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에세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코인 May 23. 2021

최저시급 사기꾼들은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4)

“최저시급 안 받고 일한 애들도 너보다는 잘했어.”

  “점주님은 저한테 미안하다는 말은 한마디도 안 하시네요.”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 나도 화장실 급하면 초등학교로 달려가야 할 판인데..."


  점주는 처음으로 대드는 내 태도에 당황했는지 다소 횡설수설했다. 그러고는 자신도 따질 게 있다는 듯 뒤늦게 카운터 옆의 쓰레기통을 손으로 가리켰다.


  "여기 떨어진 머리카락 안 보여? 이런 것도 하나 제대로 못 치우면서 어딜 따지고 들어."


  나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도리어 큰소리치는 태도에 더 화가 났다.


  “점주님께서 최저시급법만 제대로 지켜주셨어도 일을 더 잘했을걸요?”


  ‘최저시급법’이라고 발음하는 순간 나는 왠지 외부에 단단한 보호막을 둘러친 느낌이었다. 애초에 계약이 어떻게 이뤄졌든지 간에 점주가 누구나 마땅히 지켜야 할 ‘법’을 안 지킨 건 사실이었으니까.


  “최저시급 안 받고 일한 애들도 너보다는 잘했어.”


  점주는 지지 않고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럼 그 애들 다시 데려다 쓰세요. 더 이상 일 안 할 테니까요.”


  조금은 충동적으로 그렇게 말한 순간 이제껏 근근이 버텨왔던 아르바이트를 관둬야 한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말할 때는 조금 후련했던 것 같은데, 뒤늦게 허무하고 답답한 느낌도 드는 것 같았다. 어찌 됐든 내뱉은 말을 지키기 위해 나는 입고 있던 조끼를 벗었다. 점주는 저주라도 내리듯 그런 식으로 당돌하게 행동하면 어딜 가서도 대접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나는 무시하면서 백팩을 집어 들었다. 그렇게 내내 말이 없다가 나가기 전에 이번 달 시급이랑 처음에 주지 않은 5만 원은 빠짐없이 입금해달라고 했다. 점주는 걱정 말라고, 그런 돈 떼먹을 사람 아니라고 말했다. 나는 대답 없이 밖으로 나왔다.


  하필 때마침 내리기 시작한 비를 맞으며 나는 집을 향해 터덜터덜 걸어갔다. 홀가분한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비에 흠뻑 젖은 상태에서도 신고해서 최저시급으로 계산한 돈까지 다 받아내고 말겠다는 복수심 가득한 생각뿐이었다.        

                                   


                                                        

                                                          2    


  두 번째 편의점에 면접을 보러 간 것은 첫 번째 일 이후로 2년이 지나서였다. 휴학하는 동안 쓸 생활비가 필요해서였는데, 그 무렵에 여러 식당에서 서빙 면접을 보는 족족 퇴짜를 맞은 터라 물불 가릴 입장이 아니었다. 첫 번째 편의점에서 겪은 부정적인 일 때문에 꺼려지긴 했지만, 그래도 세상의 모든 점주가 그 사람처럼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고 애써 생각하며 찾아갔다. 첫 번째 편의점과는 200미터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최저시급 사기꾼들은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