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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키타카존 Jul 26. 2022

'우산'을 준비해야 하나요?

비를 맞아도 괜찮아요.

창 밖에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일기예보를 보고 집을 나섰어야 하는데 하는 후회가 든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길에 비를 맞을 생각을 하니 갑자기 마음이 답답해진다. 이럴 때 우산 하나만 있으면 내 마음이 지금과 다를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학창 시절 학교를 마치고 갑자기 내리는 비에 울상이 된 기억이 있다. 초등학교 교문 앞에는 우산을 들고 있는 엄마들로 어느새 가득 찼다. 엄마가 가져오신 우산이 중요했던 건지, 우산을 가져오신 엄마가 중요했던 것인지? 는 모르겠다. 엄마는 항상 곁에 있으셨던 분이셨기에 그 당시 나에겐 엄마가 가져오신 우산이 더 중요했을 수도 있다. 물론 나이가 들어가면서 우산을 가져오신 엄마가 더 소중하다는 걸 느끼긴 하지만 말이다. 엄마가 가져다 주신 우산과 우산을 가져오신 엄마 모두 어려움 앞의 소중한 해결책이었다.


나이가 들어서도 갑작스러운 비 앞에 우산의 유무는 어릴 때 그 마음과 별반 차이가 없다. 밖에 나왔다가 갑자기 만난 비 앞에 내 손에 우산이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마음은 정말 다르다. 이런 상황이면 항상 생각하는 게 있다. '뭐 우산이 대수라고 내 마음이 이렇게 다를까? 우산이 주는 안도감이 이렇게 큰 것인가?'


요즘처럼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에는 출근하기 전 핸드폰으로 오늘의 날씨를 체크한다. 비가 올 것 같으면 우산을 가져가야겠다는 나름의 준비이자 계획이다. 그리고, 회사 사무실에는 항상 여분의 우산이 있다. 출근 후 비가 올 때를 대비하는 계획이다. 이것도 저것도 고민이 된다 하면 가방 안에 언제나 작은 우산을 가지고 다닌다. 정말 유비무환이다. 비 앞에 우산 하나로 걱정해야 하는 그 상황이 싫어서이다.


그런데, 우산을 가지고 해결할 수 없는 정 반대의 상황도 생겼다. 주말에 원래 계획은 직장 동료와 아침운동을 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일기예보에 비 소식이 있었다. 급하게 취소를 했다. 그날 아침 바깥 날씨는 흐리긴 하지만 매미소리 우렁차고 야외 활동하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너무 비 앞에 계획적이다 보니 이런 일도 생겼다. 어찌 모든 일이 계획되는 데로 다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인생도 모든 일이 계획처럼 되지 않을 때가 많다. 많은 준비를 한 행사가 갑작스러운 다른 일로 취소되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변수로 진행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 어려움까지 계획했어야 하는 자책을 할 때도 있다.


사실 비 맞는 게 큰 일은 아니다. 그 비 맞는 것이 싫어서 일기예보를 보고 우산을 준비하고 혹여나 우산을 준비하지 못했을 때 내리는 비 앞에서 불편해 하는 내 마음이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우산이 없을 때, 비가 적당히 내릴 땐 맞으면 되고 정말 비가 많이 내리면 편의점에서 우산 하나 사면 될 일이다. 그때의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방법도 있다. 일기예보를 보고 우산을 준비해도 비가 오지 않을 때가 있고, 일기예보에 비가 오지 않는다고 해도 비는 올 수 있다.


우리의 인생에 우산을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를 기꺼이 맞을 수 있는 용기를 키우고 때론 ‘흠뻑 젖어도 좋아’ 하는 쿨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 더 필요할 때도 있다. 우리의 인생은 계획한 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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