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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코인 Feb 25. 2021

최저시급 사기꾼들은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1)

(요즘에는 다른 데도 다 마찬가지야.)

 (*본문의 글은 '그냥 알바로 여행한 셈 치겠습니다' 저서에 수록된 완성본과 다소 차이가 있음을 알립니다.)





     1


  그 해에 첫 번째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동안 나는 최저시급을 받지 못했다.  


  애초에 조건이 그렇다는 걸 모르고 일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알바천국 모집 글에는 분명 최저시급으로 기입돼 있었는데, 막상 면접을 보러 찾아갔을 때 점주는 기입된 금액과 자신의 이름으로 작성한 사실 모두를 부인했다.


  “그 글 내가 올린 거 아닌데? 아마 사람 필요하다니까 업체에서 알아서 올려줬을 거야. 난 그런 거 할 줄 몰라.”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진실의 여부를 떠나서 자기 가게 일인데도 저렇게 무책임하게 말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조금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는데, 점주는 이후에 어떤 사과의 말도 하지 않았다. 도리어 이왕 온 김에 그냥 여기서 면접 보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다.


  “요즘에는 다른 데도 다 마찬가지야. 식당도 아닌데 어떻게 최저 시급을 맞춰줄 수 있겠어.”


  이전에 편의점 아르바이트 경험이 없었던 나는 정말 그런지 사실 잘 몰랐다. 이른 아침에 애써 찾아온 노력이 아깝기도 해서 나는 ‘그래요?’라고 순순이 되물었다. 그러자 점주는 새벽에 손님이 없기 때문에 가만히 서 있다가 가면 된다고, 식당 같은 데랑은 비교도 안 될 만큼 일이 쉽다고 말하며 나를 회유하려고 했다. 나는 조금 더 고민해 보게 되었다.


  사실 점주에게 얘기하지 않았지만, 지난주에 나는 식당 아르바이트 면접에서 세 차례 퇴짜를 맞은 경험이 있었다. 아무래도 대학생들이 몰리는 방학이라 어렵고 힘든 식당뿐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알바 자리를 구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최저시급법을 지키지 않는다는 게 좀 부조리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지금이 아니라면 또 어디 가서 아르바이트를 구할까 싶기도 했다.


  고민 끝에 나는 결국 점주에게 일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저렇게 자신 있게 말하는 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는 판단도 없지 않았다. 당시에 세상 물정 모르던 21살의 나는 단지 점주의 언변에 말리고 말았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때만 하더라도 그리 나쁘지 않은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결정을 후회하게 된 것은 일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사실 본격적으로 일하기 전까지만 해도 최저시급을 주지 않기 때문에 점주가 미안해서라도 편의를 더 봐주려고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내심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최저시급을 주지 않는 것은 그저 일말의 좋은 점도 기대할 수 없는 불량한 태도일 뿐이라는 사실을 나는 점주의 말과 행동을 통해서 점차 깨닫게 되었다.


  일례로 근무 첫날에 포스기 사용법에 대해 교육받은 한 시간을 일한 시간으로 쳐주지 않은 것은 약과였다. 내가 일하다가 언제 갑자기 관둘지 모른다고 하면서 첫 달 월급에서 5만 원을 킵해 놓고 관둘 때 주는 조항을 억지로 따르게 한 것도 그저 평범한 수준의 일이었다. 이후에 일어난 일에 비하면 그런 건 큰일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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