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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Sep 03. 2017

플라톤의 그림자

<문자와 이미지>

얼마전에는 공자의 정명이 새롭게 읽혔는데, 요즘은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가 새삼 새롭다. 우리 시대 동굴의 그림자는 TV화면이나 모니터 혹은 스마트폰 화면이다. 중세에는 고딕성당, 성물, 스테인드글라스의 이미지들 그리고 성인들이었을 것이다. 그 메카니즘은 우리 시대 백화점, 명품, 광고이미지, 스타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고. 성스런 순례와 나를 찾는 여행도 이름만 다를뿐 의도와 형식은 유사하다. 요한 하우징아의 <중세의 가을>에는 퇴폐적 순례여행이 유려한 문체로 묘사된다. 마치 중세 기사들의 로맨틱한 화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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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말기도 비슷하다. 거대한 건축물, 신전와 성전, 벽을 장식한 모자이크화들, 각종 영웅 이야기들이 동굴의 그림자 역할을 톡톡히 했을 것이다. 어느시대나 분명 동굴의 그림자는 존재하며 그것이 사실상 실재였다. 시뮬라크르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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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플라톤 시대의 그림자는 무엇이었을까? 피디아스가 묘사한 고전기의 조각상들일까, 프락시탈레스가 크리도스에 선사한 여신상같은. 아니면 제욱시스나 파라시오스 같은 화상들의 그림이었을까. 아니면 뱀의 혀를 가진 소피스트와 시인들이었을까. 요즘과 중세, 로마가 모두 그림자는 이미지였는데... 플라톤도 가공된 픽션 이미지를 비판했던 것일까... 아니면 문자화 되는 세상의 상징들을 그림자로 우려했던걸까... 이 시대 구술소통이 문자소통으로 전환되던 시절이라 감이 잘 오지 않는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가 부정적으로 말한 미메시스의 최고 소통 수단이 문자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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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와 문자가 모두 그림자라면 동굴밖 이데아는 뭘까? 말? 경험? 기억? 통찰? 이것들 또한 늘 재구성되는 거짓의 종합아닌가... 그렇담 진실=이데아는 무얼까? 소통형식에 답이 없다면, 내용에 있나?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그냥 지금으로선 '믿음' 그 자체만 떠오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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