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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서 Jul 07. 2024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인생이 허락하는 것들이 얼마나 될까

계약직을 하다 보니 재임용평가라는 것이 있고 1년 단위로 이루어지고 재임용평가라는 것이 있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어찌 되었던 평가를 받고 면접을 다시 받고 재계약이 이루어지던가 아니면 계약이

종료되기로 한다. 

어떤 분들은 재임용평가에서 끝나고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한다. 

몇 개월 전에 재임용평가를 받았는데 다행히(?) 큰 이슈 없이 1년 더 계약이 되었다. 


사실 계약직이든 정규직 전환이든 이게 관심사는 아니었다. 

몇 년간 가족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시간 때문인지 그런 상황으로 힘든 건지 애초에 목표가 그런 것이 

아니었던 이유가 가장 크겠지만 일은 최선을 다해보는 게 성격이라서 그렇다 치고 

앞으로 어떤 일들을 해야 할지는 사실 고민이기는 하다. 

한국에서 여전히 일들을 찾아다닐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가족들 곁으로 가는 게 우선순위라서

그쪽으로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러나 예전처럼 다시 하던 일을 할 수도 없으니 전혀 다른 일들에 도전을 해야 할 현실이다

현실은 안타깝게도 열심히 일한다고 해결되는 일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고민이 많아지는 것 같다. 

이제 계약기간이 4개월 남았는데 사람들이 인사처럼 "어떻게 할 거야?" "무슨 이야기가 없어?"

이런 질문은 일상이 되었다. 익숙해지면서도 같은 대답을 해야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괜찮다고 하지만 자신에게 아무리 그런 마음이라고 하더라도 계속 저런 질문을 받다 보면

내가 말하는 말이 변명처럼 되는 것 같아서 점점 조심스러워진다. 

사람들의 관심사가 되어 버린 것은 어쩔 수 없기는 하다. 

계약직이 계약기간을 채우고 전환되는 것이 거의 없어진 요즘이라서 그런지 나의 거취에 대해서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실 당사자와 결정권자는 아무런 관심도 없을지 모르는데 말이다. 

현실적으로 2년 계약직원을 돌려 쓰는 게 경영상 조직상 큰 타격을 입는 위치도 아닌 직군이다 보니 

사실 드라마틱한 일은 발생하지 않은지 오래된 것이 자연스러울지도 모른다. 

기존에 있던 정규직도 자연감소 시키고 외주용역업체로 전환시키는데 사람들이 기대반 우려반으로

바라보고 있는 내 상태의 변화는 이슈라고 할 것도 없지만 현재는 핫이슈인가 보다.

솔직히 이곳에서 많은 혜택을 받았다. 더 바란다는 것은 과한 욕심이라는 것도 안다. 

중년의 나이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는 것이 이처럼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니 새로운 일을 

도전한다는 것이 지난 시절과는 정말 차원이 다른 것 같다. 

새삼 돌아보니 아픈 나로 인해서 고생하는 가족들이 안타깝게 여겨진다. 

하는 일이 비해서 적게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 나이 가장에게는 너무 부족한 월급이기는 하다.

배달 알바로 채우던 비상금도 요즘 경기가 안 좋아서 치열한 경쟁에 점점 파이가 작아지고 있다. 

그래서 새롭게 구한 일거리가 공모전인데 운 좋게 몇 번 수상을 하면서 간간히 채우기는 하지만

30번 응모에 한 번 정도 되고 금액이 큰 것은 아니다 보니 대출금을 갚아가면서 생활비를 보내기에 

벅차기는 하다. 그나마 다행히 병원 수술비가 안 들어가는 것이 가장 큰 위안이다. 

병원에 한번 가면 검사 때문에 수십만원이 나가기 때문에 이런저런 핑계로 미루고 약만 타고 있다. 

하지만 더 어려운 사람들이 어디 한두명도 아니고 푸념할 때가 아니긴 하지만 최근에 자꾸 의욕이 

떨어지고 있어서 끌어올려야 한다. 

그래도 적은 금액이라도 정기후원도 다시 시작하면서 뿌듯하기는 하다. 

원래 4곳을 후원하고 있었는데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잠시 중단하고 1곳만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다시

적은 금액으로 나누어서 후원하고 있다. 

자신이 어려워지니 그런 작은 도움이라도 모일 수 있다면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더 잘 알 것 같다. 

후원은 돈이 많아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여유가 되어야 할 수 있는 것이다. 

점심을 사 먹지 않고 음료수 한 잔 사 먹지 않고 아끼고 한 달에 몇 만 원이라도 나눌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래, 생각해 보면 난 참 운이 좋은 녀석이다.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나 보다. 이왕 살려줄 것 로또라도 되게 해 주면 좋겠지만 그건 너무 상상의 세계이고

어찌 되었던 넘어 넘어 살고 있다. 

희망이 꺼지지 않고 그래도 이렇게라도 하루를 버틸 수 있어서 다행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오늘도 이렇게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회사에 남아서 누리는 혜택이

얼마나 좋은지 새삼 느낀다. 

사무실과 현장에서 둘 다 일하다 보니 서로의 장단점이 확실하다. 

그렇지만 가장 큰 동기부여는 역시 가족들과 함께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지금 버티는 것도 가족들과 함께 할 날들을 위해서 살아내고 있는데 그 도중에 만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하는 숙제도 많다. 

세상에 계획대는 것들이 얼마나 있겠는가? 우리에게 허락된 것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하루아침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인생이라는 것을 우리는 누구나 알지만 대부분 외면하고 살면서 

자신은 제외시키는 삶을 살아갈 것이다. 

나라고 달리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겨우 깨닫고 살아간다. 

단 1초라도 허비하지 않기 위해서 숨 쉬는 순간마다 무엇이라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말은 하지만 정말 세상 살아가는 것이 어디 생각대로 되던가?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하루 아침에 운명을 달리하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들로 인해서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기도 하고 

그것을 극복의 소재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어느 쪽이든 결국 그만한 사정이 있는 것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유행인적이 있었지만 반대로 아픈건 아프다. 왜 청춘만 아파야 하냐. 등

다른 주장들도 유행이었고 여전히 이런 주제들은 상반된 생각과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정해진 정답은 없지만 표준이라고 생각하는 혹은 모범이라고 생각하는 답을 향해 사는 사람들이 더 많이

존재하는 것 같기는 하다. 


누가 날 평가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니다. 

어차피 내 삶을 살아내는 것은 나 자신이다. 무엇이 소중한지 우선순위를 제대로 정하지 못한다면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의미 없어질 수도 있다.

그러니 너무 달려만 가지 말고 가끔 자신이 어디쯤 있는지 원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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