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서 Jun 30. 2024

여름이 왔다

올여름은 유난히 뜨거울지도 모르겠다.

그곳에 두고 온 여름의 기억은 각 자의 추억대로 간직되어 있다.

여름이 찾아오면 여름의 추억이 스며들어 오는 것을 느낀다. 

누구나 뜨거웠던 여름은 있을 것이다. 나에게도 잊지 못할 여름의 향기가 짙게 묻어 있다는 것이

종종 힘이 되어 준다. 


사실 일찍부터 결혼한 터라 로맨스여름은 없었던 것 같다. 주로 여름에도 열심히 일을 한 기억이

가장 많은 것을 생각해 보면 열심히 사는 유형인 것은 맞는 것 같다. 

지인들도 항상 어떤 순간에도 '넌 정말 열심히 산다.' 이런 말이 익숙하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었다. 

그래, 난 열심히 사는 편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한순간이라도 무엇이라도 하고 싶어 한다고 해야

할까? 호기심이 많다 보니 다양한 주제와 다양한 것들에 흥미를 갖고 파고드는 성격이다. 

그때는 집중력도 높아서 웬만한 수준까지 대부분 해내고 만다. 

그런데 이것이 장점이기도 하지만 단점으로 꽤나 작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일정 수준까지 하고 나면 더 이상 하려고 하지를 않아서 무엇이든 그 정도까지만 하는

사람이 되어 버려 있었다. 

좋게 표현하면 다재다능이겠지만 현실은 무엇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린 셈이다. 

살아가면서 소소하게 장점으로 이용되지만 결국은 어느 분야에서 특출 나지는 않아서 그것을 가르쳐

주거나 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공부도 예체능도 어느 쪽이든 대학을 진학할 만큼 할 수 있었지만 결국 어중간하게 되어 버렸다. 

글쓰기도 좋아했지만 결국 어설픈 시와 글들을 쓰는 것이 고작이다. 

소설을 쓰고 싶은데 한 번도 완성시켜본 적이 없다. 

몇 개월동안 웹소설을 기획하고 쓰다가 중단한 것이 10여 차례는 될 것이다. 

여름과 관련된 글도 쓰고 싶은데 도대체 생각나는 로맨스가 없다. 

연애 이야기를 좋아한다. 사랑을 하는 이야기는 언제나 셀렘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험 부족이라고 해야 하나.. 이 나이를 먹고 모르는 것들과 경험하지 않은 것들이 많다.

물론 일적인 것은 많이 해봤다. 이것저것 다양한 분야에서 다른 간접적을 경험을 해봤다. 

PD를 하기 전 영화배우가 되고 싶어서 일부러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했던 적도 있지만 

결혼과 동시에 직장을 잡고 그렇게 사고가 있기 전까지 살아왔다. 

아쉬운 것은 없었지만 역시 '한 여름밤의 꿈'같은 추억이 없는 것은 조금 서운하다. 

물론 가족들과 추억이 쌓인 보물 같은 여름의 향기가 외로움을 달래주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바다를 유난히 좋아했던 첫째 아이 덕분에 당일치기 동해 여행도 수시로 했는데 보통 금요일 자정에 출발해서

아침 일찍 동해 바다를 만나서 아침 먹고 신나게 물놀이를 한다. 점심 먹고 또 놀아주고 나서 

저녁까지 먹고 다시 서울로 오는 여행을 거의 매주 했던 적도 있었다. 

아~ 이래서 아이들에게 젊은 부모가 이점이 있구나 하는 것은 있었다. 

아이들의 무한 체력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그에 못지않는 체력을 부모도 가지고 있어야 했던 것이다. 

다행히 운동을 꾸준히 해온 덕분에 크게 어려움을 없었지만 지금 하라고 하면 도저히 못할 일이다. 

그래도 작은 생명체가 처음 바다를 만나서 무섭다며 내 품에 달려오던 그 해 여름바다는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그날 바다에서 떠나고 싶어 하지 않던 아이에게 짜증을 내던 자신을 지울 수 없다. 

아름다운 추억이지만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 순간이기도 하다. 

좀처럼 그 죄책감이 지워지지 않는다. 

미안한 마음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진행중이고 기억조차 못하는 그 일을 기억하고 있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다그치는 회초리처럼 끊어지지 않고 있다. 

요즘은 소통에 관한 여러 가지 해결 프로그램과 영상 자료, 책 들이 많이 있고 그것을 읽을 때마다 

자신의 이야기구나 하면서 잘못한 일들이 가득하다. 

물론 잘한 일들도 있고 그런 시간들도 있겠지만 어리석은 부모는 잘 못해준 일들만 기억이 

가득 쌓이는 것 같다. 

당연히 일상적으로 함께 하는 여름이야기가 계속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함께 하지 못한 여름들이

더 많아지고 있고 성인이 되어 버린 아이들은 더 그럴 시간들이 없어지겠지..

막내와의 시간도 얼마나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그것이 당연한 인생사라는 것도 알지만 미처 마음이 생각을 따라가지 못하고 미안함과 서운함이

교차하고 있다. 

솔직히 이번 여름이 혼자서 보내는 마지막 여름이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인생에서 행복은 대단한 목표를 이루는 것일 수 있지만 지금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그 해답인 것 같다. 

그나마 좋게 생각해보면 반강제적으로 그동안 혼자서 단련할 수 있는 시간들이 주어진거라고 여기고

이것저것 배우고 익히고 있다. 

처음 의도한 주제에서 벗어났는지 모르지만 이 브런치를 완성하는 날이 곧 올 것이고 그 후에는

가족들과 상봉하는 그림을 그려본다. 


유난히 무더위가 일찍 시작한 것 같은 2024년의 여름, 운이 좋다면 막내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 그를 위해서 오늘도 열심히 살아간다. 

내가 바라는 여름 풍경이 상대가 바라는 풍경과 똑같을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추억할 수 있는

그런 여름이야기로 각자의 서사로 기록되기를 소망한다

이전 16화 야유회가 사라져 간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