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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Oct 02. 2019

주체와 자아 그리고 자존감

명상을 하며 레이코프의 <몸의 철학>을 음미했다. 그는 주체와 자아를 정신과 신체 혹은 이성과 감정의 관계로 보는데, 이 둘이 어떤 관계냐에 따라 태도가 달라진다고 본다. 가령 칸트의 경우 주체를 엄격한 아버지로 보아 마치 아버지가 자녀인 자아를 통제하는 은유구조를 갖고 있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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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코프는 자아가 사회적 관계이고 주체는 그 관계를 보고배워 자신의 자아를 대하는 기준으로 삼는다고 말한다. 만약 내가 적대적 상황에 있으면 주체와 자아가 적대관계가 되어 자기 파괴가 일어난다. 반면 내가 부모의 품에 있으면 주체와 자아는 부모와 자식 관계가 되어 평온하다. 물론 엄격한 부모라면 주체는 자아를 엄격하게 대할 것이고, 관대한 부모라면 주체는 자아를 관대하게 대할 것이다. 에히리 프롬을 이 상황이 극단적일 경우 전자는 메조키스트, 후자는 사디스트의 원인이 된다고 보았고 이를 집단에 확대적용해 1-2차 세계대전의 신경증적 원인으로 지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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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와 자아는 적대나 부모자식 관계만이 아니라 친구, 연인 등의 관계로도 볼수 있다. 친구와 있을때 내 주체는 내 자아를 편하게 대할 것이고, 연인과 있을때는 애정으로 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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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접근은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문제인 '자존감'을 해석할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 준다. 엄격한 아버지나 선생님, 상사, 선배 아래서는 당연히 자존감이 낮아질수밖에 없다. 반면 너무 관대한 환경에서는 자존감이 너무 높아 오히려 독이 될수도 있다. 이 둘이 적절히 조화되면 좋은데, 오랜시간 권위주의적 가부장적 분위기였던 우리 사회는 자존감이 극단적으로 갈려 마치 칸트적 분위기가 된듯 싶다. 그래서 칸트와 프롬의 인기가 이리 높은 것은 아닌지 ... 기이하게 <정의란 무엇인가>도 잘팔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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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관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 사회에 중요한 주체-자아의 관계는 친구와 연인 관계, 즉 수평관계가 아닐까 싶다. 이 관계의 회복여부가 우리 사회의 운명을 가를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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