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고가 느껴지는 그 말을 들으니 왠지 짠한 마음도 들고, 어머님께서는 남들이 안 보는 곳에서도 늘 진심으로 청소하셨을 거라고 생각하니 같은 공간을 쓰는 사람으로서 감사한 마음도 들었다.
"아아, 그러셨군요. 열심히 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혹시라도 너무 무리하진 마시고 많이 쉬면서 하시면 좋겠어요."
"나이 든 사람이라고 걱정해주시니까 고마워요."
"제가 사업 담당자는 아니지만, 정말 쉬엄 쉬엄 하셔도 괜찮으세요. 건강이 우선이니까요."
어머님은 고개를 저으셨다.
"근데 저는 하나도 안 힘들어요. 손바닥만한 얼룩이 자꾸 눈에 거슬렸는데 다 닦고 나니까 후련해요."
얼룩을 열심히 닦은 것 때문에 후련함을 다 느끼시다니. 열심히 일하고 남을 돕는데 보람을 느끼는 분과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왠지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듯했다. 그러고보면 전담인력으로 일하면서 이렇게 좋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오랜만에 깨닫게 된 듯했다. 그 순간에 자각하진 못했지만, 아마 평소에 일하면서 힘든 적이 많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사실 단순 반복적인 업무가 많았기 때문에 일이 힘들지는 않았지만, 사회복지 현장에서 유명한 '일 때문이 아니라 사람 때문에 치인다'라는 말을 처음 근무를 시작하면서부터 쭉 체감했던 것 같다. 내가 담당하는 노인일자리 어르신들 중 극소수의 떼쓰는 분들에게 치이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주로 상사들에게 치이는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에 더 큰 문제였다.
암만 생각해도 책상 위에 필기도구가 많이 올려져 있다는 이유로 '집에서도 정리를 제대로 못하는 사람은 어딜 가나 티가 나지. 조만간에 가방 검사라도 해서 교육 시켜야겠어.'라고 엄포를 주거나 엑셀에서 특수문자 하나 찾지 못한 것 때문에 '자격증 다른 사람이 대신 따준 거 아니야?'라고 구박하는 팀장의 말을 납득할 수가 없었다. 그런 말들은 타인에 대한 사랑과 배려를 이념으로 내세우는 사회복지관 안에서는 물론이고, 인격을 가진 사람 앞에서도 당연히 써서는 안 되는 말이 아닌가.
그런가 하면 평소에 관장에게 받은 질타를 내리 갈굼으로 전하려 했던 것인지는 몰라도 구내 유료 식당에서 만났을 때 부장이 종종 했던 말들도 좀 지나쳤던 것 같다. '생선 많이 먹지 마라. 너 때문에 뒷사람들이 많이 못 먹잖아.' '넌 하루에 몇 끼 먹냐. 아침 안 먹고 여기서 다 떼우는 거 아니야?'라고 했던 말들도 마찬가지로 서러움을 느끼게 할만큼 폭력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동료에 대한 '예의'나 '배려'라는 능력만 놓고 생각해 본다면 상대적으로 기관에서 지위도 높고 더 많은 임금을 받고 일하는 두 상사가 청소하는 어머님보다도 훨씬 뒤떨어진 것 같다. 두 상사 모두 청소하는 어머님한테 한참 배워야 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읽은 '146배의 능력 차이'라는 신형철 평론가의 칼럼 내용도 떠오른다. 제목 속의 '146배'는 전관예우 등의 문제로 과거에 감사원장 후보직에서 사퇴한 정동기 후보의 떳떳하지 못한 월급 1억 1000만원과 비슷한 시기에 해고된 홍대 청소 노동자들의 75만원 월급을 비교한 수치다. 평론가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능력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차이가 146배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라고 글의 말미에서 말한다.
글 속에서 마음만 먹으면 편법으로월급을 얼마든지 올릴 수 있는 고위직들의 문제와 무관하게 단지 그 문장만 놓고 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때로는 사람들에게 능력의 정당한 대가로 인식 되는 월급이 인간의 능력 차이를 제대로 반영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월급이 인간의 능력 차이를 제대로 반영해 내지 못하는 것처럼, 직장 내의 다른 동료들을 배려해서 행복감을 전하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그 중요한 능력 또한 월급이나 지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생각도 든다. 한 달에 27만 원을 버는 어머님이 한 달에 200, 300만 원 이상 버는 내 상사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주변 사람들에게 너그러웠던 것을 떠올려보면 오히려 반비례하는 것 같기도 하다. 6개월만에 전담인력 알바를 그만둘 때까지 어머님과 더불어 나를 도와주시고 배려해주셨던 분들이 주로 시간제 근로자 분들이었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물론 그건 나만의 편견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간혹 안부를 물어봐 주시고, 점심시간에 탁구 할 수 있도록 불러주시고, 무거운 박스를 함께 날라주셨던 그분들의 관심과 도움이선임이나 상사들의 가르침보다도 내게 더 소중했던건 분명하다. 그래서인지 퇴사한 마당에 기억 속에 오래 간직하고 싶은 것들도 그분들이 내게 따뜻한 마음으로 전한 말과 행동들인 것 같다. 수없이 채찍으로 치다가 어쩌다가 한 번씩 당근으로 길들이려고 했던 상사들의 영혼 없는 칭찬의 말들은 아니다. *
(Ps. 최근에 닉네임을 '이상해씨쌤'에서 '마음코인'으로 바꿔서 참고로 말씀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