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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서 Mar 10. 2024

건국 일기 1

인정하고 나니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었다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 원인 모를 질병으로 5년간 병원신세로 걷지도 못하고 누워만 살아야 했는데

다리를 몇 번이고 절단해야하나 고민하는 의사들의 이야기도 관심이 없어지고 그저 이 상황이

체감되지 않은 채 멍하니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아닌 세월의 흐름을 단위로 계절을 보내고 침대에 누워서 무기력하게 

5년의 시간을 보내면서치료와 재활을 시도했지만 번번히 실패하고 말았다. 

13번의 수술끝에 결론은 '치료가 불가능하다.'

긴 시간동안 함께 해준 의료진조차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결단의 시간이 왔고 퇴원하는 날.. 

주치의였던 선생님께 '포기하지 마세요. 힘내세요' 말을 전하니 선생님은 놀란 눈으로 

환자에게 자신이 해줘야 하는 말인데.. 하면서.. 잠시 정적이 흘러갔다.   

물론 난 포기한건 아니지만 자신의 전문지식과 기술을 총동원 했으나 해결하지 못한 선생님의

마음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었던 터라 그렇게 격려 아닌 격려를 하며 휠체어을 탄 채 

병원 밖으로 나와 집으로 갔다. 

집에 가서도 여전히 침대 위에서 생활은 끝나지 않고 왼쪽 다리의 마비와 신경통증인지 알 수 없는 통증으로 일명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을 겪게 되어 장애인이 되었다. 

후천성 장애인 된다는 것은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다. 

개인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장애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게 쉽지 않았다. 

6개월 이상을 등록하지 않다가 병원비라도 아끼려고 결국 신청하게 되어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어떤 감흥도 갖지 못하고 무언가 자신이 무기력하게 여겨지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참 쓸데없는 감정이었지만 그 당시 그런 고민을 안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멈출 수는 없어서 나아갈 수밖에는 없었다. 

가족이 있었기에 포기하고 낙담하고 가만히 주저 앉아 울기만 할수도 없었다. 

그렇게 긴 겨울잠 같았던 세월을 5년간 흘러 보내고 나서야 세상을 향해 한걸음씩

도전하고자 다짐을 했다. 

비록 전과 상황은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사랑스러운 가족들과 생각하지도 못했던 도움을 준 이들의

응원이 있었기에 마비된 왼쪽 다리를 끌면서 처음 집 앞에 편의점을 가보았는데 

50미터가 안되는 거리인데도 왕복 20분 이상 걸렸다. 

설명하려면 좀 어렵지만 한쪽 다리가 마비로 굳어져서 한발로 뛰어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해야하나.

몇미터 못가서 쉬고 그걸 반복하면서 그렇게 다녀오고 나니 땀이 옷을 전부 적시고 있었다.

그래도 밀려오는 통증만큼이나 뭔지 모를 뿌듯함이 함께 다가왔다.

그렇게 새로운 도전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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