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고집이 쎄

낫지 않는 코감기같은 나에 대하여

by 병아리선생

코감기가 3주째 낫지를 않는다

훌쩍이는 정도가 아니라 코가 완전히 막혀서

룸메가 새벽에 자는 나를 깨울 정도이다


매주 병원을 가고 항생제를 바꾸고도 낫지를 않는다

엄마가 추천해준 판피린도 약국에서 사먹었지만

이 독한 녀석은 나을 기미가 없다

돌아버리겠다


나는 약한 감기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른스러운 첫째 딸

항상 바르고 열심히 하는 학생

성실하고 착한 친구


남들이 나에게 만들어준 순한 맛 수식어가 나쁘지 않았는지

그 수식어를 지키기 위해

시키는 대로 착실하고 심지어 매 순간 열심히 또 따랐다


그래서

고집이 왜이렇게 쎄!!

라는 얘기는 평생 들을 일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나에게 시간은 하나씩 반증을 시작했다

남들이 다 좋다고 열광하면

오히려 더 외면하고 싶어졌고


모두가 다 당연스럽게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어도

혼자 속으로

“내가 그걸 왜 해야되지??? 도저히 아닌 거 같은데....”

끊임없이 괴로워하고 반항심이 극도로 커져

결국 스스로 미운오리새끼가 되어 버린 후

지킬앤하이드라도 된 듯 뿌듯해하는 웃긴 나를 본다


근데 나의 고집을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신념과 생각을 지킨다는 것은 참 어렵다

바람의 반대방향으로 이미 망해버린 앞머리를 붙잡고 버둥대는 격이다


나도 편하게 바람이 등떠밀어주는 방향으로 가볼까하는 생각이 가끔씩 든다

그런데 나는 그것도 또한

“이게 맞나? 아닌거 같은데”

또 혼자 반박하고 괴로워하고 다시 홀로서기를 자초한다


진짜 왜이러는 걸까

매순간 나에게 묻지만

거울 속의 나는 어쩌라는 식으로 그 무던한 표정으로 관심도 없다

섭섭하지만 이 또한 인정하는 수 밖에.


하나 확실한 것은 바람의 반대방향으로 가는 건 꽤 많은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바람이 등떠밀어주는 방향은 딱히 내가 할 일이 없다

심지어 에이스 침대보다 편하다


근데 거기엔 내가 없다


허전하다


그래서 나는 결국 다시 코감기가 되어 버린다

내가 내 힘으로 발을 옮기기 위해서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쭉 미운오리새끼로 살거다

3주째 낫지않는 코감기보다 더 한 시련이 계속 닥치겠지만

그래도 나는 끝까지 반항하고 반박하면서 버텨보려 한다


고집쟁이 화이팅

코감기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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