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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코인 Mar 05. 2021

최저시급 사기꾼들은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2)

  하루는 평소와 다름없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처음 보는 청년 둘이 점주 대신 카운터 자리에 서 있는 걸 보게 되었다. 그 옆에서 무어라 얘기를 나누고 있던 점주는 인사를 하며 다가온 내게 둘 중 모자 쓴 청년을 자기 아들이라고 소개해 주었다. 나는 어색하게 두 사람과도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러고 나서 식료품 창고에서 평소처럼 조끼를 가져왔다. 두 청년이 그때까지도 자리를 비켜주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걸 보고는 냉장고 옆에서 조끼를 갈아입었다. 그때 점주가 내게 다가왔다.


  “성우야, 이 일 계속할 거야?”


  나는 당황하면서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하시냐고 물어보았다. 머릿속으로는 그동안 잘못한 일이 있는지 되짚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다름이 아니라, 네가 평소에 손님들한테 웃으면서 잘 대하는 건 아니었잖아. 표정이 어둡기도 했고. 그래서 혹시라도 일이 마음에 안 드는가 싶어서..."


  인상이 좋지 않다는 말은 살면서 종종 들어왔기 때문에 그렇게 느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것을 의지 결여로 해석하는 말은 좀 지나친 것 같았다. 나는 얼굴에서 조금 열이 나는 것을 느끼면서도 애써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제가 웃는 상이 아니라서 그렇게 느끼셨나 봐요. 일은 가능하다면 계속하고 싶어요.”


  “그래, 애초에 정한 거니까, 내가 맘대로 관두라고 할 수도 없는 거고... 그럼 계속 일해. 앞으로는 손님들한테 잘 웃고.”


  나는 수긍하듯이 네, 라고 말하긴 했지만 속으로는 서늘함을 느꼈다. 말은 그렇게 해도 사실은 내가 일을 계속한다고 해서 실망한 눈치라는 것을 알았다.




  상황은 그렇게 일단락되긴 했지만, 이후에도 머릿속에서는 그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어쩌면 아들이나 아들의 친구로 보이는 청년 중 한 사람을 내가 일하는 시간대에 대신 쓰고 싶어서 그렇게 물었는지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다. 물론 점주의 머릿속에 들어가 본 게 아니기 때문에 확신할 수는 없지만, 미심쩍은 정황들은 그 이후에도 계속 나타났다. 내가 계속 일을 할 것이라고 말한 다음 날부터 점주의 태도가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을 피부로 체감할 수 있었다.


  마치 내게 갚아야 할 큰 빚이라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점주는 이전보다 나를 더 막 대했다. 내가 일을 하고 돌아온 오전 시간에 잔다는 것을 빤히 알면서도 그 시간에 일부러 전화를 걸어와서 대타 좀 해달라고 하거나 주말에도 전화를 걸어와서 일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한 톨이나 누가 자리를 지켰을 때 발생한 것인지 명확하지도 않은 50원의 계산 실수를 구실로 이전의 다른 알바생들과 비교하며 구박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나는 혹시라도 꼬투리가 잡혀 해고를 당할까 봐 순순히 대타 업무를 해주고, 인정할 수 없는 실수를 떠안으며 애써 미안하다고 말해야만 했다. 속에 있는 불만이 입 밖으로 나오려는 것을 겨우 참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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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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