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티키타카존 Aug 02. 2022

백화점으로 산책을 가서 명품을 봐요

스스로 빛나는 사람이 되기를 희망해요

점심을 빨리 먹고 시간 여유가 있는 날은 산책을 한다. 회사 앞 공원을 돌거나 빌딩들 사이사이를 걸어 다닌다. 그러다가, 최근 너무 더워지고 마침 옆에 백화점이 새로 생겨서 산책코스가 좀 럭셔리하게 바뀌었다.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사시사철 변하는 나무들과 꽃들을 바라보는 재미 대신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어서 들어오라 손짓하는 여러 진열된 물품을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백화점 1층에는 어디에선가 들어봄직한 명품들이 즐비하다. 사실 평생 명품을 모르고 살았지만 ‘견물생심’이라고 했기에 그 브랜드들도 자꾸 보니 친숙해진다. 명품 시계 하나쯤 가지고 싶거나 명품 백이라도 사서 선물하고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많이 먹는다’라고 했는지라 그냥 보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내가 잘 몰라서 그런 거지 명품 소비를 그냥 비판하지는 않는다. 능력이 된다면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소비하는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가성비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고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뿐이다. 다만, 난 굳이 명품으로 날 내세우지 않아도 스스로 빛나는 사람이 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난 그런 명품 브랜드가 좀 부담스러울 뿐이다.




선물로 명품 로고 스티커가 붙어 있는 핸드폰 케이스를 받았다. 그냥 로고만 있는 케이스다. 그 케이스를 본 둘째 아이는 ‘아빠 이거 무지 비싼 건데~’라고 하며 신기한 듯 물어본다. 결국 나도 좀 뻘쭘해서 결국 그 붙어있던 명품 스티커 로고를 뗐다. 의외로 잘 떼어졌다. 사실 접착력이 약해서 인지 떨어질랑 말랑했다. 이젠 그냥 핸드폰 케이스가 되었다. 오히려 맘이 편하다. 그냥 난 이런 게 어울리나 보다.

사람들마다 가치관이 다르고 사는 방법도 가지가지이다. 각자의 취향을 존중해 주고 때로는 서로 부족한 부분은 배울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난 그냥 명품이 어색할 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명품은 어색하다 했지만 시원하고 볼거리 많은 백화점을 바깥 공원보다 선호하는 나의 이중성에 웃는다. 난 잘 몰라서 그런다 하지만 어머니나 아내에게 명품 백하나 정도 선물한 적 없는 나 자신에 대한 아쉬운 마음도 있다.


막내 여동생이 대학 신입생 시절 이야기이다. 명품 가방이 가지고 싶었던 동생은 명품 이미테이션 가방을 들고 등교했다고 한다. 소위 짝퉁가방이다. 재미있는 건 그다음이다. 옆에 있던 친구가 가방이 좋아 보였는지 하루만 빌려달라고 했다고 한다. 동생의 난감해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철없던 시절 있음 직한 이야기이다.

중국 여행을 가서 짝퉁시장에 들러 시계나 가방을 사 온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도 생각이 난다. 모양은 진품과 너무나 흡사하지만 얼마 후 시계가 멈춰버렸다거나 가방의 물이 빠져 곤란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들었다.



페이스북에 일과 삶에 대한 글을 올리시는 신수정 님이 계시다. 올해 초 친한 후배에게 그분이 지으신 ‘일의 격'이라는 책을 선물 받았다. 그 책에 '시그널이 불필요한 삶' 이란 글이 있다.

사실 먹는 , 입는 , 타는 , 출신 학교, 거주하는 장소 등은 '시그널'이다. '나는  있고 지위 있는 사람이니  봐주세요'라는 시그널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주커버그나 버핏 같은  부자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매일 검정 티만 입어도 상관없다. 버핏은 스스로 운전하고 햄버거와 콜라를 즐겨먹는다. 그들은 아무렇게 입어도, 혼자 짐을 끌고 다녀도 그들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준다

그런데 이런 자유와 소탈함은 반드시 주커버그나 워런 버핏 정도의 최고 부자나 되어야 누릴  있는 특권일까? 그렇지 않다. 알렉산더 대왕은 철학자 디오게네스를 찾아가서 어떤 소원도 들어주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디오게네스는 "당신이 내게  것은 없습니다. 단지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당신이 가리고 있는 태양이니 비켜 주십시오"라고 답했다.

물론 돈과 명에, 권력 또는 외모와 가진 것들은 영향력의 비결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여전히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결국 본질의 문제이다.

흥미롭게도 그 본질을 정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내적 학식과 인격, 철학으로 무장하고, 자신을 귀하게 여기고 자신감이 있으면 자신의 본질은 금이 된다.

주커버거나 워런 버핏뿐 아니라, 목수의 아들도 거리의 철학자도 '행복의 본질을 알고 있는 자유인'이 될 수 있다.



명품 브랜드도 처음부터 명품은 아니었다. 품질로 인정받고 한 땀 한 땀 장인정신이 묻어 있어 그 브랜드가 명품으로 불리는 것이다.

내가 빛을 내기 위해서는 나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본질을 금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나이다. 나의 내면을 가꾸고 꾸준히 성실하게 노력하면 언젠가 빛을 내고 나중에 누군가  빛을 내는 나를 알아볼 것이다. 명품을 두르지 않아도 스스로 명품으로 인정받는 본인 스스로가 시그널이 되는 것이다.


오늘도 이런 마음가짐으로  글을 쓴다. 그렇지만, 빛을 너무 바라지는 말아야 하겠다는 마음도 있다. 다른 사람이 바라보는 나를 찾기 이전에  내면의 모습을 스스로 가꾸는 것이 우선이다. 나의 글쓰기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 되었으면 좋겠다. 하나둘씩 꾸준히 열심히 쓰다 보면 언젠가는 빛을 내리라 믿는다. 설사 바깥으로 빛을 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본질을 스스로 비춰줄 수는 있으리라 확신한다.


 어쨌든 오늘도 산책에서 백화점으로 그리고 명품에서 내면의 빛으로 향하는 이 글을 이렇게 써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텅 빈 놀이터는 기억하고 있겠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