는 광화문 뒤에 있었던 총독부다. 어릴적 김영삼 정부에서 총독부를 무너뜨리는 뉴스를 스쳐가듯 접했지만 그 느낌이 어떤지 몰랐다. 그래서 사진을 찾아보고 놀랐다. 총독부의 규모와 광화문의 초라함에 놀랐다. 꽤나 역사적인 건축이 사라진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만약 총독부가 아직까지 있었다면 어떨까? 요즘같은 시절이면 난리가 났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지금처럼 시원한 느낌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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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는 광화문 현판이다. 예전 광화문 글씨를 복원했다고 하는데... 지금 광화문의 상징성과 전혀 맞지 않는다. 온고지신. 역사는 새롭게 잇는 것이다. 그렇다면 광화문은 한자가 아닌 한글로 쓰여지는 것이 맞다. 광화문 주변 맥락도 한글현판을 주장한다. 광장 지하에는 한반도의 역사와 한글을 소개하는 상설 전시장이 있다. 그 위에는 세종대왕이 앉아 있다. 그렇다면 그 뒤에 '한글 광화문'이 있어야 맥락상 당연한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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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현판 문제는 한자와 한글의 선호도 문제가 아니다. 모든 역사가 현재사듯, 역사의 문제다. 대한민국은 조선이 아니다. 현재 이 땅의 역사는 조선에서 독립된 민주주의공화국이며 한자가 아닌 한글을 공용문자로 사용한다. 이곳에 오는 해외 관광객들은 조선이 아닌 대한민국을 방문한다. 그가 충무공을 보고 세종대왕을 지나 광화문 앞에 섰을때를 상상해 보면... 과연 현재의 한자 현판이 맞을까... 이건 고민할 필요도 고려할 이유도 없다. 총독부를 무너뜨리고 일제강점기의 잔재를 걷어냈듯이, 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바꾸고 조선의 잔재를 걷어내면 어떨까.


https://news.joins.com/article/23552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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