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내가 그런 일을 하지 못할 정도로 잘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후에 더 힘든 일들을 하는 동안 그런 생각이 종종 들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차라리 다른 일을 구하는 게 낫지 않을까, 잠시 화장실 간다고 말하고 달아날까, 고민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여기서 관두고 도망간다면 몇 시간 동안 일한 것이나, 일주일 동안 다섯 군데나 면접을 본 끝에 겨우 구한 아르바이트를 날리게 되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나는 단호한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선임의 지시를 묵묵히 따르게 되었다. 손님들 앞에서 손을 벌벌 떨며 불판을 갈거나 더러운 남녀 화장실 변기 청소를 하거나 영하 30도 냉장고에서 귤 박스를 나르는 일들을 조금도 쉬지 않고 차례로 다 하게 되었다. 선임뿐만이 아니라 다른 알바생들과도 분담해서 함께 일하다 보니 미안해서라도 게으름은 부릴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몇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몸을 놀린 탓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너무나도 피로했다. 한 번은 이동하는 중에 잠시 잡담을 나누다가 한 아르바이트생에게 이곳에 처음 일하고 안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나쁜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그 뒤부터는 일하기가 더욱 싫어졌다. 고민하다가 나는 대변을 보는 척 화장실 칸막이 안에 들어가서 십 분간 쉬다가 나왔다.
잠깐의 휴식 이후에 체념하듯 축 처져서 바닥 쓸기까지 다 하고 나자 어느덧 마감 시간인 10시가 되긴 했다. 그때 ‘대리’라는 명찰을 단 사람이 다음 일정을 논의하기 위해 나를 찾아왔다. 그는 말 안 해도 다 안다는 듯 처음인데 수고가 많았다는 말로 나를 위로해 주려고 했다. 내 표정이 조금 어두운 것을 알아차린 것인지는 몰라도 일손이 부족한 자리에 제때 제때 투입돼서 도울 수 있도록 첫날에는 모든 일을 조금씩 다 가르치는 것이라는 사실을 묻지 않았는데도 알려주었다.
또한 식당에 예약하는 손님이 많은 요일도 있고 적은 요일도 있기 때문에 알바생들에게 일정한 요일을 맡기는 게 아니라고, 하루 전이나 당일에 단톡방을 통해 미리 연락해서 일하는 로테이션을 짠다고 말해 주었다. 물론 그 사실에 대해서는 처음에 면접을 볼 때 주임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다만 그때는 각자 사정이 있어서 빠지는 알바생들의 편의를 위해 그러는 것이라고 순진하게 생각했었다. 직접 일을 해보고 나서 대리의 말까지 듣고 나니 알바생들에게 조금도 쉴 틈을 주지 않음으로써 인건비를 절약하려는 고깃집의 수작임을 알 것 같았다. 자본주의의 논리대로 노동자들을 쉴 틈 없이 쥐어 짜내서, 그만큼 고용자가 돈을 더 가져가기 위해 그렇게 계획을 세우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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