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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Oct 22. 2019

시스템과 사람

나는 시스템을 믿지 않는다. 나는 사람을 믿는다. 시스템도 결국 사람이기에 나는 시스템보다 사람을 믿는다. 문제는 그 사람이 누구냐이다. 교육이 그렇다. 사람들은 좋은 시스템을 잘 갖추면 좋은 교육이 일어날 것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시스템을 아무리 멋지게 만들더라도 사람이 달라지지 않는한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으며 불공정은 늘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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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입시제도를 수시로 하냐 정시로 하냐. 어떤 시스템이 좋을까. 난 아무 시스템이든 상관없다고 본다. 문제의 본질은 시스템이 아니라 부모와 학생과 선생이라는 사람이다. 대학에 들어온다는 것은 학생이 고등학교에서 대학으로 진학하고 선생을 바꾼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학생들의 보호자인 부모가 개입된다. 이들이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행동할지 시스템이 유도할 수 있다는 생각은 큰 착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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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언론, 대통령, 국회의원, 학생, 선생, 부모 등등 모두 시스템의 '역할'을 지칭하는 용어다. 어떤 검사, 어떤 기자, 어떤 대통령, 어떤 국회의원, 어떤 학생, 어떤 선생, 어떤 부모는 그 직위의 '다움'을 말하는 용어다. 전자가 책임이라면 후자는 신념이다. 시스템적 사유를 하면 '책임'이 중요해지고, 사람적 사유를 하면 '신념'이 중요해진다. 무엇이 더 중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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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베버는 신념과 책임 모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난 둘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요구한다. 이 선택은 가치의 우선순위를 낳기 때문이다. 인간은 한번에 두개를 생각하거나 행하지 못하니까. 그래서 반드시 가치의 우선순위를 매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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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임보단 신념이라는 생각이다. 책임은 신념 뒤를 따라야 한다. 그래야 책임 회피가 덜 일어나니까. 만약 책임이 신념 앞에 서면, 그는 책임을 회피하면서 신념을 정당화 한다. 그래서 반드시 신념이 앞서야 한다. 이는 시스템보다 사람이 앞서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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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스템보다 사람을 먼저 믿는다. 아무리 좋은 대학, 아무리 좋은 조직,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라도 사람이 엉망이면 다 엉망이니까. 공부도 삶도 그렇다. 무슨 대학을 나왔고, 책을 얼마나 읽었고, 어떤 회사에 다니냐보단 누구한테 배웠고, 어떤 책을 읽었으며, 누구와 일하냐가 더 중요하다. 이건 모두 신념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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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영원한 중립은 없다. 중립은 공정이 아니다. 중립은 일종의 과도기적 시간이다. 어떤 신념을 갖고 누구에게 배우고, 읽고, 들을지 고심하는 선택의 여백이다. 중립적 입장을 취하는 것은 선택을 유보하는 것이지 결코 선택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결국 중립적인 사람 또한 누군가를 선택해야 한다.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을 선택할때 비로소 공정이 시작되며,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이 곁에 있을때 공정이 곁에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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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스템을 믿지 않는다. 나는 조직에 충성하지 않는다. 나는 사람을 믿으며, 사람에게 공감하고, 사람에 충성한다. 책임보단 신념이 중요하며, 책임 있는 시스템이 아닌 신념 있는 사람이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신념이 무엇이며, 그 사람이 누구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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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살아있다. 좋은 시스템도 살아있다. 책임 있는 시스템이 신념을 담으려면 사람처럼 살아있어야 한다. 사람에 따라 변해야 한다. 만약 시스템이 죽으면 그 안에 있는 사람도 죽어간다. 지금 우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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