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는 중요하지만 그 제도가 만들어진 의도도 중요하다. 사람은 겉과 속을 통해 판단하는데, 제도가 겉이라면 그 의도는 속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사회는 문제가 생길때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를 만드는데, 그 제도를 만든 의도가 현실에 적용된 사례를 거의 본적이 없다. 각종 꼼수가 난무하면서 애초의 의도는 사라지고 오히려 제도가 꼼수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겉와 속이 다른 것이다.
이런 태도는 개인이든 집단이든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이 너무 흔해서 애초에 제도를 만들때 꼼수의 의도를 갖고 있지 않았을까 의심될 정도다. 더 재밌는 점은 사람들은 남의 꼼수를 욕하면서 자신의 꼼수에는 한없이 관대하다. 남을 평가하는 잣대와 자신을 평가하는 줏대가 다른 것이다. 이렇듯 한국사회는 제도든 사람이든 겉과 속이 다른 사회다.
한국말에서 겉과 속은 너무 중요해서 각각이 주어가 된다. "겉이 화려하네" "안이 썩었어"라고 말하니까. 그래서 한국사람은 겉과 속을 별개로 생각하는듯 싶다. 그렇다고 해서 겉와 속이 다른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한국말에서 "거짓"은 겉만 있는 "겉+짓"이다. 또 한국말에서 "속임"은 "속이 빈" 것을 의미한다. "거짓"과 "속임"은 모두 부정적인 의미다. 반면 "참하다"에서 "참"은 "차다"를 의미한다. 즉 겉과 속이 모두 알차게 채워진 상태다.
한국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은 크고 참한 사람이다. 여기서 크다는 키만이 아니라 마음에도 해당된다. 아무래도 작은 것보다 큰 것이 차 있을수록 좋으니까. 그런데 한국사회가 겉과 속이 다르다보니 겉은 크고 화려한데 속이 비었거나, 썩은 사람이 많다. 겉은 소박하고 속이 꽉찬 사람도 더러 있는데, 이들은 겉의 크기가 작고 소박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점은 서로를 믿지 못한다는 것이다. 참으로 슬픈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