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흥라떼 Jun 28. 2023

분노는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한다

교감선생님으로부터 얻은 육아교훈


작년에 교무부에서 일하면서 교감선생님과 가까운 위치에 앉게 되었다. 업무상 여쭤볼 것, 보고할 것도 많은 일이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자주 나눴다. 한 날은 교감선생님께서 나를 부르셔서는 업무절차상 나의 부족한 면을 조곤조곤 짧은 말로 언급해 주셨다.


순간 당황하긴 했지만 자리에 와서 내 행동을 곱씹어 보니 교감선생님 말씀이 맞았다. 앞으로는 그 부분은 조심해야지 생각하며 나 스스로 다짐을 했다.


그런데 좀 이상했다. 분명 나의 부족한 행동을 지적하신 건데 왜 기분이 나쁘지 않고 오히려 감사하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건 바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에 있었다.



분노를 드러내는 것, 쉽게 말해 상사가 나에게 혼을 내는 것이 아니라 차분하게 그리고 설득하는 말투로 가르쳐 주셨기에 그 메시지가 내 마음에 확 와닿은 것이다.



그때 느꼈다.


아, 분노는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하는구나.




이건 내가 육아에도 그리고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교감선생님과 달리 나는 아이에게 분노로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장 변화를 기대하며 어떤 행동을 잘못했는지 콕 집어 지적하고 이를 고치기 위해서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화를 내며 말하는 엄마였다. 하지만 그 메시지가 아이에게 그저 분노(화)로 다가간다면 나는 말하는 '방식'이 잘못된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아이는 내가 말한 내용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고 그저 화냈던 모습(표정, 말투, 제스처, 분위기)만이 강렬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메시지는 그 모습에 압도되어 휘발되어 버릴 가능성이 크다.


* 교감선생님께로부터 얻은 교훈을 아이와의 대화에 적용해 보자.


아이에게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1. 사실을 확인하고

2. 아이 나름의 이유를 묻고

3. 부모가 가르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4. 아이의 다짐을 이끌어 내는 것


이건 누구나 잘 아는 대화법이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메시지에 절대 분노를 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분노가 실리는 순간 저 대화에는 아이도 나도 집중하지 못한다. 나는 점점 격양된 감정을 갖게 돼 아이는 오히려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며 둘의 관계는 어그러질 뿐이다. 진짜 하고 싶었던 중요한 메시지는 저 멀리로 사라져 버린다.


사실 어제 둘째의 언어생활에 문제가 있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이전 같았으면 하원한 아이를 붙들고 다그치면서 화를 내는 엄마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이런 방식이 아이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아이에게 사실을 확인하고 이유를 물은 뒤 나의 바람과 기대를 말로 설명했다. 그리고 아이를 더 안아주고 믿는다는 말을 하며 응원의 눈빛을 보냈다. 아이는 내 이야기를 집중해서 들어주었고 앞으로는 어떻게 말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다짐하기도 했다.


오늘 아침에도 "엄마와의 약속 잊지 않았지? 뭐였더라?"라고 물으니 정확하게 나와 약속한 2가지를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한다.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된 것이다. 우리의 관계는 더 가까워졌고 메시지는 둘 사이를 공고하게 이어주고 있다.


변화된 내 모습도, 그리고 나의 메시지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아이의 모습도 참 새롭다. 나의 힘들이지 않은 노력이 아이에게 닿아서 좀 더 성숙하고 바른 아이로 자랄 수 있길 기대하게 된다.




사진 © maxim_tajer, 출처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장화 한 짝을 신겨주는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막둥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