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에세이

함부로 꿈꾼 대가(3)

by 마음코인

그럼 내일 보자는 대리의 말에 나는 우선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고 나서 밖으로 나왔다. 면전에 대고 말하기는 어려우니까 내일 전화로 더는 일 하지 못하겠다고 말할 생각이었다. 기온이 더 떨어진 것인지 땀이 식어서인지 걷는 동안 아까보다 거리가 훨씬 더 춥게 느껴졌다. 입 밖으로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고깃집 아르바이트를 관두고 나면 대학생들이 몰리는 이 방학에 새로운 아르바이트를 구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왠지 모든 게 엉망이 돼버린 것 같았다. 방금 전에 대리에게 들었던 말들이 머릿속에 맴돌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오래전부터 이 세계는 자본주의의 논리에 따라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조금도 호의적이지 않은 구조로 이뤄져 있었는데, 그 당연한 사실을 너무 자각하지 않고 산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살아간다는 게 그저 가능한 쉬운 일을 하면서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아등바등 애쓰는 것에 지나지 않는데,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 한 가지 목표만을 생각하며 열심히 달려가는데, 나는 이제껏 그것과는 무관한 소설 쓰기를 너무 오랫동안 해온 것 같았다. 바보 같은 일을 하면서 속절없이 나이만 먹어 온 것 같았다. 남들보다 꿈을 늦게 깬 탓에 뒤늦게 뛰어든 취업 시장의 가장 낮은 위치에 내몰리게 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모아둔 돈은 한 푼도 없고,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것조차 이렇게 힘든데 앞으로 2년가량 막대한 수강료를 들여서 자격증 준비를 하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눈앞이 깜깜해지는 듯했다.


어쩌면 그런 생각들 때문에 그날 단 하루밖에 하지 않았던 그 아르바이트가 지금까지 더 고된 기억으로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보다 시간이 좀 더 지난 뒤에는 그때 느꼈던 자책감이 조금씩 옅어지긴 했지만. 현재까지 좋은 인문학 책들을 읽으면서 생각을 다시 정리하고 나서는 그런 식으로 바라보는 가치관이 조금씩 수정되기도 했지만. 적어도 그때 그 추운 거리를 걷는 동안에는 정말 스스로가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자각이 들 만큼 암담했던 게 사실이다. 앞으로 취업을 해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어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에게 묻는다면 단지 나이가 들어서도 이렇게 힘든 일을 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이유, 그 한가지 밖에 없다고 답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정말로 그때는 그 이유밖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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