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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코인 Mar 13. 2021

최저시급 사기꾼들은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3)

화장실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건 인간의 기본권리라고 생각해서요.

  그날의 일만큼은 도저히 인내심으로 참고 넘어갈 수가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전날 새벽에는 어떻게 된 일인지 편의점 건물 뒤에 딸린 화장실 문이 잠겨 있었다. 나는 창고처럼 생긴 화장실 주위를 계속 서성이다가 하는 수 없이 불빛이 없는 외진 골목을 찾아 들어갔다. 팬티를 내리고는 그곳에 서서 오줌을 누는 동안 혹시라도 누군가에게 들킬까 봐 조마조마했다. 한편으로는 조금 수치스럽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서 저녁에 출근했을 때 나는 점주에게 새벽에 있었던 일을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요구사항을 말했다.


  “화장실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건 인간의 기본권리라고 생각해서요.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마땅히 개선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의외로 자연스럽게 말이 나왔다.


  “그 화장실이 사실 미용실 아줌마 거거든. 내가 저녁에 문 잠그지 말라고 했는데도 말을 안 듣네? 내가 다시 말해야지 어쩌겠어.”


  점주는 그렇게 말하고는 서둘러 화장을 고치며 서두르는 발걸음으로 나갔다. 점주의 말은 일관되게 책임을 떠넘기는 투이긴 했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요구사항을 말하며 기세를 꺾었다는 생각에 나는 작은 성취감을 맛보았다. 그때만 해도 새벽과 같은 일은 앞으로 없으리라 생각했다.


  기대가 부응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안 것은 몇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서였다. 별걱정 없이 평소처럼 소변을 보러 화장실에 갔는데, 여전히 문이 자물쇠로 잠겨 있는 걸 보게 되었다. 아직 잘 시간은 아닌 것 같아서 전날과 다르게 문자뿐만이 아니라 전화로도 점주에게 연락을 취해 보았다. 아무리 기다려도 부재중이었고 이후에도 답장은 오지 않았다. 또 노상방뇨를 해야 하나, 초조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아랫배에서 통증과 함께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당황한 나는 일을 팽개쳐두고 냅다 밖으로 뛰쳐나갔다.



  주위를 둘러봐도 불 켜진 건물은 하나도 없었고 버스가 끊긴 도로는 횅하기만 했다. 편의점에서 폐기된 김밥을 먹은 탓인지 그전에 먹은 다른 음식 탓인지 계속 아랫배가 쿡쿡 쑤셨다. 금방이라도 나올 것만 같아서 고통스러웠다. 마침 어린이 보호구역이라고 쓰인 보도를 지나다가 불 꺼진 초등학교를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정말 난감한 일을 겪었을지도 몰랐을 것이다. 다행히도 별관 문이 잠겨 있지 않은 덕분에 담을 뛰어넘고 들어가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었다.


  운 좋게 위기를 극복하긴 했지만, 그날 저녁에 다시 아르바이트하러 가기 전에는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다짐했다. 이틀간 세 차례나 요구했는데도 개선이 되지 않고, 문자에 답장도 하지 않은 것에 화도 났다.


  굳은 표정으로 편의점 안으로 들어서자 점주는 전화와 문자 온 거 봤다고, 바빠서 미용실 아줌마에게 말하는 걸 깜빡했다고 둘러댔다. 내가 초등학교 담장을 뛰어넘어서 겨우 해결했다고 말했을 때도 미안하다는 말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나는 조금 화가 났다. 물론 점주의 말처럼 정말로 깜빡했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그 순간에는 나를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깜빡했을까,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이제껏 최저시급을 받지 못한 것부터 시작해서 그동안 쌓여 왔던 불만도 함께 상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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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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