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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엔드 Dec 11. 2024

4. 아빠는 다른 여자의 이름으로 문신을 했다

결국, 나는 영양실조로 쓰러졌다.

엄마가 찾아오기 전엔, 더 큰 충격을 받은 일이 있었다.

과제하는데 폰이 필요해서 아빠 폰을 잠시 빌렸는데, 카톡에 "예@@"이라는 누가 봐도 여자의 이름이 적혀있어서 들어가 봤는데,


바로 이 말이 나왔다.

미친.


그냥 말 그대로 여자에 미친 한 남성의 구애가 담긴 더러운 메시지를 눈앞에서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런 이모티콘을 보낸 것을 보고 너무 황당했다.

알고 보니 아빠는 엄마의 불륜 이전에 미리 사귀고 있던 여자가 있었다. 엄마가 아빠에게 그렇게 화를 내고 폭력을 쓴 것도, 본인이 찔리는 게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처음으로 자살시도를 하려고 목을 매던 날. 아빠는 제주도로 출장을 간다며 떠났었다.

근데, 알고 보니 그건 출장이 아니라 그 여성분과의 "여행"이었다. 아빠는 내가 자해한 걸 알았음에도 모른 척했는데, 본인은 사랑하는 여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명품을 두르고 비싼 향수를 뿌리고 다녔다. 갤러리에는 더 가관이었다. 온갖 성적인 사진들이 1000개 정도 저장되어 있었다. 중학교 2학년이었던 나는 이런 사진들을 처음 봐서 너무 놀랐고, 너무 역겨워서 며칠간 쉬지 않고 구토를 했다.


가장 놀랐던 건 아빠의 "타투"였다. 그녀의 이름을 한문으로 문신을 한 것이다.

그리고 아빠가 그 여자에게 한 말.

당신을 내 몸에 새겼소.

진심으로 정신이 나가는 줄 알았다. 가족도 아니라, 다른 여자 이름으로 문신을 한다고?

'내가 아는 아빠가 맞는 건가?' 싶었다.



그 이후에 나는 잠을 잘 수도 없었고, 뭘 먹을 수도 없었다.

그러다 결국 나는 학교에서 쓰러지게 되었다.

반장이라서 영어 선생님께서 나에게 인사하라고 하셨는데 "차....ㄹ..ㅕ..ㅅ" 하는 순간 픽 하고 쓰러졌다.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구급대원들이 나를 들 것에 실어서 갔다고 한다. 열도 나고 있어서 코로나 검사까지 받았었다.


그렇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구급차에 실려서 대학병원에 갔고

진단은 미주신경성 실신과 영양실조였다.

응급의학과 의사의 놀란 표정은 아직도 생생하다.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 영양실조라니..!

TV에서만 보던 난민들이 겪는 문제 아닌가?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 심지어 빈혈수치도 너무 낮아서 혈액종양내과에 다니기 시작했다. 혈액종양내과는 주로 암환자 분들이 다니는 곳인데, 교복을 입은 내가 진료 대기실에 앉아있으면서 안타까운 시선을 많이 느꼈다. 그 당시에 나도 차라리 시한부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스스로 시한부를 자처하게 될 만큼 힘들어질 줄은 몰랐다. (내가 쓰러진 날을 계기로 큰오빠는 그동안의 일을 알게 되었고, 아빠에게 엄청난 분노를 느꼈다. 지금은 아예 남이 되어버렸다.)


잠을 못 자니 입맛도 없고, 밥을 안 먹으니 영양 불균형이 생기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나는 모든 게 지쳐있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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