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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키타카존 Jun 23. 2022

그 애들은 길냥이로 태어나고 싶었을까?

행복의 선택권 만들어 주기

아파트 길엔 길냥이와의 일상이 많다.

어느 여름날 저녁에 몇 마리의 길냥이가 버스정류장 인근으로 가는 아파트 나무 밑에서 그냥 쓰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때 지나가던 학생이 가지고 있던 물병을 깨서 주던 모습이 보였다. 겨울에 길냥이들이 더 살이 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잘 먹어서 그런 게 아니라, 물이 부족한 겨울에 수분 섭취를 못해서 부어서 그런 거라고 한다. 겨울에도 물이 필요하다. 둘째 아이는 가끔 길냥이를 위해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에서 길냥이 간식 몇 개를 사서 친구들과 주러 가기도 한다. 대학시절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기 고양이를 보고 집으로 데리고 왔던 기억이 있다. 키울 수는 없어서 먹을 거를 잠깐 주고 다시 밖으로 보내줘야만 했다. 몇 년 전 아이에게 들은 단어는 “캣맘”이었다. 주기적으로 음식을 길냥이에게 가져다주는 분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지금도 자주 그런 분들을 뵙는다.


외할머니는 가게를 하셨다. 그 가게에는 ‘나비’가 살고 있었다. 남은 음식이나 생선 같은걸 들고 할머니께서 “나비야”라고 부르시던 기억이 난다.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는 아니었었고 할머니 집 근처를 배회하는 길냥이 중 한 마리였 던 것 같다.


어제는 좀 일찍 산책을 나갔다. 길냥이에 관심을 가진 날이다 보니 유난히 아파트 단지에 길냥이를 돌보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았다. 바닥에 앉아 길냥이를 무릎에 앉히고 털을 쓰다듬으시는 아주머니가 보였다. 가방을 메고 길냥이를 잘 보기 위해 쪼그리고 앉아 '귀엽다'를 연발하는 여학생들도 보였다. 길냥이 음식 및 식수 용기로는 햇반 그릇이 많이 쓰이는 것 같다. 군데군데 빈 용기들이 보인다.


매일 지나쳐 가는 길냥이들이었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마음이 쓰인다. 반려동물은 집사와 견주의 생활환경에 따라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나 다르다. 최근 유명 연예인들의 반려동물들이 명품 옷을 입고 명품가방 안에 들어가서 산책하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요즘 각종 SNS와 TV 채널, 그리고 브런치에서도 많은 집사님들과 견주님들이 사랑하는 이쁜 이름의 아이들을 소개한다. 그런데, 길을 방황하는 이 아이들은 제한된 사랑과 가끔 주어지는 먹이를 받기는 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상황에 놓여 있다. 그 아이들은 길냥이로 태어나고 싶었을까?

길냥이도 그렇게 살아야 할 운명이라는 게 있을까? 본인의 타고난 운명대로 살아야 하는 걸까? 사람이라면 타고난 운명이라도 스스로 개척해보라고 할 텐데 길냥이에겐 그 말도 안 통한다. 절대적 외부의 환경과 생활이 연결되어 있다.


길냥이가 때론 더운 곳에서, 때론 추운 곳에서 지내야 하고 먹는 음식과 물에 어려움이 있어도 집에서 집사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고양이보다 불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개채수를 늘리지 않는 방법 등이 동원하더라도 그 애들은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았으면 한다. 캣맘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있기는 하지만 지금의 길냥이에게 먹을 것을 주는 걸 웃으며 바라보았으면 한다.


내가 너무 나의 관점에서 길냥이들을 바라보지는 않았나 반성해 본다. 너무 물질적인 관점에서 생각하지는 않았나 걱정이 든다. 명품 옷으로 치장을 하고 유기농 사료를 먹으며 넓은 집에 살더라도 길냥이보다 더 즐겁지 않은 고양이도 있을 수 있다. 때론 굶어도 추위와 비바람에 움츠려도 더위에 지쳐도 더 즐거운 길냥이도 있을 수 있다. 관심과 사랑을 받는 애들은 어느 곳에서라도 즐거울 수 있을 수도 있다.


우리들의 모습을 길냥이에게 비춰본다. 내가 가진 것이 좀 없어도, 좀 부족한 환경에서 살더라도 내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면, 내가 그렇게 느끼고 있다면 그곳에서 행복을 찾았으면 한다. 길냥이도 행복하고 또 다소 부족한 우리들도 이 세상을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길냥이로 태어날 선택권은 없을지라도, 행복하게 살아가야  선택권은 가질  있도록 우리들이  애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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