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모형

문자와 이미지의 순환

by 윤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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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디자인모형으로 문자와 이미지의 관계를 고민하고 있다. <역사는 디자인된다>에서 400년단위로 역사의 패턴을 분석했는데, 이를 다시 100년 단위로 분절해 소통의 양식 변화를 추적한다. 도표에서 보듯 1850년은 전형적인 '문자'의 시대였다. 당시는 인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시기로 딱히 다른 소통매체가 자리잡기 어려웠다. 19세기 중반 사진이 발명되고, 사진과 그림이 함께 인쇄되면서 점차 문자와 이미지의 동시 활용이 권장되었다. 디자인 분야의 탄생 서막이 울린 시기이기도 하다. 다양한 타입포그래피+사진이미지+일러스트 등의 소통 실험들이 진행되었고, 모두 대량인쇄나 대량생산을 목적에 둔 활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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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반 영화와 TV가 발명되고 이미지 중심의 매체가 문자 매체를 빠르게 대체해 갔다. 그 과정이 지금 우리 시대다. TV는 일종의 영상매체가 자리잡는 과정이었고, 20세기 후반 발명된 인터넷과 PC의 등장, 21세기 초 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의 등장으로 문자와 이미지의 대량복제체제가 일반화되었고, 이제 비로소 문자와 이미지를 모두 상호 자유롭게 소통에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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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는 2050년까지 진행될 것이며, 그때 우리는 상당수가 문자보다는 이미지 소통이 지배할 것이리라 생각한다. 왜냐면 우리시대 이미 문해력이 상당히 저하되고 있음을 느끼고 있으며, 문자보다는 단절된 이미지에 익숙하거나 이미 이야기가 구조화된 영상에 익숙하다. 지루한 긴 문장이나 설명투의 긴 말보다 짧은 문장이나 영상을 즐긴다. 아니 긴 문장과 설명은 들으려 시도조차 하지 않고 때론 아예 이해하지 않으려 노력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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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150년이 될때즈음엔 완전히 문자가 쇠퇴하고 이미지가 지배하는 시대가 될 것이란 예상이다. 역사에는 그런적이 없지 않았다. 로마 말기, 중세 말기 모두 비슷한 현상을 겪었다. 모두 이미지가 지배하는 전체주의=절대주의 사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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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기에 다시 반발이 일어날 것이다. 인쇄기의 발명이 그랬듯이 문자가 새롭게 등장하며 사유의 깊이를 요구할 시대가 온다. 마치 200년전 1850년의 혁명처럼. 지금은 2017년이니 앞으로 200년 뒤에나 일어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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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이미지=상징'이고 '문자=이미지=사실'이다. 전자는 해석의 여지가 풍부하고, 후자는 해석의 여지가 없는 근본주의=원리주의를 말한다. 전자가 다신교의 시대라면, 후자는 유일신 시대라 말할 수 있다. 원리주의는 때론 필요하지만 상당한 피의 희생을 댓가로 요구한다. 인류 역사를 보면 문명과 기술의 발달을 거듭할수록 작희생이 거대해졌다. 1-2차대전을 포함한 대부분의 전쟁은 영토 다툼이라기 보다는 종교나 이념 다툼일 경우가 더 많다. 원리주의=근본주의는 그만큼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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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소격=거리'가 필요하다. 원리와 해석 사이는 반드시 분리되어야 한다. 쓰여진 법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존중되듯, 쓰여진 경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권장해야 한다. 그렇게 경전은 더욱 경전이 된다. 하나의 해석만이 존재하면 경전은 다시 쓰여지는 고초를 겪는다. 그렇게 근거가 바뀌고 원리가 바뀐다. 원인이 바뀌면 당연 결과도 바뀌게 된다. 역사는 그렇게 순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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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양식의 순환은 기술에 따른 소통 양상의 순환을 동반한다. 기술에는 관념이 포함되고, 쉽게 변하지 않는 관념은 문화를 축적하며, 그것이 응축되어 문명이 된다. 그래서 기술의 변화와 소통 양식의 변화는 밀접하게 결부되어 보아야 한다. 어쩌면 이 순환의 흐름을 역사적으로 파악함으로서 우리 시대의 문제와 미래를 읽어낼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즉, <역사는 디자인된다>는 역사의 양식사를 통해 역사를 새롭게 디자인하기 위한 조건으로 쓰여졌다. 요즘 이 조건을 기반으로 역사의 양식을 추적하고 있다. 만약 그 흐름이 규명된다면 또 하나의 책이 쓰여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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