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향기가 묻어있는 공간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종종 글짓기 대회가 있었다. 내 기억의 첫 번째 글짓기는 그 시절 흔히들 했던 '반공 글짓기 대회'였다.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붙여 넣었던 것 같다. 오후반 등교였지만 난 오전에 등교해서 아침 조회 시간에 단상에서 교장선생님께 상을 받았다. 그 이후에도 교내에서 글짓기 대회를 하면 종종 상을 받곤 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장래희망에 대한 글을 썼다. 글의 제목은 '송사리가 잉어로'였다. 지금은 송사리의 모습이지만 멋진 잉어가 되겠다는 표현에 나의 장래희망을 썼다. 방송으로 한 조회 때 뻘쭘한 자세로 상을 받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학생들의 글을 모아서 책으로도 줬던 기억이 난다.
사실 이런 나의 글쓰기 실력은 여기까지였다. 난 내가 글을 좀 쓴다고 생각했었는데 중학교 때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교내 백일장이 매번 열렸다. 기억에 남는 장소는 경복궁과 올림픽 공원이다. 그곳에 가서 백일장을 열어 글을 쓰고 제출하는 교내 행사였다. 사실 난 교내 백일장에서 상을 타지 못했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이젠 글 쓰는 것과 거리가 멀어져 갔다. 대학 학부도 공학을 전공해서 더더욱 글쓰기는 멀어져 갔다. 그러나, 막연하게 하고 싶은 일이 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주저하지 않고 하는 말이 있었다.
"글을 쓰고 싶어요"
밑도 끝도 없는 대답이다. 그냥 에세이를 써서 책을 한 번 내보는 것을 인생 버킷 리스트 중 하나로 이야기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글 쓰기가 폭발을 했다. 처음 시작은 카카오스토리였다. 사실 전혀 이용하지 않던 플랫폼이었다. 이틀에 하나씩 짧은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내가 좋아하는 '나태주' 시인의 시를 썼다.
아직은 겨울이지 싶을 때 봄이고
아직은 봄이지 싶을 때 여름인 봄
너무나 힘들게 더디게 왔다가
너무나 빠르게 허망하게
가버린 봄
우리네 인생에도 봄이란 것이 있었을까?
봄[나태주]
그리고, 짧은 시에 추가해서 감상을 썼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나태주]
대학교 신입생 시절, 가끔의 미팅, 소개팅에서 잠깐의 첫인상으로 그 사람을 평가했던 때가 있었다.
사회에서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나중에 처음의 느낌, 선입견이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함께한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옆 사람의 진가를 알 수 있는 법^^
내 오랜 친구가 보고 싶어지는 하루네요~
그러다가 조금씩 긴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다.
내가 처음에 '브런치'에 올렸던 '개방과 해방' , '나의 따릉이는 어디를 향하고 있나', '핸드폰 케이스의 소명', '전단지의 슬픈 현실' 등의 글의 시작은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에 내용이 추가되어 브런치에 올린 글이다. 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고 잘 쓴다고 칭찬하는 친구도 있었고, '너 요즘 무슨 일 있니?'라고 저녁 먹자고 한 선배도 있었다.
브런치를 처음 안건 2년 정도 된 것 같다. 그러면서, 나도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냥 생각뿐이었다. 글을 잘 쓰지는 못하지만 쓰다 보니 조금 더 내 생각이 담긴 글을 쓰고 싶었다. 고민과 생각이 들어간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는 부담스러웠다. 글을 조금씩 쓰다 보니 내가 쓰고 싶은 주제가 느껴졌다. 그 주제와 그동안 써 놓았던 글을 가지고 어느 날 저녁 갑자기 작가 신청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 날 오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중한 글 기대하겠습니다.'의 메시지를 받고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때는 이미 책을 출간한 출간 작가가 된 것 같이 느껴졌다.
브런치에 글을 쓴다고 하면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엇 갈린다. 한 반응은 '대단하다, 부럽다, 잘 써봐라. '는 긍정의 반응이다. 다른 반응은 '언제 앉아서 글을 쓰니? 사람들 만나서 즐겨라. 힘든 글쓰기를 왜 하니?'라는 다소 걱정의 반응이다. 아마 앉아서 글을 쓴다는 것이 보고서를 쓰거나 일을 하는 연장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어쨌든, 친한 친구나 동료들에겐 '브런치'에 글을 쓴다고 은근히 내 비친다. 실제로 읽어보고 이야기를 해주는 친구도 있다. 평가하기보다는 오타를 발견해 준다. 그리고, 라이킷으로 응원해준다.
글을 쓰다 보면 처음에 의도했던 바와 다르게 결론이 나는 경우도 있고, 처음 내 의도가 틀려서 수정할 때도 있고 결론 없이 시작했다가 쓰면서 결론이 나는 경우도 있다. 때론 글을 쓰면서 내 마음이 정리될 때도 있고 내가 쓴 글에서 스스로 위안이 될 때도 있다. '브런치'에서 글쓰기는 오래된 벗을 만나는 것이다. 그 벗은 나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해주기보다는 내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나 스스로 깨닫도록 도와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글로 쓰고 나면 내 이야기나 나의 생각이 글에 담겨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나의 이야기에 '브린치'에서 라이킷 과 구독으로 응원받는 것 같다. '승진할 때 난 5년 뒤 퇴사할 거라 이야기했다'라는 글이 포털사이트에 잠깐 올라간 적이 있었다. 내 글이 잘 쓰였다는 의미보다는 글을 올리는 어떤 알고리즘에 내 글이 들어가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조회수가 갑자기 올라가더니 10,000을 넘어갔다. 내 글을 많은 사람들이 봐주신 것에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고 다음은 더 잘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하고 어떤 일들을 하는 것을 '경험의 공유'로 표현하기를 좋아한다. 힘들 때 같이 했던 사람들이나 즐거운 순간들을 같이 했던 사람들을 나중에 다시 만나면 함께 했던 그 시간들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행복이 느껴진다. 브런치에서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다 보면 그분들과 '경험의 공유'를 하는 것 같다. 같이 만난 것도 아닌데 그분들이 쓴 글을 읽는 것만으로 경험의 공유가 된다는 건 나에겐 신기한 느낌이다. 그만큼 '브런치' 안에는 사람의 향기가 묻어 있다.
나의 글씨기가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지, 또 어디까지 열정을 가지고 쓰일지는 아직 모르겠다. 지금은 글을 시작하는 단계이니 이것저것 써보려고 한다. 설사 내가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또 읽으시는 분들이 실망하시더라도 이 공간에서는 자유롭게 뭔가를 해 보고 싶다. 나의 생각과 마음을 펼쳐 보일 수 있어 '브런치'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