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효녀의 기준은 누구의 것인가

세상의 기준에 비친 나, 내 기준에 비친 나

by Time Right

사람들은 나를 효녀라고 했다.

코로나로 면회도 못 하는 상황에서, 엄마가 필요한 물건을 챙겨 병원에 보내고, 간병인과 간호사에게 수시로 연락하며 돌보는 나를 보며 “대단하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정작 나 자신에게 묻는다면, 나는 효녀가 아니었다.

엄마는 내 이름으로 빚을 만들었다.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몇 년 동안 빚쟁이들의 전화를 받으며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쫓기듯 살았다. 결국 개인회생을 시작했고, 월급의 80%를 5년간 갚아야 했다. 마흔이 되어도 통장에 남는 건 ‘0원’이었다. 그 현실이 엄마를 원망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이미 일어난 일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받아들이고 다시 살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그때, 엄마가 쓰러졌다. 마음의 준비도 없이 나는 보호자가 되었다.


겉으로는 헌신적으로 보였을지 몰라도, 내 마음은 늘 복잡했다.

원망과 미안함, 책임감과 피로가 뒤섞였다. 병원에서는 간병인의 하소연을 들으며 죄인처럼 고개를 숙여야 했다. 엄마는 나를 기다렸지만, 나는 그 기다림이 버거웠다.


세상의 기준에 나는 효녀였다.

하지만 내 기준에서 나는 효녀가 아니었다.

억지로 짊어진 책임을 내려놓지 못한 채, 그저 버티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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