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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엔드 Dec 09. 2024

2. '쿵'소리는 엄마의 머리가 떨어지는 소리였다.

흑기사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처음엔 아빠가 우리에게 엄마를 감시하라고 했던 걸로 기억한다. 엄마가 외출을 할 때 뒤를 따라가라고 했다. 나와 오빠는 엄마를 미행했고, 미지의 "흑기사"를 볼 수 있었다.


그는 검은색 비니를 쓰고 있었고 키는 180 후반 정도로 꽤 커 보였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굵은 허벅지와 짙은 쌍꺼풀을 가진 겉모습은 무서운 사람이었다. 직접 눈으로 보니 더 충격이었다.


(하.. 이걸 또 찾아봤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는 과거에 k리그 축구선수였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U-20)으로도 경기 출전 경험이 있고,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팀의 소속 선수였다. 그 이후로 나는 k리그를 절대 보지 않는다.




엄마의 말에 따르면, 처음에는 흑기사에게 관심이 전혀 없었는데

같이 밥 한 끼 할래요?

라고 말한 그의 말에 알겠다고 답했고, 그 이후로도 몇 번 만났지만 사랑하진 않았고 그냥 남사친이라고 했다.

 근데 나는 내 눈으로 직접 엄마가 흑기사와 집 근처 모텔에 들어가는 걸 봤다.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


출처-나무위키 <나의 해방일지 / 명대사>

엄마의 입장에선 흑기사가 나의 해방일지, 구씨 같은 존재였을 거다.

한 번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에 누군가 추앙을 해준다는 것. 내가 보기에도 그 당시의 아빠는 마음이 비어있는 엄마를 채워주지 못했다.

여전히 나는 '그것만으로도 그 시절이 참 행복했고 좋았겠지'라며 이해가 안 되는 걸 애처롭게 용서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아이는 항상 부모를 용서한다는 말이 맞나 보다.



그 뒤로 부모님의 다툼은 더 잦아졌고 심해졌다. 나중에 아빠가 엄마 차에 위치추적기를 달았다는 말도 들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은 늘어났고, 중학교 1학년이었던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알고 보니 "흑기사"라는 사람은 엄마의 직장에서 만난 사람이었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아빠는 직장에 다 얘기를 해버리겠다며 협박을 했다. 갈등은 더 깊어졌고, 심해졌다.

어느 날은 아빠가 오빠와 나에게 이모집에 잠시 내려가 있으라고 했다. 엄마와 대화를 하겠다는 거였다.


10분쯤 지났을까?


엄청나게 큰소리로

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놀라서 올라가 보니, 이미 아빠는 밖에 나가있었고 엄마는 울고 있었다.

그 뒤로 엄마는 뇌진탕 진단을 받았다.

'쿵'소리는 물건이 떨어진 게 아니라, 엄마의 머리가 떨어진 거였다.

난 정말 더 지독하게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 뒤로 집에 경찰이 온 적도 있고 엄마가 아빠를 죽이겠다며 칼을 들고 서 있는 모습도 봤다.

난 소리를 지르고, 울고, 말려봤지만 그들은 점점 더 비정상적으로 서로를 증오하기 시작했다.


"흑기사"는 이 사실을 엄마에게 듣고, 우리 집으로 찾아왔다.

차분한 공기가 내려앉은 어두운 밤이었다.

그는 오빠들에게 아빠를 데려오라며 큰소리를 냈고, 그 뒤로도 공격적이고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엄마가 아빠 때문에 뇌진탕 진단을 받은 게 화가 많이 났던 모양이다.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제발 그만하라며 오열을 하며 말리는 방법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때부터 생각했다.


'내가 조금만 더 컸더라면'

'내가 조금만 더 나은 사람이었다면'

'내가 이 사실을 아무에게도 전달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더 숨기고 비밀로 했더라면'


죄책감은 파도가 물 밀려오듯 쏟아졌고,

나는 몇 달간 이 일들이 일어나는 걸 지켜보며 단 하루도 울지 않은 날이 없었다.

꿈과 목표는 사라졌고, 잠도 못 자고, 먹지도 못했다.


2020년, 나는 나를 잃었다.

그렇게 결국 나는 커터칼을 꺼내 들었다.



To Be Continued.



P.S.

점차 무거운 주제를 써 내려갈 예정이라 조금 조심스러운 건 사실이네요..!  그래서 제가 요즘 자주 듣는 “이솔로몬 - 괜찮은 날”이라는 곡을 추천하려고 해요.


다가올 내일과 아무런 표정 없이 버텨낸 오늘이
이 밤에 걸려 넘어져도 괜찮아 그래도 돼

차가운 세상과 견뎌내야만 살아갈 수 있던 날과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던 꿈조차 아주 괜찮은 날 그건 네 탓이 아냐 이젠 쉬어도 돼 그만 참아낸 눈물 또 울어도 돼


라는 가사를 보고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하루를 시작하면서, 하루를 끝내면서도 듣기 좋은 곡이니 위로가 필요한 날 들어보시는 걸 추천할게요. 당신의 하루가 오늘도 괜찮은 날이길 바랄게요 :)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youtu.be/VNjb-ZalsRQ?si=LZ91xFacA-blP9u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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