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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임투티 Jul 31. 2016

참으로 착한 꽃, 라벤더

드라이플라워로 디퓨저 만들기에 도전.

멀티 태스킹에 능한 사람들은 일을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게다가 예쁜데 잘 꾸미기까지하면 약간 좀 얄밉지만 완벽한 기분이 든다는 기분일까. 꽃에도 그런 녀석들이 많다.


오늘은 라벤더. 내가 너무 아끼고 예쁘하는 라벤더가 그 주인공이다.


보통 꽃은 오래가면 꺾은 후 일주일정도. 오래 버텨달라 용액을 타면 2주까지도 살아있긴한다. 그치만 시들고 나면 안타깝게도 굿바이. 그래서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데 라벤더 이녀석은 조금 다르다. 생화를 일주일정도 꽃병에 꼽아두곤 한다. 그동안 은은하고 향긋한 라벤더 향이 어찌나 좋은지. 일주일이 지나고나면 거꾸로 메달아 놓아 말려주기 시작하면 된다. 2-3주가 지나면 말라있기 마련이고, 한달넘게 말리면 빠싹 잘 마른다. 향도 무척이나 진해져서 계속해서 은은하고 우아한 향기가 가득하다. 그래서 나는 이 사랑스러운 꽃을 착한 꽃이라고 부른다.


농장에 라벤더가 한가득이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녀석인데 이모가 잔뜩 심어주었다. 잘자라는데 올 겨울을 잘 나줘야 내년에도 볼 수 있을텐데 추워질 걱정을 한 여름에 하고 말았다.


야시장에 제출했던 라벤더 꽃다발.

이렇게 큰 건 수요도 힘들뿐더러 가격이 올라가 야시장에 적합하지 않아 미니 허브 꽃다발로 제품을 바꾸었다. 3천원에 한단을 팔고 있어 부담이 덜한지 제법 인기라 열고 1-2시간이면 허브 꽃다발은 동이나곤 한다.


보라빛 라벤더는 수레국화와 참 잘 어울렸는데 지금은 수레국화들이 몇개 나지 않아 라벤더는 라벤더 단으로만 팔고 있다. 라벤더 말고도 로즈마리 단도 있는데 둘이 아주 박빙이다. 사람으로 따지면 아이돌 두 팀이 서로 엄청난 인기인데다가 예능에 노래에 모든걸 잘하는 만능엔터테이너들 같은 느낌이랄까.


야시장에 내놓을 라벤더를 준비하다보면 버려지는 몇몇 녀석들이 있다. 그런 녀석들은 모아모아 지푸라기로 쪽매놓으면 드라이플라워하기에 아주 좋다. 이래나저래나 향이 좋아 말릴때도 주로 화장실에 두어 말리곤한다. 그러면 향기가 나 화장실냄새도 좋아지는데다가, 드라이하기도 좋아서 나 또한 '일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어느 하나 허투루 쓸게 없는 참 착학녀석, 라벤더.


이 드라이플라워를 어떻게 써볼까 하다가 방산시장에서 디퓨저 재료를 사왔다. 요즘 부쩍 만들기에 재미를 붙였는지 닥치는대로 만들기 시작했다. 뭐, 나름 살림하는 기분도 나 좋고, 재미지기도 하다. 주말에 깨작깨작 만지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말려 놓았던 라벤더 드라이플라워를 몇개 뽑아 슬쩍 꼽아주니 제법이다. 멋스럽다. 손재주가 없는 나같은 사람도 뭔가 굉장한 것을 해낸 기분을 만드는 괜찮은 녀석이다.


참으로 착한 꽃, 라벤더
고맙다.





이번회사 이직 할때는 좋은 오퍼를 받고 갔다. 그만큼 일과 책임이 막중해서 들어온지 일주일만에 야근에 주말 근무를 피하기 어려웠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기분에 착잡한 마음도 들지만, 주말에 작은 소소한 재미가 한숨 돌릴 기회를 주는 것만 같아 꽃에게 감사했다. 체력이 벅차긴한데, 아직까진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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