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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코인 May 06. 2022

가족처럼 생각한다는 그 흔한 말(1)

식당 사장이 주는 음식을 쉽게 받지 말아야 하는 이유

 (*본문의 글은 '그냥 알바로 여행한 셈 치겠습니다' 저서에 수록된 완성본과 다소 차이가 있음을 알립니다.)


  “우리는 알바생을 가족처럼 생각해.”  

   

  오래전에 알바했던 구내식당에서 내게 자주 그 말을 했던 사람은 사모님이었다. 사모님은 내가 일한 그 짧은 기간 동안 식당 영업을 도맡아서 했지만, 사실 엄밀한 의미에서 사장이나 책임자는 아니었다.


  그렇게 불리는 것에 부담을 느끼기라도 한 것인지 몰라도 처음 내가 알바 면접을 보러 온 날 사모님은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내 말에 손사래를 쳤다. 자신은 단지 2, 3호점을 운영하느라 바쁜 아들을 위해 대신 일을 도와주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말이 나온 김에 젊은 나이에 사업에 성공한 아들에 관해서나 빌딩 상층부에 있는 식당 전망에 대해 자랑을 좀 늘어놓다가 잠시 잊고 있었다는 듯 뒤늦게 내가 건넨 이력서를 살펴보았다.     


  “곧 있으면 손님들이 올 텐데, 이왕에 왔으니 오늘 한번 일해 보는 거 어때요? 내가 사장은 아니지만, 일 잘하면 좋게 잘 말해 줄게요.”     


  내가 그렇게 하겠다고 하자 사모님은 점심을 먹었냐고 다시 물어보았다. 내가 먹지 않았다고 하자 사모님은 손님들이 오기 전에 얼른 먹고 오라고 했다. 그 말에 나는 뜻밖에 이득이라고 생각했다. 애초에 알바 모집 글에는 중식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지 않았다. 내가 그러겠다고, 감사하다고 말하자 사모님이 우리는 알바생을 가족처럼 대하기 때문에 밥도 준다고 덧붙였다. 나는 그 말을 그저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 정도로 가볍게 받아들였다. 곧장 홀 중앙에 있는 커다란 배식대에 가서 밥과 반찬을 쟁반에 퍼 담았다.    


 



  점심을 다 먹고 난 뒤에는 곧바로 일하기 시작했다. 첫날이어서 뭘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 나는 처음에 사모님이 손으로 가리키는 테이블들을 행주로 닦거나 그곳의 의자를 정리하거나 떨어진 휴지를 줍는 일들을 했다. 나중에는 손님들이 의자를 빼는 작은 소리만 듣고도 알아서 청소와 정리를 해 나갔다.



  시간이 지나서 손님들이 더 많아질 무렵에는 거기에다가 주방 이모들이 건네주는 밥과 국, 반찬, 수저들을 배식대에 채워 넣는 일도 겸해서 하게 되었다. 조금의 쉴 틈도 없이 홀을 내달리고 몸을 놀렸음에도 시시각각으로 늘어나는 자질구레한 일들을 완벽하게 다 처리할 수는 없었다. 멀리서 지켜보는 사모님에게 테이블과 배식대 위를 지적하는 말을 듣기도 했다. 나는 이렇게 일이 힘드니 밥을 주는 게 당연하다고 불만스럽게 생각하면서도 더는 지적 받지 않기 위해 더욱 꼼꼼하게 일 처리를 했다.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대걸레 두 개를 양쪽 겨드랑이에 끼고서 바닥 얼룩을 박박 닦아내기도 했다.


  다행히 그렇게 노력하는 모습이 좋게 보인 것일까. 막바지에 쓰레기통을 비울 무렵에는 사모님에게 내일부터 계속 일하러 나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진짜 사장의 허락 없이 나는 단지 사모님의 그 말 때문에 이후에도 계속 일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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