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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서 Jun 16. 2024

그냥 내 일을 열심히 하는 겁니다.

호구라고 걱정하는 건가요? 그냥 일하는 거잖아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계약직이 뭐 하러 저렇게 열심히 일하냐? 그런다고 무기계약직해주지 않아~

하면서 걱정해 주는 사람들(?) 이해한다. 


근데 정말로 이해한다. 계약직인데 뭐 하러 저렇게 열심히 일하냐면서 걱정해 주는 것도 일정 부분은

진심일 것이다. 적당하게 해도 열심히 해도 어차피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끝나는 건데 실망할까봐(?)

미리 걱정해 주는 것이다. 

단, 이런 경우 그럴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사회생활 이십 년이 넘었다. 웬만한 상황과 경우 겪어봤다. 신입부터 책임자 자리까지도 다 겪어봤다.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지도 안다. 

그러나 지금 내 상황은 

간절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게 목적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그런 분들의 걱정에 어떤 반응을 한다는 것도 없는 이유다. 

좋은 조건일 수도 있고 누군가는 그게 정말 필요할 수도 있고 그것이 의미가 없다는 것도 아니지만

수십 차례 수술을 하면서 몇 년간 생사를 왔다 갔다 하다 보니

한 번뿐인 인생에서 그런 좋아 보이는 조건을 달성하는 것이 인생의 목적이 아니게 된 것뿐이다.

정말 중요한 일도 아닌 것이라는 것을 개인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마다 사정이 각양각색이니깐. 

무엇보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목표나 가치가 다른 것처럼 부자는 아니지만 적당히 살아도 보고

지금 경제적 어려움 속에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살아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좋은 환경보다 우선되는 것이 있다는 정도가 

지금의 내 가치와 목표라는 것이다. 

때문에 지금 안정적인 직장보다 우선되는 것은 가족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한 재활의 성공과 건강 회복이다. 

직업은 두 번째 순위이다.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게 목표는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 기준이 맞다고 설득할 필요도 없다

그저 본인들이 목표로 하는 것들의 차이라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날 걱정도 하고 질타도 하는 것들 모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라고 생각하면서 지내고 있는데 정작 주변에서는 그게

안타깝다고 느끼는 것 같기는 하다. 

살다 보면 현실에서 직업의 조건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

인생들의 선배 혹은 동료들이기 때문이겠지만

집도 직업도 다 잃어본 사람으로서 그 간절함이 없는 게 아니지만

지향점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전에 비해서 경제적으로 직업적으로 마이너스인 것도 사실이지만

전에 비해서 가족들과 소통이 유대가 강해진 것도 사실이다. 

둘 다 좋으면 좋겠지만 

인생이라는 것은 내가 계획한 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지금은 후자가 더 내겐 행복을 주는 요소이다. 

넓은 집과 좋은 자동차, 때가 되면 여행을 다니고 

사고 싶은 것들은 무리 없이 사고 먹고 놀고 

자신의 일에 대한 나름대로 사회적인 관심도 높은 직업도.

지금 내가 느끼는 행복감을 채워주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전에는 마음의 부자, 가난이 무슨 말인지 잘 몰랐다. 

지금도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인생에 대해서 준비는 하되 그것이 목적이 되는 순간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 때가 있다는 것을 안다는 정도?

아이들에게 원 없이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좋을지 모르지만 

어찌 되었던 이번 여기서 모험은 마무리를 지어가는 수순에 있다. 

최정적인 목표는 확실하니깐 말이다.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의미 있는 시간들을 보내고 싶다. 

그리고 연장보너스 같은 내 시간에 이왕이면 태어나 사는 이 세상에

좋은 영향을 가급적 많이 나누고 싶다. 

그래서 그런 선택과 집중에 대한 고민은 하지만 

지금 계약의 연장이나 정직원 전환 등이 목표가 아니라서 

그런 점에서 오히려 더 자유롭다. 

그래서 다른 상황에 있는 분들 입장에서 계약직인데도 

열심히 일하는 게 오버한다고 다음 사람에게 피해 준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내게 주어진 업무 이외 다른 것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절대적인 임금이 낮은 것은 조직, 사회의 문제에서 시작된 거라서 

직장 내 괴롭힘이나 갑질도 아닌 것이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보면 정당한 임금의 보장은 중요한 문제이기는 하다.

그렇다고 적은 임금이라고 내 일을 대충 하고 싶지도 않다. 

사회적 불합리함에 순응하라고도 그렇다고 요령을 가장한 태만도 

둘 다 비추다.


조금은 답답한 상황 속에 있더라도 자신만의 자유로움을 추구했으면 한다

불혹을 너머 지천명에 도달했어도 아직 이르지 못했지만 

여전히 유혹에 흔들리고 감정에 소용돌이가 일어나지만

받아들임에 이해의 폭을 넓히면 상대가 좋은 것보다

자신이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된다. 

상황이 변하지 않는 것을 붙잡고만 있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거의 없다고 본다. 

그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가다 보면

엉뚱한 방향으로 달라지기도 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험도 하게 된다.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지도 않고 내 생각이 모두에게 좋지도 않다.

나의 오늘, 이 시간은 누군가 마지막까지 붙잡았던 1초이다.

그 시간을 어떻게 쓸 수 있는가 하는 선택은 자신의 권리이자 책임이다. 

날 걱정해 주는 것도 질타하는 것도 

그들의 선택이고 시간이다. 

다만 타인에게 그 시간을 쏟기보다는 자신에게 쓰기를 추천한다.

정말 아까운 시간이다.

병원에서 수술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영구장애로 살아야 한다고 통보를 받고 퇴원한 그날.

바로 옆방에 입원했던 분이 돌아가셨다고 한다.

현실에서 어떤 차이가 있더라도 결국 모든 시간이 다르고 

그 시간이 끝나면 더 이상 자신의 시간은 흘러가지 않는다. 

물론 사후에 어떤 영향력을 남기는가 하는 것도 중요할 수도 있지만

난 범부의 삶을 선택하고 그 시간을 집중하고 싶다. 

모두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한 번쯤 돌아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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